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에서 공연을 하다니…. 너무 흥분되고 기뻐요!”
다문화 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선진의식이 과도기를 겪는 가운데 다문화 여성으로는 세닐닌 세르반테스(35)가 천안 최초로 뮤지컬에 출연한다. 천안시 전체가 즐길 뮤지컬 무대다.
* “열심히 할 거예요!” 양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자신감과 열의를 나타내고 있는 세닐닌씨.
필리핀에서 타향만리 낯선 한국 땅으로 시집온 지 7년. 세닐닌씨의 한껏 상기된 얼굴에는 긴장하는 모습과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한 기쁨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는 24일(금) 천안 명동이라 불리는 대흥동과 오룡동 일대에서 ‘천안판페스티벌’이 열린다. 세닐닌씨는 이날 오렌지씨네스타 앞에서 오후 7시 개막공연작인 ‘아이 러브 천안(I Love Cheonan)’ 뮤지컬에 출연해 현실의 자신과 많이 닮은 다문화 여성을 연기한다.
‘아이 러브 천안’은 천안의 딸 부잣집으로 시집 온 필리핀 여성이 시누이들과 함께 홀시어머니를 결혼시킨다는 줄거리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뮤지컬로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든든한 남편 덕에 시작했어요” =
세닐닌씨도 처음엔 그저 한국이 낯설기만 했다. 먼저 시집 온 이모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한국과의 인연은 없을 뻔 했다.
“이모가 한국에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저도 한국으로 시집오게 됐어요.” 지금의 남편은 이모부의 지인이다. 세닐닌이 한국에 오기 전 취업을 멈추고 집에 있을 때 6개월 동안 용돈까지 보내준 착한 남편이다. 덕분에 세닐닌씨는 한국이 더욱 좋아졌고 남편이 고맙기만 하다.
남편은 세닐닌씨가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원어민 강사가 될 수 있게 격려했다. 또한 천안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충남뮤지컬단의 오디션에도 합격한 그녀가 배우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게 응원했다.
‘아이 러브 천안’ 대본을 썼던 김재복 단장은 뮤지컬 공연이 처음인 세닐닌씨를 위해 대사 분량을 조절했다. 김재복 단장은 “천안에도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인구 백만 도시를 향해가는 천안이 다문화가정과도 잘 어우러지는 문화를 보여주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정착되길 기원해 실제 다문화여성을 출연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과 나란히 서는 공연, 정말 감동적!” =
영어가 유창한 그녀는 4년째 원어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영어를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자연스레 스트레스도 쌓인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뮤지컬 공연을 위한 연습에 몰두하며 힘들었던 하루를 씻은 듯 잊는다. 필리핀 전문 식당을 개업해 바쁜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세닐닌씨는 연습시간이 정말 재밌다.
연습실은 개막을 앞두고 출연 배우들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세닐닌은 자신의 분량이 아니어도 열심히 보고 들었다. 어느 것 하나 놓칠세라 동그란 눈을 더욱 반짝였다.
“한국말도 많이 늘고 배우들이 편견 없이 잘 챙겨줘 감사해요. 한국인과 함께 공연하는 것이 꿈만 같아요.”
무엇보다 한국인과 나란히 무대에 선다는 게 그녀에겐 넘칠 듯한 기쁨이다. 그녀의 천안 판페스티벌 개막공연 출연이 확정되자 주변 다문화여성들도 힘을 받았다. 세닐닌씨는 무척 행복해하며 한국에 사는 다문화여성들이 자신처럼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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