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ㆍ용인 전통시장을 가다

지역내일 2013-06-03 (수정 2013-06-03 오후 1:20:15)


대형마트 쉬는 날, 생각보다 괜찮은 전통시장 장보기



평소 일주일에 한두 번은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리포터. 아이의 장난감 선물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로 향했던 날 ‘가는 날이 장날’이라 마침 대형 마트가 문을 닫았다. 혹시나 해서 인근 대형마트 3~4곳을 더 들러보고 나서야 오늘이 문을 닫는 둘째 일요일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원하던 장난감은 다음 날에야 얻게 되었지만 우리는 비로소 전통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습관적으로 향하던 마트대신, 전통시장 나들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아이와 손잡고 나선 전통시장 장보기는 저렴하고 푸짐한 농산물을 보물처럼 얻어온 시간이었다. 게다가 떡메치기 체험도 해보고 진귀한 동식물도 구경하면서 맛있는 장터 음식과 푸짐한 덤에다 인심까지 확인한 기회였다.
이날 이후 우리가족은 주말나들이를 겸해 전통시장 장보기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해마다 달라지고 진화하는 우리 동네 전통시장의 장보기 팁을 전한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part1 용인 중앙시장-‘토요 세일데이’와 이벤트로 시장골목 활기 되찾다



햇살이 유난히 맑은 지난 5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이와 함께 용인 중앙시장 장보기에 나섰다. 마트가 쉬는 일요일 대신 토요일을 택한 건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토요 세일데이’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역시 시장 메인 거리인 중앙로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상인들이 가판마다 싱싱한 지역 농산물을 펼쳐 놓고 할인판매를 하고 있었다. 고추와 상추를 비롯해 감자, 파프리카, 가지, 버섯 등이 매대마다 알록달록 쌓여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흥분을 주었다. 빨간 바구니에 소복이 담겨있는 감자와 파프리카에 눈길에 꽂혀 가격을 물어보니 “한 바구니에 2,000원”이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그렇게 쌀 리가 없는데…” 리포터가 재차 확인하니 맞다고 응수하는 상인 아저씨. 알이 통통하니 실하고, 분이 나서 맛있게 보이는 감자 한 바구니를 얼른 받아 챙기고, 역시나 싱싱한 파프리카 5개까지 2,000원에 사고 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마트에선 이 가격에 절대 살 수 없을 걸.” 지켜보던 아이에게 알뜰한 엄마의 모습을 자랑하듯 말을 건네자 아이는 그저 “네”라고 무심히 답한다. 아이에겐 싸게 산다는 것이 별로 감동스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어떠랴. 내가 좋으면 그만인걸.






상인회에서 직접 농사지어 직거래 판매

중앙시장 골목골목마다 예전과는 다르게 활기가 느껴졌다. 상인들의 표정도 밝아 보이고 확실히 전통시장의 새로운 부흥기를 맞은 느낌이었다. 용인 중앙시장 이순환 상인회장에게 물어보니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날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고, 토요 세일데이에는 평소보다 5배 이상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시장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토요 세일데이에 판매하는 농산물은 상인회에서 직접 공동재배하고 수확해, 직거래 형태로 판매한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얼갈이와 배추, 열무 등 손님들이 자주 찾는 농산물 위주로 재배하고 원가수준으로 판매하니 발 빠른 소비자들은 일찌감치 와서 장을 보고 간다고. 불경기에 이런 소식은 입소문을 타기 마련, 매주 토요일이면 싱싱한 농산물을 싸게 사려는 사람들로 아침부터 북적인다며 이 회장은 귀띔했다.
리포터 역시 이런 내용을 알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내친김에 로컬 농산물 구입에 박차를 가했다. 때마침 눈에 들어온 것은 표고버섯. 족히 1kg은 될 법한 많은 버섯이 봉지에 수북이 담겨 고작(?) 9,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인심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용인 처인구 이동면 서리에서 유기농으로 직접 농사지어 가져온 버섯”이라며 정감 있는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싱싱하고 푸짐해 보이는 버섯, 게다가 유기농이라니 횡재한 기분으로 얼른 사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아주머니는 ‘용은농장(031-334-3478)’이라는 명함을 내밀며 표고버섯만 전문으로 생산하니 자주 이용해 달라며 넉넉한 웃음을 함께 담아 주었다.

떡메치기, 옛날 자장면 등 즐거운 전통시장 나들이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순대골목의 돼지머리도 구경하고, 옛 가격 그대로 자장면을 3,000원에 파는 중국요리집 ‘삼국지(031-333-9449)’를 거쳐 떡메치기 행사장에 도착했다. 떡메치기는 시장 떡 골목 안에서 매주 토요일 2시마다 이벤트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에게 시장 나들이의 참맛(?)을 경험해 주고 싶어 우리도 대열에 합류했다. 아이는 가장 앞자리에 자리 잡고 찹쌀이 쫀득한 인절미로 변신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참관했다.
떡메가 무거워 아빠와 함께 들고 내리치긴 했지만 순식간에 인절미로 변신한 떡을 한가득 베어 물며 아이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고소한 인절미 한 팩을 2,000원에 사오며 마트와는 사뭇 다른 시장의 모습에 제법 익숙해진 아이. 시장 골목 좌판에서 판매하는 새끼 메추리를 키우겠다며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 것만 빼고는 오늘 시장나들이는 꽤나 만족스럽다.
집에 돌아와 오늘 장 본 재료로 가족을 위해 표고버섯 볶음과 고사리 국, 갈치구이, 오이 파프리카 샐러드로 한상을 차렸다. 푸짐하고 넉넉한 저녁상이 되었고 밥상머리에서도 시장나들이는 재미난 화제가 되어 입맛을 돋궈주었다.

<리포터의 알뜰 장보기 리스트>
* 유기농 표고버섯 1kg 한보따리->9,000원
* 감자 한바구니 (중간크기 5개)->2,000원
* 고사리 한 근 (400g)->4,000원
* 애호박 (큰 것 2개)->2,000원
* 파프리카 (중간크기 5개)-> 2,000원
* 마늘쫑 1묶음 (국산)->2,000원
* 상추 한바구니->1,000원
* 갈치 (큰 것 2마리)-> 10,000원
※ 장보기 총비용 32,000원-> 대형마트 1회 장보기 평균 비용 100,000원의 1/3수준

<용인 중앙시장 이용 팁>



* 주차장->시장 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30분에 900원이며 장을 보고난 후 점포 상인에게 주차할인권을 받아 제시하면 무료이용이 가능하다.
* 카트-> 공영주차장 1층에 별도로 마련된 카트를 이용하면 무거운 짐을 싣고 장을 보기가  편하다. (단 시장 골목이 좁아, 짐이 적을 땐 개인용 수레를 챙겨와 장을 보는 것이 좋다)
* 화장실-> 공영주차장 내에 화장실이나 상가건물 안 개방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 행사이벤트->매주 토요일마다 지역 농산물을 10~50% 저렴하게 판매하는 ‘토요 세일데이’를 진행한다. 또한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떡 골목에서 떡메치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 문화 이벤트-> 용인문화재단의 ‘거리 아티스트’ 공연이 시장 중앙로에서 주기적으로 펼쳐진다. 행사 일정은 상인회(031-336-1110)로 문의하면 된다.




part2 성남 중앙시장-“우리 시장이 바뀌었어요”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날이지만, 시장의 활기는 여전하다. 편하고 가까워서 주로 이용했던 대형마트를 뒤로 하고 얼마 만에 나온 전통시장 나들이인지, 사람 냄새나는 시장의 느낌 때문인지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나온 아이마냥 왠지 들뜬 기분이다. 
야채가게의 야채들을 어쩜 그리 예쁘게 담아 놨을까. 눈과 마음이 다 즐거워진다. 깨끗이 다듬어 놓은 나물들과 야채들이 어찌나 싱싱해 보이는지 대형마트에 쌓여있는 야채들보다 더 정성이 가득해 보인다. 중풍을 예방한다는 방풍나물이 한 근에 3,000원, 우리 식구에 비해 양이 많을 것 같아 좀 망설였더니 주인이 조금씩도 판매한다며 싱긋 웃어준다. 다듬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깨끗이 손질된 부추가 1,000원, 통통한 가지 4개는 2,000원에 사서 검은 비닐봉지를 주렁주렁 들고 다니니 시장 온 맛이 난다. 역시 시장의 꽃은 먹을거리. 떡집을 지나치는데 절편, 콩떡, 꿀떡, 개피떡을 듬뿍 쌓아놓고 판매한다. “섞어서 5,000원어치만 주세요”하자 주인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며 떡을 담아 준다. 봉지를 전해 받자 무게가 꽤 나가 ‘오~싸네!’하고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집에 와서 식구들과 먹어보니 너무 맛있다. 또 고소한 냄새를 지나치지 못해 산 튀김 2,000원 어치도  푸짐하다. 




상인 대학, 경영현대화로 시장 분위기 바꿔






구시가지 전통시장의 역사는 성남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밥상을 책임지던 시장들이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시청 이전(2009.11)으로 시작된 슬럼화에 휘청거리더니 대형마트(2010.9)가 들어서면서부터 완전히 초토화가 되었다. 손님들은 점점 떨어지고, 가게들은 점점 비어갔다. 이처럼 다시는 회생할 수 없을 것 같던 전통시장들이 요즘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성남시 수정로에 위치한 3개시장(중앙시장, 현대시장, 신흥시장)이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상권 활성화 추진사업의 시범구역으로 선정돼 2011년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두 가지 트랙으로 발전되고 있는데, 하나는 경영 현대화, 다음으로는 시설 현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행 초기부터 경영 현대화는 시급한 문제였다고 한다.






 결국 상인이 바뀌어야 손님이 온다는 것. 그래서 상인들이 의기투합했다. 상인 대학을 다니고, 상인으로서의 마인드도 바꾸려고 노력했으며, ‘시장표’라고 통칭되던 제품의 질도 높였다. 또 손님 응대방법을 배우고 선진사례를 보기 위해 직접 견학도 다녀왔다. 이 모든 것들은 상권활성화 사업본부의 뒷받침으로 시작되었다. 전문 인력을 투입해 경영 컨설팅부터, 메뉴개발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고 시장 곳곳의 스토리를 발굴해 상인들이 주인공이 된 책도 출판하는 등 참신하고 독특한 지원 사업을 펼쳤다. 또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문화행사 이벤트, 포트 럭 파티, 거리 축제 등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행사를 준비해서 시민들의 관심을 높였다. 이러한 노력은 매출신장으로 연결되었다. 가게 한 곳당 하루 평균 매출이 4만 5천 원가량 는 것이다. 노력의 땀방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현재는 상권통합 관리시스템인 스마일로 (SmileRo)앱를 보급해서 포인트, 쿠폰 등 할인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와 서로 소통하는 상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밝고 환한 분위기, 스마트한 시장으로 탈바꿈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변화도 크다. 일단 ‘상인들의 표정이 밝아 좋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시장에서 반품도 되고 교환도 되다니”라며 그동안 불편했던 사항들에 대한 문제도 해결됐다. 게다가 예전처럼 술을 마시고 장사를 하는 상인이 없어 장보기가 훨씬 쾌적해졌다. 온누리 상품권, 성남 사랑 상품권도 사용액수에 관계없이 잔돈을 내주니 사용하기 편리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중앙시장 상인회 신근식 부회장은 “상인들과의 문제가 있을 때는 상인회에 이야기 하면 다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주차는 그냥 길가 편한 곳에 하면 된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1시간 동안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장을 보고 오면 입차 시간을 적은 주차표가 차 앞에 붙어 있으니 멀리서 주차위반 범칙금고지서인줄 알고 놀랄 필요는 없다. 
중앙시장 상인회 031-755-9222




성남시 상권활성화재단 본부장 강헌수 미니 인터뷰






 명함을 보니 타운매니저, 건축학 박사라는 타이틀도 있던데요.
“석,박사 논문을 쓸 때 전통시장에 관한 논문을 썼어요. 전국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전통시장에 관한 자문위원이기도 했고요.”




실제로 성남에 오셔서 일을 해보시니 어떠신가요?
“상인들이 정부의 지원정책을 이용하면 유리한 점이 많은데, 대부분 모르고 계시더군요. 제가 그 중간역할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남의 시장문화는 어떻게 변하리라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시장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상인들과 소비자들이 정말 재미있게 놀다보면 옆 동네에서도 분명히 관심을 가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성남이란 곳이 또 다른 색깔을 지닌 곳이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 경영 현대화를 했다면, 앞으로는 시설 현대화에 주력할 것입니다. 광장도 만들고 문화와 시장을 엮을 수 있는 많은 계획들이 있어요. 또한 주차장 확충과 수정로 상권 커뮤니티 카페도 만들어 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업은 성남 전역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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