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비포 미드나잇’

18년간 이어온 비포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지역내일 2013-06-03

1995년 영화 ‘비포 선라이즈’. 유럽 횡단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는 비엔나에서 꿈같은 하루를 보낸 후 6개월 뒤 플랫폼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로부터 9년 뒤 2004년 영화 ‘비포 선셋’,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시는 파리의 오래된 서점에서 운명처럼 셀린느와 재회한다. 그리고 또 다시 9년이 흐르고 이제 2013년. 7살짜리 쌍둥이 딸을 둔 두 사람은 18년 전 그 때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눈다. 제시와 셀린느, 그들의 끝나지 않은 사랑 이야기가 세 번째 이야기 ‘미포 미드나잇’으로 돌아왔다 


감독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비포’ 시리즈는 1, 2, 3편의 감독과 주연 배우가 모두 같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주연. ‘비포 선라이즈’에서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첫눈에 반할만큼 매력적인 20대의 풋풋함을 지니고 있었다. ‘비포 선셋’에서는 매력적인 외모에 세월의 성숙함과 애틋함을 조금 묻혀 돌아왔었다. 하지만 이제 3편 ‘비포 미드나잇’에서 그들은 더 이상 아름다운 20대도, 애틋한 30대도 아니다. 생활을, 추억을 이야기하는 중년의 40대 남녀 커플일 뿐이다. 제시는 기차에서 만난 다정하고 로맨틱한 남자가 아닌 면도도 제대로 안 하는 40대 아저씨이고 셀린느는 그 남자에게 인생을 통째로 줘버렸다고 한탄하는 40대 중년의 아줌마다.
 같은 감독, 같은 배우가 흘러온 시간만큼을 담아내니 이야기는 어제 끝난 드라마의 다음 이야기를 잇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1편이나 2편의 회상 장면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은 모두 추억한다. 20대의 매력적인 에단 호크의 모습을, 20대의 사랑스러웠던 줄리 텔피의 모습을. ‘비포 미드나잇’에서 줄리 델피는 묻는다. ‘다시 기차에서 만나도 또 함께 내리자고 말할 것인가’하고. 그러면 제시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물론이지’.



화성인 제시, 금성인 셀린느
 아이를 기르고, 싫은 일도 감당해내야 하는 현실에 치이다 보니 어느덧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가 되어버린 제시와 셀린느. 셀린느는 제시가 다른 여자와 잤는지가 끊임없이 궁금하고, 제시는 셀린느에게 욕하고 징징대는 에너지의 8분의 1만 자신을 위해 써보라며 달랜다. 휴가지 그리스에서 달달한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어도 40대가 된 두 사람의 대화는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영화는 전작처럼 두 주인공의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달라진 건 대화의 소재. 전에는 설렘과 애틋함으로 가득해 사랑, 삶, 죽음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이번에는 아들 양육이나 전처와의 문제 등 보다 현실적인 대화가 오고간다. 때론 독설로, 때론 유머로 끝없이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각본 작업에도 참여를 했다더니 두 사람의 생활까지 녹아들어가 현실과 영화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럽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 이야기
 헤어지자며 격한 대화를 나누다가도 다시금 첫 만남인 것처럼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 함께 나이 들어가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삶의 위안이 되는지. 세월만큼의 노련함과 세련됨, 유머를 갖추게 된 두 사람의 대화는 투덕거려도 유쾌하기만 하다. 희생을 강요받고 싶지 않은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영원한 철부지 남편. 토라진 아내를 달래며 에너지를 모아 새롭게 대화를 시도하는 건 남편의 몫이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젊지 않다고, 열정이 식었다고 사랑마저 꺼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연인인 배우자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비포 미드나잇’이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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