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바꾸는 ''전북 작은 시리즈''
담장으로 들어온 영화관·목욕탕 … 지역공동체 생기 ''팍팍''
전북도 삶의질 향상 시책 속속 진행 … 새정부 지역혁신 사례 주목
2011년 8월 김완주 전북지사는 ''따뜻한 도정'' 구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도정의 무게중심을 지역의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맞추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무상급식·보육 문제에 대한 여론이 찬반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부딪히던 상황이어서 전북도의 이러한 구상은 현실성에 대한 논란을 던지기도 했다. 이른바 ''삶의 질 향상'' 구상은 2012년 전북도정에서 구체화됐다. 전북도는 ''작은 행복, 큰 만족''을 내세우며 5대 생활밀착형 시책을 추진했다. 도내 곳곳에 작은 문화·체육복지 시설을 늘려 도민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다는 이같은 구상은 기업유치·중소기업 유치 등을 통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더불어 핵심시책으로 자리잡았다. 전북내일신문은 전북도 삶의질 시책의 핵심사업인 ''작은시리즈''의 취지와 추진상황, 계획 등을 상세하게 보도한다. - 편집자 주-
"낮에 일하고 밤엔 문화를 즐긴다"
전북도는 2012년 말 2013년 예산편성에 앞서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과 민생을 지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위한 일자리, 중소·향토기업을 지키고 키우는 사업과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자리를 잡았다. 더불어 새롭게 제기된 ''삶의 질 향상'' 시책이 포함됐다. 주민의 여가와 문화욕구를 지역공동체 안에서 해결해 더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전북발전연구원이 실시한 ''전북도민 문화향유실태조사''(2012년 4월)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조사 응답자(1,100명) 중 69.5%가 1년에 1회 이상 예술행사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앞으로 예술행사를 관람하고 싶은 사람은 78.5%였다. 전발연 장세길 부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고소득 주민의 문화예술 향유율이 저소득층보다 높지만 경험하고 싶은 희망비율은 소득간 격차보다 훨씬 적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경제적 소외계층이라고 해서 예술향유 욕구가 낮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예술향유는 있는 사람의'' 선택적'' 욕구가 아니라 인권으로서 누려야할 ''필수적'' 욕구라는 것이다. 이같은 사전조사는 전북도의 삶의 질 시책의 출발점이 됐다. 생활공간 가까운 곳에 영화관·도서관·예술촌과 목욕탕, 체육시설 등을 늘려 주민들의 문화·복지 향유 기회를 늘린다는 판단이다. 지역에 작은 문화공간을 만들어 ''주경야문''(낮에 일하고 밤에 문화를 즐긴다)을 원하는 주민들이 시간이나 접근성 때문에 포기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여기에 문화예술·스포츠 시설 등이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작음''이 주는 ''큰 행복''
전북는 ''5대 생활밀착형 문화시설'' 확충 시책을 제시했다.
도내 모든 시군에서 영화 개봉작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작은 영화관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당장 영화관이 없는 지역에 8개의 작은 영화관을 조성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농촌 영화관인 ''장수 한누리시네마''가 모델이 됐다. 한누리시네마는 최신 영화관은 물론 3D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도심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췄지만, 관람료는 도시권보다 5000원이 싸다. 무엇보다 마땅한 여가시설이 없어 노래방, PC방으로 향하던 청소년부터 할머니, 주부 등이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북도는 한누리시네마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제, 임실, 완주, 진안, 무주, 순창, 고창, 부안 등에 작은영화관을 조성한다.
또 목욕탕이 없는 농촌지역에 저렴한 요금의 목욕탕 조성사업도 진행중이다. 이른바 ''1000원 목욕탕''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2014년까지 50개가 들어선다. 올 5월 1일엔 고창 대산면 주민자치센터에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읍내로 목욕을 다녀야 했던 주민 불편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작은·학교도서관 조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도서관을 생활의 문화공간으로 포함 시켜 도민의 문화향유권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전시나 행사 중심의 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주민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방하고 육성하는 사업도 눈에 띤다. 7개 시군에 12곳을 사업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생활체육시설(12개), 동네체육시설(52개), 장애인 체육시설(3개) 등을 확충하는 사업도 벌인다. 15분 이내에 체육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시설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43% 수준인 스포츠 참여율을 2020년까지 60%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곧 도민들의 동호회 활동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1만원만 내면 동호회나 도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연습실, 자유롭게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주민예술촌'' 건립 사업도 추진된다.
정부도 주목하는 ''작은 시리즈''
도는 이같은 삶의질 향상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 조례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조례안은 도민의 삶의질 향상을 위한 기본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문화복지·체육복지·농어촌지역 활력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삶의 질 시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방책이다.
이와함께 전북도의 삶의 질 작은시리즈는 새정부의 지역 혁신사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북에서 시작된 이른바 ''전북정책''이 국가정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자치단체 문화정책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북 장수군에서 시작된 ''작은영화관'' 건립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와함께 전북형 슬로시티 공동체 구상의 핵심사업인 로컬푸드 운동은 정부의 농산물 유통단계 줄이기와 농촌활력사업 모델로 평가를 받고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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