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우리는 왜 경고등의 전구만을 빼버리는 의사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지역내일 2013-04-18

 


한의학박사
숨편한 김성훈한의원 원장
김성훈
 


자동차의 계기판에는 여러 가지 표시등이 달려있다. 자동차의 어떤 중요한 기능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때에 표시등에 불이 들어온다.


만약 운행 도중에 불이 들어오면 우리는 여기에 대해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신호를 통해 운전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이 표시등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참으로 멍청한 짓이 될 것이다.


만일 이 표시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는 영역에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리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을 어떤 변화에 관해 우리가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태를 차의 비상등을 켜고 차를 멈추어 정비공을 부르라는 제안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정비공이 단순히 표시등에서 전구를 빼내는 조처만 취한다면, 우리는 대단히 화가 날 것이다. 비록 그렇게 해서 표시등에는 이제 더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지만, 왜 경고등의 불이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표시등에 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대신 그것에 불이 들어올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눈길을 표시등이 아니라 그 이면의 영역으로 돌려서 실제로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표시등은 불이 들어오는 것을 통해 단지 그 이면의 상황을 알려주고 신경을 쓰도록 한 것뿐이다.


표시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은 증상에 해당한다. 몸에 어떤 것이 증상으로 나타나든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과정이 가시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신호기능을 통해 증상은 우리에게 지금까지의 행보를 중단시키고 어떤 것이 재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원인을 살펴보도록 해주려는 것이다. 역시 증상에 화를 내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더욱이 증상이 나타나지 못하게 그 증상을 차단하려는 것은 특히나 사리에 맞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만들어서는 안 되며, 그것이 나타날 필요가 없게 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증상에 눈길을 두지 말고 더 깊이 원인을 살펴야 한다.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불편한 감각도 마찬가지 이지만, 비염에서도 코가 막히고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흐르는 현상은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는 현상인 증상일 뿐이며, 그 이면의 체온조절능력, 면역력저하, 장부의 균형 등의 근본적 영역인 신체의 기능에 문제가 나타났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명의는 코가 막히고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흐르는 붉게 깜빡이는 경고등을 빼버리는 밖으로 들어난 증상만을 없애는 의사가 아니라, 그것에 불이 들어올 필요가 없게 근본원인을 치료하는 의사임을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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