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청소년기. 부족한 시간을 아껴가며 열정을 불태우는 청소년들의 동아리 활동은 그들이 살아갈 미래를 설계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저마다의 가슴에 푸른 꿈을 안고 미래를 향한 항해를 시작한 우리 아이들의 동아리활동을 소개한다.
다양한 문화경험으로 성장하는 아이들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유난히 높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체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게 된 이민족들에 대한 편견을 자신도 모르게 쌓아 놓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문화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문화와 피부색이나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밀’은 용인 구성고등학교 다문화학생을 지원하는 봉사동아리로‘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뜻의 순수한 한글이름을 갖고 있다. 현재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이 맑게 갠 하늘처럼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구성고등학교의 허길석 교사는 2010년도 학교 봉사동아리를 맡으면서 경기대 다문화이해교육 2기 연수를 받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눈을 돌렸다. ‘해밀’의 2011년도 봉사활동은 수원에 위치한 한국다문화교육ㆍ상담센터에서 총 17번의 봉사활동과 2번의 다문화 교육을 받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시흥시 시화초등학교에서 매주 토요일 다문화 학생에게 한국어 및 학습부진 과목 멘토링 프로그램(토요학교)을 실시하며 교육봉사 중이다.
봉사로 배우는 더불어 사는 삶
허 교사는“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다문화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없이 그들도 한국인이라는 것을 느끼고 다문화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알리는 전도사의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인종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달하고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해밀’의 역할을 밝혔다.
한글교육은 다문화 어린이 13명의 수준이 다 달라 5단계로 교재를 나누어 수준별 교육을 하고 있다. 수학교육은 사교육을 받기 힘든 다문화 어린이들이 학교진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교과서 위주로 개념이 부족한 부분이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다. 교과 외에도 놀이학습이 있는데 다양한 게임을 통해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고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주기 위함이다.
교육활동은 ‘해밀’동아리 두 명이 시화초등학생 한명과 멘토-멘티로 연결해 가르치고 있다. 신윤재 3학년 동아리부장은 “1학년 때 다문화 교육을 받고 2학년 때부터 시화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쳤다. 봉사는 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봉사는 주는 것 이상으로 받는 것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3학년이 되어서는 안 해도 되지만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올해부터는 교육청지원금으로 버스 대절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시화초등학교까지 대중교통으로는 가는데 만 2시간 반이 걸림에도 그동안 자비를 들여 봉사활동을 해왔을 만큼 24명의 학생들은 활동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2학년 동아리부장인 장한별 양은 “아침 일찍 모여 가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맑은 정신이라 더 잘 가르칠 수 있어 좋다. 시험기간에는 못 가는데 ‘누나 언제 오냐’고 전화가 오면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며 예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며
‘해밀’친구들은 유치원 교사, 파티시엘, 엔지니어 등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엄마를 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세계 속의 한국을 느끼며 세계가 하나가 되는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이 없는 착한 미래를 꿈꾸는 ‘해밀’동아리 친구들의 선한 눈빛은 총기로 반짝였다.
허 교사는 “첫 봉사활동에 2시간 30분이란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며 ‘이건 아니지 않을까’했는데 다문화 학생들과의 첫 만남과 첫 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긴 시간 동안 찾아온 뿌듯함이 학생들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금은 멘티들과 친해지고 학습지원을 하면서 다문화 봉사동아리를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정착하고 사회에 귀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해밀’봉사동아리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해밀’친구들의 마음의 소리
시진엽(3학년) “다문화에 대한 정보는 많이 접했지만 직접 다문화봉사 체험을 해보니 한국어가 서툴러 학교에 적응하기 힘든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수업을 이끌어 가야하기 때문에 수업준비를 하는 등 능동적인 봉사라서 시켜서 하는 봉사보다 배울 것이 많다. 준비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 조금 더 많아지고, 힘들어졌지만 그만큼 더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단순한 봉사나, 학교공부가 아닌 새로운 사람을 대하는 인생경험의 좋은 기회였다.”
윤현식(2학년) “중학교 시절에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한 활동을 했던 것 같은데, ‘해밀’은 진심으로 보람차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치는 일도 재미있고, 멘티와 평소 자주 연락하고 편지도 주고받는다. 편지를 읽어보면 맞춤법이 틀리고 반말이 섞여있지만 진심이 느껴지고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진다.”
신예은(2학년) “수업을 하고나니 막연히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웠다. 두 번째는 준비를 잘해서 그런지 비교적 수월했다. 집에 오면서 순자랑 문자를 했는데,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서 그런지 문자내용이 짧았다. 그래도 그렇게 원하던 동생이 생긴 거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뭔가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무언가가 하루 종일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시간만 때우는 봉사들과 달리 정말 보람 있고 시간이 아깝지 않는 봉사활동이다.”
배지연(2학년) “성휘는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공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더 능률적인 학습이 될까 생각하니 틈틈이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었다. 실제로 해보니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나는 이런 성휘를 단지 한국어교육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보다 더 열정적이고 성실한 아이가 되게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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