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선생님 - 용인 마성초등학교 김병주 교사

지역내일 2013-06-03 (수정 2013-06-03 오후 1:14:35)


별 볼일 있는 선생님 “아이들아 같이 별 따러 가자~”




자신의 재능, 지식, 경험을 남과 나누는 일. 나누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저는 과학을 매우 좋아하는 초등교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용인 마성초등학교 김병주 교사의 머릿속은 이런 생각으로 늘 가득 차 있는 듯 보인다.
“선생님, 저는 식물의 광합성으로 주제를 정했어요.”, “선생님, 이따가 주차장으로 5시까지 나갈게요.”
하교하는 아이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사이에 김 교사에게 말을 건네는 아이들이 많다.
김병주 교사는 쉽게 말하자면‘상복 많은 선생님’이다.‘국제 창의력 올림피아드 대상 선생님’으로 불린다면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았어요”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김 교사. 하지만 세계 창의력 올림피아드, 한국 과학전람회, 학생과학 발명품 경진대회 등 국내외 유수한 과학대회를 휩쓴 경력으로 보아 단순히 ‘운이 좋다’라는 표현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학교 영재반 모집에도 사교육에서는 특별반이 꾸려지고 학부모들은 ‘거길 보내? 말어?’라고 고민하는 우울한 교육 현실에서 김 교사와 같은 존재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전문가, 교수, 연구원 찾아 아이들과 함께 전국 다녀
10년 전 교사로서 첫 발을 내딛을 시점에는 ‘과학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정도로만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전문적으로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땐 오히려 대금의 매력에 빠져 반 아이들에게 하루에 10분씩 연습시켜 용인 포은문화제에 참가해 수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러 선배 교사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과학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는 초등 공통과학 석사, 한국 아마추어 천문학회 경기지부 관측부장 등 여러 개의 타이틀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억지로 아이들을 끌고 나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을 겪다보니 아이들 스스로가 성장하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과학전문가가 아니다보니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선배 교사들과 상담을 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전문가, 교수, 연구원 등을 찾아 전국을 다니며 조언을 구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가는 길 오는 길에 아이들과 토론이 이어지고, 때로는 기 싸움도 생기는데(웃음) 그 모든 과정 속 노력들이 큰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는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이 소수의 아이만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순수과학에 관심을 갖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 바로 동아리활동입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란 예쁜 이름의 동아리가 그것. 김 교사는 4가지 과학과목 중 가장 접하기 힘든 지구과학, 그 중에서도 우주라는 분야를 택했다. 동아리 방을 안내하는 김 교사의 말이 조금씩 빨라진다. 망원경의 개수와 종류, 그리고 다양한 스케일이 초등학교 동아리 방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전문성이 느껴진다.
“보통 천문대에 천체를 관측하러 가면 그 비싼 망원경에 살짝 눈만 스치듯 보고 끝이잖아요. 우리 동아리 아이들은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관측하면서 검은 종이에 흰 필기구로 별자리를 직접 그릴 정도로 자세하게 관찰하죠.”
이렇게 관찰한 천체를 직접 그려도 보고, 색칠도 하고, 천체를 제작해 보기도 한다. 올 해에는 아이들이 별자리를 직접 촬영해 컴퓨터 작업도 해 보고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도 할 예정이다. 아이들은 천체만 배우는 게 아니라, 망원경의 배율, 화각 등도 알게 되고 사진촬영, 컴퓨터 작업, 아트 작업까지 하게 돼 그야말로 스팀형 교육을 실천하는 셈이다.
이렇게 동거 동락한 아이들은 졸업한 후에도“선생님 별 보러 갈 때 꼭 불러 달라”며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동아리를 활성화 시키면서도 김 교사의 상에 대한 운은 계속 따라 주었다. 전국 동아리 발표대회에서 동상, 천체대회에서는 경기도 대상, 전국대회 은상을 받았다. 초등학생으로서는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교사는 더 나아가 이러한 활동을 동아리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쪽으로도 확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과학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돕고 있다. 주로 개인 메일로 신청서를 받는데, 하루에 3천개 이상의 메일을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교사들 지원해 더욱 많은 아이들이 혜택 누리도록
김병주 교사는 요즘 더욱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는 교사들을 지원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과 만나고 호흡하는 사람은 교사이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뜻을 모으다 보면 더욱 많은 아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우리나라의 기초과학도 더욱 튼튼해지리라 믿는다. 사교육이라는 무거운 짐에 고통 받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참 흐뭇한 소식이다.
“제가 공교육에 몸담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야말로 순수한 열정으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김 교사는 교사이기 전에 초등학교 1학년과 4살 아이의 아빠다. 아빠로서의 자녀 과학교육은 어떨까? “과학이란 것이 자연과 떨어뜨릴 수 없는 것이죠. 과학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자연을 사랑하는 것을 알 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아이들의 궁금증은 절대로 그냥 넘기지 말라”고 당부한다. 정보를 함께 얻어 가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은 많이 배우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김 교사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안산으로 내려가 천문 워크숍을 진행해야 한다며 급하게 돌아섰다. 마지막으로 자주 밤에 집을 비우니 마음이 불편하겠다 싶어 물어 봤더니“집사람은 저녁에 별 보러 가는 남편인 저에게 별 볼일 없는 남편이라고 놀립니다”라고 웃으며 답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엔 영원히 ‘별 볼일 있는 스승’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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