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티 공동육아 하는 엄마들 ‘비쥬13’
“공동육아,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해요”
눈 올 때면 눈사람이 되어보고
비 올 때면 꽃잎마냥 비도 흠뻑 맞거라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백지같이 깨끗한 네 마음속에 또렷이 소중히 새겨 넣어라
<렴형미 시인의 ‘아이를 키우며’ 中>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엄마들이 있다. ‘내 아이가 이웃을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들은 식사동 위시티에 위치한 양일초등학교 2학년 엄마들이다. 어설픈 조바심과 욕심을 내려놓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공동육아 모임 ‘비쥬13’을 만났다.
같은 반 모임으로 시작된 ‘비쥬13’
‘비쥬13(cafe.daum.net/bijou13)’은 공동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모임이다. 지난해 같은 반 엄마로 만나 공동육아 모임으로 발전했다.
비쥬13을 이끌고 있는 회장 이순애(39세)씨는 “비쥬(bijou)는 보석이란 뜻의 프랑스어로 우리 아이들을 보석처럼 아름답게 키우자는 뜻을 담았다”고 말한다.
현재 12명으로 구성된 비쥬13은 교육정보와 생활정보를 함께 나누며,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있다. 만두와 떡, 김치를 함께 해서 나눠 먹기도 하고, 생필품을 공동구매하기도 한다. 가끔 남모를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한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없어요. 함께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동육아가 됐어요. 지금은 내 아이 같은 마음으로 함께 돌보고 있어요. 동네 이모예요.”(웃음) 재주꾼 엄마들은 경력을 살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한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 엄마는 ‘일일 쿠킹클래스’를 열고, 영어강사 출신 엄마는 영어 클리닉 강좌를 진행한다. 승무원 경력이 15년인 허수정씨(39세)는 가끔 진로교육을 한다. 수학과 논술을 잘하는 엄마는 서술형 평가를 대비해주기도 한다. 얼마 전엔 극단을 운영하는 김송아씨 덕에 인형극 ‘삼형제’를 공연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인형극 체험을 해주고 싶었는데, 중간에 엄마들 공연으로 바뀌었어요. 공연은 무료 관람이었지만, 모금함을 설치해 후원금을 기부하기로 했어요.”
감성 키우는 추억 여행 함께 해
그들은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는 추억여행을 함께 한다. 물놀이도 함께 하고, 스키장도 함께 갔다. 지난해 10월엔 아파트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파마자 파티’를 열기도 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이선정(40세)씨는 여행에서 운전과 요리를 담당한다.
“한비네 양평 별장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15명이 함께 갔는데, 모터가 고장 나서 물도 안 나오고, 불을 피우다가 천정까지 다 태워먹었어요. 지나고 나니 제일 재미있는 추억이 됐어요.”(웃음)
그들은 지금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가 고향인 엄마가 주선했어요. 표를 구하는 사람, 숙소를 구하는 사람, 모두 스스로 자청해서 분담했죠. 비쥬는 정말 보석 같은 모임이에요.”
그들은 평소에도 단합이 잘된다. 추진력 있는 이순애 회장 덕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비 엄마가 우리를 잘 끌어 줘요. 누가 의견을 내면 그 자리에서 스케줄을 잡고, 역할 분담을 해주거든요. 회장이 많이 희생하는 편이에요. 집도 개방해서 아이들을 놀게 해주고, 먹을 거까지 손수 만들어줘 늘 감사하죠.”
배려하는 마음과 사회성 쑥쑥
공동육아를 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아이들이다. 편 가르기와 고자질이 없어지고, 배려하는 마음도 생겼다. 무엇보다 함께 어울려 지내다 보니 운동도 공부도 더 열심이란다. 덩달아 엄마들도 행복하다. “요즘 외동이 많잖아요. 늘 혼자 놀던 지현이가 언니, 동생이 생겨 좋아해요. 이렇게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허수정씨)
김현숙씨(41세)는 외동이자 늦둥이인 아들의 사회성을 위해 수학모임에 보낸다.
“아이가 이기적인 성향이 강했는데, 비쥬를 통해 변화하고 있어요. 어리광 심하던 아이가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고, 기다려줘서 많이 놀랐어요.”
자매를 키우는 김성희씨(35세)는 서로 배려하는 비쥬가 너무 좋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이웃들 간에 인사도 잘 하지 않고, 참 삭막하잖아요. 사람냄새 나는 비쥬는 아이들에게 흙을 밟게 하고, 어울리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요.”
이순애 회장은 “내 아이만 잘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혼자 키우기보다 함께 공유하며 사는 게 훨씬 좋다”며, “앞으로도 함께 나누면서 모나지 않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요즘 그들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찾아서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참여할 수 봉사가 있으면 좋겠어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