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간다 - 이학영 국회의원과의 ‘수다’

“‘복지’는 국가경제 선순환시키는 마중물”

주부들이 복지국가 사례 관심 갖고, 정당한 복지 요구 많이 해야

지역내일 2013-05-29

지난 2012년 4월 총선 때 군포에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민주당 이학영 의원. 안양군포의왕과천 내일신문 주부리포터들이 ‘시민운동의 대부’에서 ‘새내기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 의원을 만났다. 평범한 주부들의 눈높이에서 ‘국회의원’의 일상생활에서 정치활동까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이 의원도 옆집 아저씨처럼 편하게 자신의 고민과 일상을 털어놨다. 내일신문 백인숙 배경미 이재윤 리포터와 이학영 의원의 1시간 20분에 걸친 ‘수다’를 들어보자.


- 시인으로 책도 냈는데 … 시인으로 세상 보는 것과 정치인으로 세상 보는 게 어떻게 다른가.
시를 쓰면 좋을 줄 알았는데 힘들다. 남의 시를 읽는 게 훨씬 편하고 좋다. 시집 두 권 냈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시를 찾아 보여주며) 사실은 좋은 시들은 쉽게 써진다. 느낌이 오면 그대로 쓰면 된다. 안되는 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더라.


- 시 쓰는 분이 정치하려니 힘들 것 같은데 …
힘들다. 사실은 작년 한 해 굉장히 우울해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최근 다른 정치인들 얘기 들어보니 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 일상의 삶이 아니어서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그런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 선거를 치르면서 옷입고 띠 두른 모습이 가상의 나란 생각이 들었다. 선거가 끝나고 국회에 갔다가 지하철 타고 산본역에 내리면 ‘어떤 표정을 짓지’ 고민했다. 다 나를 알아볼 것이라는 생각에 인사하기도 어색하고, 누군가가 나를 항상 쳐다보고 있다는 게 힘들었다.
또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힘들어 한다. 잘해야 하는데 방법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공부 잘해라, 잘해라 하면 스트레스 받는 것처럼. 게다가 의원들끼리도 경쟁하는 시스템이고, 권력집단의 특성상 사람 사이의 갈등도 심하다. 사생활도 전혀 없다. 국회의원 되고 딱 하루 아무 일정 없이 집에서 쉬어본 적 있다. 그동안 웃음을 잃고 살았다. 지난 1년 간 태산을 메고 걸어온 것 같은데 이제는 내 수레를 끌고 간다는 느낌, 자신감이 좀 생겼다.


- 그래도 “내가 이런 것은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4대강 사업의 마지막 남은 수변구역인 팔당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해 의원 모임을 만들어 활동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 20~30명이 동참해 현장에서 잠자며 싸웠다. 결국 유기농 생태학습장을 만들기로 타협을 봤다. 또 전국 댐 만드는데 반대운동을 많이 했다. 댐건설 예산 삭감에 앞장섰다. 시민운동할 때 국회의원 만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의원이 되니 힘이 생긴 것 같다, 이런 것 때문에 국회의원 하나보다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대선 때 시민캠프 대표를 맡았다. 강원도에 40여개 골프장을 짓고 있는데 주민들이 도청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공약을 요구했다. 내가 직접 협상을 주선해 문재인 후보와 만나도록 해 공약에 반영했다.
군포지역 수리산 터널공사 예산 등 국가의 쓸데없는 토목사업 예산 삭감에 앞장섰다.
MB정부가 추진한 KTX 민영화, 인천공항 민영화, 물산업 민영화 막는 일도 열심히 했다.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문제는 국민건강보험 체계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불황 속에 재벌들이 투자할 곳이 없어 국가가 운영하는 사업을 자신들이 운영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국민전체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든 공적시스템의 사유화를 막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일 중심으로 일하려고 한다.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그런 차원에서 생각한 것인가? 주부들은 입점을 희망하는 의견도 많은데 …
차분하게 토론했으면 좋겠다. 그런 게 몇 개 들어서면 지역경제는 없어진다. 큰 유통업체 몇 개가 지역을 장악하는 구조에서는 돈의 흐름이 기업에서 구석구석 흘러가지 못한다. 작은 가게들이 다 없어지면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고용도 줄어든다. 소비자 입장에서 물건 사기는 편하지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이들의 일자리,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려워진다. 국가는 대기업이 돈 벌어 세금 낸 걸로 국가운영하면서 실업자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대기업 몇 개가 국가운영을 좌우하는 시스템, 거대 기업중심 사회로 가게 된다. 그런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공룡들의 세계 같은 모습 아닐까? 그런데 이런 문제를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 스트레스는 주로 어떻게 푸나
잠자고 TV 보고. 집사람과 ‘걸어서 세계속으로’ 즐겨 본다. 주말에 드라마도 본다. 지금은 과거 ‘서울의 달’ 같은 서민 얘기가 중심인 드라마가 없어서 아쉽다.


- 자녀는? 몇 살인가?
2명인데 모두 대학생이다. 친구들은 다 할아버지 됐는데 늦었다. (웃음)


- 학비 많이 들어가지 않나? 너무 비싸다.
우리나라 정말 문제 있는 거죠? 저도 아이 문제로 핀란드 유학을 알아봤다. 핀란드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교육비가 안든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핀란드는 작고 국민수가 적어서 그렇다는 얘기도 하는데 우리는 노력이라도 해봤나?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해선 안된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0~5세 무상보육예산을 통과시킨 것이다. 예산소위에 있었는데 장관이 끝까지 승인을 안했다. 양육비 20만원에서 차등지원으로 깎여서 통과됐다. 과거에 상상도 못했던 일 아닌가. 서구유럽은 아이를 미래의 자원으로 생각한다. 국가가 키워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집이라고 생각한다.
복지를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MB정부가 부자감세 해준 것만 100조원이다. 환율개입으로 수출산업은 호황이었다. 그 피해는 누가 봤나? 그 만큼 세금이 줄어서 복지증진을 못했다. 밑바닥에 돈이 안돌아 경제를 더 어렵게 했다. 복지는 국가경제를 선순환시키는 마중물이라고 생각한다.


- 노령연금, 정연연장 등 기대하는 국민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계부채 해결, 노령연금 약속했는데 되고나서 말 바꿨다. 자식들도 20만원 주기 어렵다. 국가가 효자 노릇하는 거다. 주부들이 스웨덴 등 유렵의 복지국가에 관한 책도 많이 읽고 정책적 요구를 많이 해야 한다.


- 복지도 좋지만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높다.
복지를 누려보지 못했고, 그동안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쓰지 못한데 대한 불신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개선해 나가면서 복지도 확대해야 한다. 복지위원회 자리를 안철수 의원에게 양보했는데 후반기에도 복지위원회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


-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건강보험 보장율이 현재 60%정도다. 이를 약화시키면 불신이 커지고 보험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반면 국민들의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사보험에 투자하는 반의 반만 더 건강보험료로 내도 보장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런데 국가에 내는 것은 세금으로, 내가 내는 사보험은 적금처럼 생각한다. 건강보험료 4조원, 개인보험 4조원 정도 된다. 그 돈의 반만 건겅보험료로 내면 거의 100% 보장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공적인 복지역할의 증진에 노력하고 싶다. 군포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정리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 이학영 의원은
·1952년 4월 16일(음력) 전북 순창 출생
·전남대 국문과 졸업
·전남대 대학원 정책학 석사 졸업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전)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전)
·복지국가와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의장(현)
·민주통하당 윤리위원회 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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