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 어디서나 쉽게 커피전문점을 찾아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편하게 원하는 맛의 커피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커피의 이면에는 우리 민족의 아픔이 서린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커피를 마신 사람은 공식적으로는 고종 황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전에도 커피를 마셨다는 일부 비공식 자료가 있기는 하나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이후 일본군의 무자비한 공격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황제와 왕세자가 1896년 2월 11일부터 약 1년간 조선의 왕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기는(아관파천) 치욕을 겪게 됩니다.
고종황제는 이때 처음으로 커피를 접하게 되는데 커피의 쓴 맛이 당시 고종황제의 마음과도 같았던 탓일까요? 커피 애호가가 됩니다. 경운궁(현, 덕수궁)으로 환궁한 이후에도 궁 안에 ‘정관헌’이라는 건물을 짓고 그곳에서 다과와 음악을 즐겼습니다. 이때 커피는 한자음을 그대로 읽어 ‘가배’라 하고, 서양의 국이라고 하여 ‘양탕국’ 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후 손탁 여사가 고종으로부터 하사 받은 건물, 손탁호텔 1층에 레스토랑 겸 커피숍을 갖추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1호 커피전문점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류층이 즐기는 귀족 문화의 단면입니다.
그렇다면 일반 대중에게 커피는 언제 본격적으로 전파되었을까요? 가슴 아프게도 그것은 바로 6.25 전쟁을 통해서입니다. 당시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나온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시절, 여기에 끼어 있던 인스턴트 커피가 그 역할을 했으니까요.
인스턴트 커피로 민간에 퍼진 커피 문화는 1970년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하면서 기존 대비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커피를 공급하게 되었고 급속도로 대중에 커피 문화가 전파됩니다.
특히 커피전문점은 70~80년대의 다방 문화로 시작됐습니다.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다방이 큰 인기를 끌었고 80년대 후반부터는 ‘자뎅’,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등의 레스토랑 형태로 변화합니다. 1990년대 말에는 스타벅스와 같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 전문점이 급속도로 확장했습니다. 현재는 드립커피와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가 모두 성장하고 있고 더불어 로스팅을 직접 하는 곳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대봉(‘최대봉의 커피 볶는 집 시간의 향기’ 카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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