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아이가 세상에 나오도록 하는 일은 참 어렵다. 그러나, 상담을 하면서 더 어려운 것은 아이를 도와줄 수 있을 정도로 부모의 대처 방식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스스로 변화할 힘이 없어서 집에 있는 아이에게 뭔가를 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답답한 아빠들은 ‘네가 하겠다고 하면 여행이라도 보내주겠다’, ‘원하면 어학연수를 보내주겠다’, ‘넌 해준다고 해도 못하냐’ 등등의 말을 쏟아낸다. 그러나, 아이는 반응을 하지 않을뿐더러 더욱 움추러든다. 이미 자신에 대한 비난에 무감각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
‘나때는 없어서 못했는데 아이가 나약하다’, ‘아이를 어떻게 키웠길래 이러냐’라며 한탄을 하면 아내는 왜 자신을 탓하냐 하고 결국 부부싸움 일보직전이 된다. 아빠의 기준에서는 아이가 나약한 것이 맞다. 그런데,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이전보다 나약해진 것이다. 힘이 있었는데 없어졌다는 뜻이다. 이전에 힘이 있었던 경험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고, 방법을 달리 하면 개선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학교를 안가는 아이들의 심리적 나이는 실제 연령에 상관없이 대강 5세 정도로 보면 된다. 말하고 걷고 자기가 필요한 건 다 할 수 있지만, 문제해결 방식은 매우 미숙하다. 피자가 먹고 싶으면 바로 먹어야 하고, 학교가 가기 싫으면 안가겠다고 땡깡을 피우면 그만이다. 그러면서도 게임 아이템이 필요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아양을 떨고, TV에서 런닝맨을 볼 때는 너무 해맑게 웃는다.
이렇게 원초적인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이 아이가 사람인가 동물인가 싶을 때도 있다. 나이에 맞지 않는 미숙함에 화를 내기 쉽지만, 아이들의 미숙함을 다른 단어로 한번 바꿔보면, 일방적 해결로 볼 수 있다. 사실 5세 아이들은 일방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화장실 갈 때 말고는 스스로 조절해야할 게 별로 없고, 이 나이 때는 대부분 부모가 쉽게 들어줄 수 있는 요구를 한다.
문제는 이 아이들은 대부분 실제 중학생 이상의 나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해야 할 걸 하지 않으면서도, 부모가 쉽게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한다. 아이의 지적 능력은 실제 나이와 같을지언정, 욕구해소 능력은 5세에 불과하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먼 얘기겠지만, 아빠는 군에 처음 가서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착한 고참을 만난 적이 있는가? 언제 혼날지, 언제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를 안정시켜주고 생활 팁을 알려주던 김상병님 말이다. 군대 신참은 아무리 똑똑한 놈이라도 실수를 연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몰래 초코파이도 챙겨주고, 화장실 가서 잠깐 자고 와도 모른 척 해주면, 어느 순간 김상병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군생활에 의욕도 생기게 된다.
학교가 두렵고, 엄마와 대치하고 있는 아이에게, 아빠가 김상병님이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
지우심리상담센터 성태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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