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사람들 목동 9단지 테니스회

“테니스 공 하나로 일석이조! 건강도 이웃과의 정도 챙긴답니다”

지역내일 2013-05-27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른다''는 서울의 아파트는 삭막함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왠지 모를 어색함에 아파트 안에서 이웃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어색함의 장벽을 테니스 공으로 가볍게 넘기는 주민들이 있다. 개인의 건강은 물론 이웃과 돈독한 정을 나누는 목동 9단지 테니스 동호회. 바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테니스경기장에 모인 주민들을 만나보았다. 
유광은 리포터(lamina2@naver.com)  


공을 치다보면 저절로 건강이 찾아와요
남부법원 뒤편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목동 9단지 테니스 경기장이 있다. ‘탕탕’라켓에 공 맞는 소리가 통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경기장에 둘러친 철조망 사이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라켓이며 복장이 적어도 준 프로급 선수들은 되는 모양새다. 붉은색 흙먼지가 바람에 나부끼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라켓을 흔든다. 공을 따라 이리 저리 뛰는 모습에 보는 사람 이마에도 땀이 나는 것 같다. 얼핏 선수 같아 보이는 이들은 목동9단지 테니스 회원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경기라고 하기에는 수준이 높아 보인다.
일하느라 힘든 하루를 보내고 휴식대신 테니스경기장을 찾는 이유를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건강''이라고 답한다. 열심히 치다보면 하루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몸에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강종렬 회원은 일주일 대여섯 번은 테니스장을 찾는다고 한다. 2003년부터 회원으로 가입해 치기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 째. 이렇게 꾸준히 치는 이유는 무엇보다 건강 때문이다. 강종렬 씨는 "테니스를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력이 강해졌다. 무엇보다 심폐기능이 좋아져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유가 있어 남들보다 더 많이 치게 되는데 그 덕분에 건강은 물론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테니스 경기도 대화도 정겨운 모임
뜨거운 햇빛이 사그라지기 시작하는 저녁 6시쯤부터 테니스경기장은 활기를 찾는다. 먼저 온 회원들이 한바탕 치고 나면 늦은 귀가를 한 직장인들의 경기가 시작된다. 다행히 조명등이 있어 늦은 경기에도 별 지장은 없다고 한다.
"어서 오셔요. 파트너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같이 치면 되겠네요."
시합을 구경하던 한 회원이 막 들어서는 회원에게 말을 건넨다. 목동 9단지 테니스회에서는 회원들의 구력에 따라 경기를 같이 하는 편이다. 실력이 비슷해야 치는 사람도 재미있고 못 치는 사람도 미안하지 않기 때문. 그래서 수준에 따라 모이는 시간도 비슷하다.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저녁 6시부터 8시에 모이는 회원들의 수준이 높단다.
주부끼리, 부부들끼리 마음이 통하는 회원끼리 같이 치는 경우도 흔하고, 시합 전 후 나누는 회원들 간의 대화도 경기만큼이나 정겹다. 시합에 앞서 고지연 회원이 다음날 아들 군대 면회 간다는 이야기를 하자 회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조언을 건네며 아들 면회를 앞둔 설렘을 함께 나눴다.
  
스스로 만들어 가는 동호회 
9단지 테니스회에 등록돼 있는 회원은 98명. 이중 가장 오래된 회원 중 한 명은 홍성균 회원이다. 1987년 아파트 입주 때부터 테니스회에 가입해 초창기 총무를 거쳐 지금까지 열성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는 주민들은 직업도 나이도 다양하다.
서용섭 회원은“테니스에 관심이 있고 운동을 좋아하는 9단지 주민이라면 누구나 테니스 회에 가입할 수 있다. 운동에 자신이 없는 초보자는 처음에는 레슨을 받다가 회원들과 같이 어울리면 된다"고 말한다. 레슨은 9단지 테니스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치로부터 받을 수 있다. 
테니스회에서는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것뿐 아니라 관리도 맡고 있다. 따라서 회원들의 회비는 필수다. 정회원은 연회비 30만원, 부부 회원은 50만원이다. 9단지에 살지 않지만 테니스회 활동을 희망하는 경우 준회원의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때는 정회원 회비에 5만원을 더 내면 된다. 회비를 내지 않더라도 9단지 주민이면 회원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테니스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요즘 어때요? 몸은 괜찮아요?"라고 옆 회원에게 말을 건네는 전상배 씨. 한의사인 전 회원은 공을 주고받기에 앞서 같은 회원들 간의 안부가 먼저다. 작은 테니스공을 주고받으며 건강과 이웃의 정을 키워나가는 9단지 테니스회. 회원들이 주고받는 공만큼 아파트 이웃 간의 정도 깊어지길 기대한다.


미니 인터뷰
강종렬 회원 
''테니스는 승부욕 강한 사람에게 매력적인 운동''
여러 가지 운동을 해 보았지만 테니스가 제일 재미있습니다.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기 때문에 저처럼 승부욕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매력적이지요.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람을 사귈 수 있어서 좋아요. 테니스는 혼자 할 수 없는 운동이니까요. 동호회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습니다. 테니스로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 건강해 지는 것을 느낍니다. 



강희라 회원
''함께 운동한 덕분에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9단지로 이사 온 후 남편이 테니스회에 가입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좋아보였어요. 그래서 저도 따라하게 되었지요. 테니스를 친지 벌써 팔구년이 되었네요. 부부가 취미가 같으니까 같이 있는 시간도 많아서 그런지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테니스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 대화의 폭도 더 넓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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