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대산면 작은 목욕탕 1호점 탐방
“단돈 천원으로 이런 행복 어디서 못 사요!”
작은 목욕탕 1호점 개장으로 지역주민 후끈!
한적한 골목길에 머리 희끗한 며느리가 허리를 잔뜩 구부린 노모를 모시고 걷고 있다. 한쪽 팔로는 늙은 어머니를 부축하고 또 다른 팔에는 목욕바구니를 건채. 싸드락싸드락 발걸음을 옮기며 걷는 풍경이 마치 마실 나가는 모녀 같다. 돌담까지 배경으로 받쳐준다면 한편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이다.
지금껏 농촌 어르신들의 목욕탕 문화는 그리 녹록하지가 않았다. 목욕탕은 고령화된 농촌 현실에 비해 시간·경제적으로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었다. 이에 전북도가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과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고창군 대산면에 작은 목욕탕 1호점(063-562-8360)을 개장했다고 하여 찾아보았다.
작은 목욕탕, 농촌 고령인구의 맞춤형 복지시설
전북도가 5대 생활밀착형 삶의 질 향상 시책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로 고창군 대산면 시장길 주민자치센터내에 작은 목욕탕 1호점을 지난 4월 말에 개장을 하고 인근 주민들을 맞았다. 온탕과 냉탕, 사우나실, 화장실, 탈의실 등을 갖추고 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노약자를 위한 핸드레일까지 갖춘 최신 시설이다.
작은 목욕탕은 운영비 절감을 위해 남탕과 여탕 구분 없이 하나의 탕으로 조성해 남자는 월·수·금, 여자는 화·목·토요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장애인은 무료이며, 65세 이상 노인과 미취학 아동은 1000원, 일반주민은 20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여름철 7~8월, 일요일 설·추석 명절 당일은 휴무이다.
고유가시대를 맞아 경유보일러 대신에 공기 열 순환펌프를 사용해 기름 값도 아끼는 알뜰함까지 갖추었다.
목욕탕 관리자는 “더운 날씨에도 하루에 남자는 25명, 여자는 60명이 넘게 찾아와요. 농촌에 노인인구가 많고 그 중 여자가 남자보다 많다 보니 여자이용객들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이른 아침부터 목욕탕 앞에서 문 열기만을 기다리기 할머니들도 많아요.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전남 영광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이제 우리동네 명물이예요.”라고 말한다.
“이리 좋은 게 왜 이제야 왔냐! 병원보다 더 좋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음에도 작은 목욕탕 이용 주민들의 입에서는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개장 이후, 남녀 격일제로 운영되는 이용일마다 작은 목욕탕을 찾는다는 오이순(61·주부)씨는 “먼데 안 가고 차비 안들이니 얼마나 좋아? 옛날엔 버스 타고 차비 들이면서 댕겼어. 그러니 자주 갈수가 있었어야지. 일주일에 한번이나 가면 잘 가던 목욕탕을 요새는 일주일에 화목토 이렇게 세 번을 가. 아저씨가 더 좋아하지!”라며 호탕한 웃음을 치신다.
작은 목욕탕이 생기기 전에는 가까운 영광으로 목욕탕을 다녔다는 오씨. 명절이나 농번기 또 눈이 오는 겨울이면 더할 나위 없이 불편했었는데 이제 집 근처에 목욕탕이 딱 들어서니 가까워서 좋고, 목욕비가 타고 가던 버스비보다 더 저렴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단다.
“목욕탕 가면 친구도 많아. 화요일마다 만나기로 했어. 진작 생겼어야 했는데...좀 늦었어도 지금이라도 생겼으니 다 감사하다고 혀. 내일도 문 열면 또 갈거여!” 오씨의 말이다.
자영업을 하며 농사를 짓는 김영관(64.세탁소)씨는 “동네에 목욕탕이 생기기 전에는 읍내로 나갔지. 지금은 가까운데서, 자주 하니 깨끗하고 개운하고 너무 좋아! 병원가서 물리치료 받는 것 보다 더 좋아! 또 병원보다도 훨씬 싸잖어?”라고 말한다.
조금 좁은 것이 험이라면 험이라 샤워 할 때 거품이 탕으로 들어가는 불편함 외에는 “최신식”이라며 작은 목욕탕이 최고임을 강조하신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다음에 혹 확장을 하게 되면 지금 사용하는 것은 남탕으로 하고, 그 옆에 여탕 하나만 더 지어 줬으면 좋겄어”라고 김씨는 말한다.
예산부족으로 운영에 차질? VS 농번기때 시간 좀 늘려주면...
“대부분 천원을 들고 오는 손님이라 그 수입만으로는 유지도 어려워요. 관리자도 격일제로 남성 여성 번갈아 가며 자리를 지켜야 하고...” 대산면 관계자의 말이다.
영화관이나 도서관보다 농촌 어른들께는 더욱더 절실했던 작은 공간 목욕탕. ‘나이 들수록 몸을 더 정갈히 하라’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게 농촌의 현실이기도 했다.
“시골의 혼자된 노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사업입니다. 아예 몸이 많이 불편한 노인은 시설이나 장비를 이용해 목욕을 할 수 있지만 혼자계신 어르신들은 목욕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그러다보니 한달에 한두번 씻곤 했는데 목욕탕이 생기니 얼마나 좋아요? 이런 곳이 혹여라도 예산부족으로 문이라도 닫게 될까봐 그게 제일 큰 걱정입니다”라고 면 관계자는 말한다.
작은 목욕탕을 개장날마다 이용한다는 김씨는 “지금이 한창 농번기인데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목욕탕을 이용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열심히 일한 젊은 사람들을 위해 목욕탕 운영 시간을 좀 늘려주면 금상첨화겠어요”라고 말한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제 자리를 찾은 듯 대산주민들과 함께하는 작은 목욕탕 1호점. 고창군은 올해 목욕탕이 없는 면을 대상으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기존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4곳을 더 개장한다고 한다.
작은 것으로 크게 나누며 소소한 것에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몸도 마음도 훈훈해지는 우리동네 사랑방 작은 목욕탕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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