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납품하던 명품가구들, 직거래로 소비자 만나다
“사실, 절박했습니다. 백화점과 유명 가구점에 납품하던 사람들인데 불황이 이어지면서 대금 값을 받지 못하니 거리로 나앉기 일보직전이었지요.”
30여명의 가구공장 사장들이 모여 ‘가구인연합회 직거래 전시장’을 열었다.
백화점의 횡포와 가구점들의 ‘나 몰라라’ 식 결재관행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것.
서울과 전국 대도시에 입점한 백화점과 유명 브랜드의 가구점에 납품을 해왔던 건실한 가구공장주인 이들. 30~40년을 가구 장인으로 살다가 난생 처음 소비자와 직접 만나겠노라 팔을 걷어붙인 대는 그만큼 절박한 사정이 한몫을 했다.
회원들은 경기 용인, 광주지역에서 가구를 제조하고 유통하며 잔뼈가 굵어진 이들이다.
국내 가구산업의 대들보이자 생산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던 이들이 이젠 치열한 판매현장으로 소비자들을 만나러 나온 것.
부도라고 막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발, 공장도 가격에 AS까지 확실
“가죽이나 목재 등 원자재 값은 바로바로 결재를 해줘야 합니다. 거기에 창고비, 인건비 등 매달 나가야 할 비용은 많은데 자금회전이 안되니 어떻겠습니까.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법정 소송 중인 회원들도 수두룩하죠. 그래서 전시장에 내놓은 가구들은 회원들이 공을 들여 만든 가구 중에서도 으뜸 제품만 엄선해 가져온 겁니다. 소비자에게 어필되고 팔려야 저희도 자금회전을 하고 숨통이 트일 수 있으니까요.”
김종광(씨이오디자인)연합회장의 읍소처럼 전시장의 가구들은 가구 박람회 출품작을 비롯해 작은 디테일까지도 꼼꼼히 신경 쓴 명작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격은 백화점과 가구점의 절반 이하에도 못 미치는 수준. 부도라도 막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내놓은 가구들이라 자금회전을 위한 최소 금액만 받겠다는 취지. 사정이 이렇다보니 더러는 공장에서 만든 비용보다 오히려 낮은 가격도 많다.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일산리에 첫 테이프를 끊으며 오픈한 가구연합회 전시장.
화려하고 세련된 위용을 뽐내는 곳은 아니지만 가구연합회 회원들의 절실한 마음 하나하나 가 진심으로 모아져 빛을 발하는 전시장이다.
300여 평의 매장엔 소파와 침대, 장식장을 비롯해 식탁과 장롱 등 다양한 품목이 구비돼 여느 가구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둘러보면 시중에서 흔히 보던 저가형 가구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천연가죽소파 백화점 절반 이하 가격… 명품가구 만날 수 있어
소파 하나만 예를 들어도, 사람이 앉는 부분에만 천연 가죽을 입히고 뒤와 옆면은 인조가죽을 쓰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이곳 전시장 소파들은 천연 소가죽을 소파 전체에 통으로 입힌 제품들이 더 일반적이다. 이렇게 되면 대개의 경우 가격부담이 커져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서기 어렵고 망설여지게 된다. 하지만 직거래 전시장인 이곳의 위력은 바로 가격부담을 최소화 했다는 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고품질의 가구에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착한(?) 가격표가 붙어 있는 이곳. 가구 하나하나 모두 전람회에 출품해도 손색이 없는 제품들이라 더욱 횡재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요즘은 경기 안 좋으니 스크래치 가구점들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또 많아지고 있죠. 그러나 저희 전시장엔 스크래치 가구가 없습니다. 30~40년 가구만 만든 장인들이 직접 만들어 가져온 정품들만 전시했죠. 그런데 가격은 스크래치 가구만큼 낮으니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여기에 AS도 직거래 시스템으로 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신속하고 책임도 명확하다.
좋은 품질의 가구를 간섭 없이 직접 선보이고, 소비자에겐 떼어먹혀도 좋다는 심정으로 나온 가구인연합회. 이제 첫발을 내딛은 만큼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백화점처럼 세련되고 화려한 말솜씨도 없고, 전시장 인테리어가 아직까진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구 품질 하나만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자재도 공동구입하고 제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공장도 가격을 더 낮추고 그만큼 소비자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가구연합회 회원들.
“저희의 이런 노력과 진심이 소비자에게 전달돼 좋은 선례가 되고, 그래서 직거래전시장이 하나둘 늘어나 어려움을 겪는 가구 인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묵묵히 가구를 만들던 사람들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니 다소 어색하고 촌스럽지만 정직한 땀으로 만든 가구들이 현명한 소비자들과 만나 빛을 발하기를 이들은 소박하게 바라고 있었다.
* 위치: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일산리 241 (용인 에버랜드 가는 길목)
* 문의: 031-322-7924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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