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고전을 읽는 방법3

삶에 적용해 성찰해 보세요.

지역내일 2013-04-28 (수정 2013-04-28 오후 10:01:53)

『논어』 「향당」편 12장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습니다.
廐焚 子退朝曰 傷人乎 不問馬
마구간에 불이 났었는데 공자께서 조정에서 퇴청하시어 “사람이 다쳤느냐?”라고 물으시고는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학생들과 논어를 읽으면 이 대목에서 꼭 공자를 비난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공자는 동물의 생명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 봐요? 말에 대해서는 안 물어 봤다잖아요.”
“과연 그럴까? 지난 시간에 ‘공자께서는 낚시질은 하셔도 그물질은 하지 않으셨으며, 주살질은 하셔도 둥우리에 깃든 새를 쏘지는 않으셨다.’는 구절을 배우지 않았느냐?”
“네, 근데 물고기와 새는 사랑하면서 말은 왜 차별해요?”
“그렇게 생각해? 지난번에 들으니까 집에서 장수풍뎅이를 기른다고 하던데, 동생이 실수로 장수풍뎅이 사육통을 떨어뜨리면서 발을 찧었어, 사육통은 깨지고. 그럼 너는 동생의 상처를 먼저 살필래, 장수풍뎅이를 먼저 주워 담을래?”


이 대목은 논어 연구자들의 말을 빌자면 『논어』의 기사 중에서 공자의 휴머니즘 정신을 나타내는 극적인 고사로서 잘 인용되는 한편, 후대의 학자들 간에 해석이 분분했던 구절이라고 합니다. 명구로 회자되었든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든 간에 제가 처음 이 구절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평범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쉽게 읽고 지나쳤는데 몇 년 전 이 구절을 다시 읽다가 우리 삶을 반조해볼 좋은 구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 대목에서 언급되고 있는 핵심 대상인 말과 사람의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지금도 말은 희귀하고 비싼 동물입니다. 하지만 희소성과 가격에 비해 실용성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크지 않습니다. 관광지나 경마장, 또는 스포츠에서나 쓰일 뿐 일반인에게는 쓰임이 거의 없는 동물입니다. 그런데 공자 당시 말은 실용적·경제적으로 굉장히 가치 있는 재산이었습니다. 농토를 갈고 수레를 끌어 짐을 운반하거나 사람을 태우는데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 바로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차[兵車]를 끄는 군사적인 용도로 사용되던 말은 그 숫자가 한 나라(제후국)의 국방력을 가늠하는 척도와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말은 개인의 경제적 자산으로서나 국가의 국방 병기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았습니다. 반면에 말을 관리하던 사람들은 대개가 전쟁포로나 세습 노예들이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추리해보면 말을 관리하는 사람보다 말을 더 귀하게 여김이 당시의 일반적인 세태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대목은 사람보다 재물(재산)을 중시하던 노나라의 세태를 비판함과 동시에 공자의 인간존중 태도를 높이 평가할 목적으로 기록된 기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대목을 읽고 당시의 세태가 어땠느니, 공자는 인본주의자였느니 하는 단편적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나는 어떠한 인간인가, 즉 공자와 같은 사고와 태도의 인간인가, 아니면 당시 노나라 다수의 사람들과 같은 인간인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공자가 겪었을 상황을 가정하여 ‘나라면 사람과 말의 안위 중 무엇을 먼저 물었겠는가?’ 질문해 보는 것, ‘평소에 가족들이 물건을 깨뜨리거나 망가뜨렸을 때 무엇을 먼저 살피고 있었는가?’를 따져보아 자신이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더 나아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노부모를 돌보지 않는 자식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보도를 가지고 ‘노부모와 돈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내가 빈곤해진다면 부모님께 생활비와 용돈을 끊을 것인가, 노부모는 돌보지 않으면서 자신과 처자식만을 돌보는 것이 인간다움이고 인간존중의 삶인가?’라고 범위를 더 확장해 자신의 가치관을 검증할 수 있는 성찰적 읽기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철학 고전 읽기는 지식 쌓기나 ‘아~ 그렇구나. 맞아 맞아!’의 수준에서 끝나서는 안 되고 자기 삶을 비춰보고 마음을 성찰해야만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장수풍뎅이를 기르는 것은 과연 장수풍뎅이를 사랑하는 것일까요?
생각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신다면, 먼저 장수풍뎅이의 일생을 한 번 쭉 생각해보세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 우리 집에 오게 되었으며, 지금은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살며, 새끼를 낳게 될지 어떨지,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지 조목조목 따져본 후 진정 장수풍뎅이를 기르는 게 사랑인지,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인지 결론을 내려보세요.
장수풍뎅이를 길러 본 경험이 없으면 강아지를 비롯해 다른 애완동물을 가지고 생각해 보세요.

글 : 설승전 원장 (현 청암학원, 충북대학교 철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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