커피 화가의 유별난 커피사랑
자투리 널빤지, 내리고 남은 원두커피 찌꺼기. 누군가에겐 쓰레기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작품재료이다. 아르떼 커피의 주인장 박금석(53)씨는 매일 버려지는 원두커피 찌꺼기가 아까워 말려두었다가 그림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커피는 식재료라 썩거나 곰팡이가 나는 등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그리기 재료로 물감 대신 크레파스를 선택했다. 덕분에 울퉁불퉁한 커피 알갱이 질감과 정열적인 라틴 풍의 원색 색상이 어울려 원시신앙작품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원초적 이미지를 준다.
박 사장은 “미국에서 가게를 할 때는 주로 흰색, 빨간색, 노란색을 즐겨 입는 유색인종들이 많이 왔다. 그들은 원색적인 느낌을 좋아했고 10년을 보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처럼 말총머리를 한 이국적인 외모의 그에게도 멕시칸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라틴어로 ‘art’를 의미하는 ‘Arte’가 카페 이름인 것까지 모든 면에서 잘 어울리는 곳이다. 어린 아이처럼 자기 미화를 벗어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즐기는 미술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그는 예술과는 거리가 먼 화학을 전공한 술회사 사원이었지만, 부인이 미술로 유학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을 때 망설임 없이 회사를 정리하고 혼자 2년간 유럽과 미국을 여행하며 부인의 유학지를 결정했다. 어쩌면 본인이 미술을 배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술에 대한 사랑이 깊기 때문인지 결국은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커피화가가 되었다.
‘Gallery-Coffee House’라는 부제처럼 카페 주변의 예술가들도 즐겨 찾는 아르떼 커피의 독특한 분위기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미술관이다. 동시에 바쁘지 않은 시간에 카페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이 된다. 카페 문을 닫고도 퇴근하지 못하고 ‘딴 짓’에 몰두한다. 벽면 가득히 걸린 수많은 작품들은 그가 밤새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해준다.
작은 쪽문을 열고 2층으로 올라가면 천장 낮은 다락방이 나온다. 1층 실내가 내려다보이는 창문 앞에 책이 잔뜩 쌓인 선반이 있는 낭만적인 풍경은 80년대 대학가 학생들의 아지트가 되어준 다방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몸을 살짝 돌리면 선이 고운 가구들이 있는 우아한 카페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야탑역 근처 번화한 거리에 위치한 덕분인지 카페에 들르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대부분 굳이 수고로이 좁은 2층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매월 첫 주 목요일엔 오픈 카페로 작은 이벤트가 있는 파티를 준비하고 싶은 소망을 가진 박 사장은 벌써 두 번의 예비모임도 가졌다. 그는“IT산업 여성사업장과 남송미술관 관계자 분들도 자주 오시는데 IT와 예술을 접목시키는 매개체의 역할이 아르떼에서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며 유럽의 천재 예술가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사교모임을 하던 살롱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슬며시 나타냈다. 창의적인 커피사랑은 친한 카페 손님들에게 커피로 담근 커피 술을 서비스하기도 하는데 평가도 긍정적이라고 한다. 커피로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해보고 싶다는 박 사장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보인다. 주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열정과 실천으로 함축한, 작지만 큰 꿈을 가진 공간, 아르떼엔 설명하기 힘든 묘한 매력이 있다.
위치 분당구 야탑동 342-3
문의 070-4117-9943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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