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탕중독과 소금중독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두 물질 모두 신진대사에는 꼭 필요하지만 너무 남용돼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다룰 식품첨가물은 되도록 쓰지 않으면 좋은 것이다. 꼭 필요하진 않지만 편리하고 싸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다. 모든 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있고 가공식품을 먹는 한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피할 수 없는 식품첨가물.
식품첨가제는 한 마디로 마술이다. 흐물흐물한 단무지나 야채를 빳빳하고 싱싱해 보이도록 바꿔놓고 퍼석한 원래의 식감도 아삭아삭하게 만든다. 캐러멜 색소는 희뿌연 음료를 먹음직스러운 색깔로 변화시켜주고 우리가 잘 아는 MSG는 감칠맛이 나도록 해주며 산미료는 국물을 더 마시고 싶게끔 만든다. 라면국물을 마실 때 더 마시고 싶은 것은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첨가된 산미료 때문이다.
별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커피를 탈 때 함께 넣는 크리머는 물과 식용유, 그리고 첨가물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과 식용유가 섞일 리 없으니 둘을 섞어주는 유화제를 넣고 우유에서 느껴지는 점성을 만들기 위해 증점제를 다시 넣는다. 역시 첨가물이다. 즉, 크리머는 우유를 고형으로 만든 게 아니라 화학물질인 첨가제로 만든 것이다. 때문에 남양유업이 톱 모델을 기용해 지금까지 넣어왔던 카제인나트륨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우유를 넣었다는 광고로 커피믹스의 돌풍과 함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커피 크리머는 우유 아닌 화학물질의 조합, 햄도 식품첨가물 투성이
또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환호하는 햄과 소시지일 것이다. 옛날의 밀가루 소시지는 기술력 부족 탓으로 논외로 치더라도 햄은 아이들에게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대형마트에 가면 김밥 햄부터 훈제로 만들었다는 스모크 햄, 건강을 생각해 마늘을 넣었다는 마늘 햄까지 각양각색의 햄이 있다. 요즘은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닭고기로도 햄을 만든다.
그런데 뒷면의 성분표시를 보면 특이한 것이 보인다. 분명 육류로 만든 햄인데 옥수수전분을 비롯해 콩이 원료인 대두단백이나 계란 성분인 난백, 우유성분인 유단백 같은 성분이 들어있다. 그리고 햄과 소시지의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내주는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을 비롯해 감칠맛을 내는 MSG인 글루탐산나트륨, 보존기간을 늘여주는 일종의 방부제인 소르빈산칼륨, 천연첨가물인 코치닐추출색소 등 줄잡아 10여 가지 이상의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 이름조차 생소해 실험실에서나 쓰는 화학물질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실제로 논란이 있긴 하지만 MSG인 글루탐산나트륨은 자장면 소스나 돈가스 소스, 라면스프 등 각종 가공식품에 향미를 풍부하게 해주는 첨가물로 대단히 폭넓게 쓰인다. 때문에 예전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을 때 “저희는 MSG를 넣지 않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넣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중국요리 집 앞에 써 붙여놓기도 했다. 그만큼 스스로 좋지 않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MSG의 주원료인 글루탐산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많은 양의 글루탐산이 신경조직에 흡수될 경우 신경세포막을 파괴할 수 있으며 민감한 사람의 경우에는 두통을 비롯해 매스꺼움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코치닐추출색소는 선인장에 기생하는 ‘콕시드’라는 연두벌레를 건조하고 분쇄해서 내는 색소이다. 원래는 맑은 핑크색인데 산도를 조절해주면 오렌지색으로 변한다. 이것만큼은 인간이 만든 벌레가 아니기 때문에 천연첨가제라고 표시돼 있기도 하다. 한두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 색소는 가공식품을 살 때 뒷면의 성분표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천을 염색할 때 쓰지만 우리는 이걸 먹는다는 데 차이가 있긴 하다.
식품첨가물의 결정판 라면, 일본에서는 라면 탓에 사망하기도
대략 하루에 우리 뱃속으로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10그램 이상이다. 게다가 20여 가지 이상의 식품첨가물을 한꺼번에 섭취한다. 이런 식품첨가물의 결정판이 바로 라면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좋아하는 그야말로 ‘국민식품’이다. 어떤 이는 가난과 배고픔에서 구해준 신(新) 구황식품이라고 찬사를 보낼 정도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식품첨가물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식품첨가물이 들어가 있다.
뒷면의 성분표시를 보면 적는 난이 부족할 정도로 빼곡히 들어간 첨가물의 이름이 적혀있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다 알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첨가물이 들어간다. 물론, 거의 대부분이 스프에 들어있는 성분이다. 출연자들이 요리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리가 잘 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라면스프이다. 그만큼 어느 요리에나 쓸 수 있을 정도로 국물 맛과 감칠맛을 내주는 성분이 다 들어있다. 따라서 어떤 요리라도 기본적인 맛을 내준다. 하지만 라면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르면 먹겠지만 알고는 먹기 힘든’ 제품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라면의 위험성은 곧 식품첨가물의 위험성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매일 저녁식사로 라면만 먹던 초등학생과 방안 가득 라면을 쌓아놓고 주식으로 먹던 대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단순히 라면이 영양만 부족한 것으로 알던 사람들에게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러한 사건이 비단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식생활을 보면 중학생과 고교생은 학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하루 한 끼 정도를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운다. 영양의 불균형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이때 섭취하는 식품첨가물은 또 얼마나 많을까. 식품첨가물로 인한 몸의 이상은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만 않을 뿐 몸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자연의 맛이 아닌 대부분의 식품첨가물이 인공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인데 좋을 리가 있겠는가.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진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식품첨가물은 단순히 아이들의 영양불균형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인 문제까지 야기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가공식품에 의존한 식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전적으로 가공식품 탓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임상실험을 통해 식생활을 바꾼 후부터는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식품첨가물의 마술, 가공식품을 먹는 한 피할 수 없는 식품첨가물에 대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은 해당되지 않는다. 최대한 깨끗한 곡물을 비롯한 싱싱한 과일과 야채를 주기적으로 먹는 식생활로 바꾸고 가능한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길만이 건강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장시중 리포터 hahaha1216@naver.com
참고도서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아베 쓰카사 지음, 국일미디어 펴냄), 『식원성 증후군』(오사와 히로시 지음, 국일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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