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부산·경남이 심상찮다

의원들 잇따른 단합모임 … 선거앞두고 집단화 조짐

지역내일 2002-02-07 (수정 2002-02-07 오전 8:14:47)
한나라당내 부산·경남 의원들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찮다. 각종 선거의 공천권을 놓고 이회창 총재와 물밑 기싸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5일 경남출신 국회의원 12명이 경기도 소재 한 골프장에 모였다. 올 한해 바쁜 정치일정을 앞두고 단합을 도모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의원들 사이에 논의된 내용은 단순한 단합 의미를 뛰어넘는다는 게 중론이다.
경남도지부 수석부위원장인 김학송(경남 진해)의원은 “단합을 다짐하는 자리였고 얘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방선거 등의 얘기가 나왔다”면서“의원들 사이에서 경남지사 선출에 대해 현역의원 가운데 한 명이 나서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김기춘(경남 거제) 의원도 “경남출신 의원들이 의기투합하는 자리였다”면서도 “의원들이야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현직인 김혁규 지사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연말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아직 거취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 문제는 이회창 총재와 김영삼 전대통령의 관계 회복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높다. 그런데도 경남 의원들이 모여 ‘현역의원 가운데 한 명이 단체장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는 식으로 못박은 것은 이 총재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흐름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시위하는 측면까지 있다.
이에 대해 김학송 의원은 “김 지사가 대선 출마를 시사해 놓고 지금까지 거취표명을 미루고 있다”면서“경남지사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6일에는 부산지역 출신 의원 14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의원들은 이 자리서 김진재 의원의 부총재 재도전과 박관용 의원의 국회의장 도전을 조율하면서 ‘부산의원들이 똘똘 뭉쳐 부총재와 국회의장을 만들자’며 결속을 다졌다
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각 이날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는 이기택 전의원의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 이회창 총재가 직접 참석하면서 둘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급속하게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도는 상황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고손태인 의원의 지역구인 해운대·기장갑 지구당을 맡을 인물로 이기택 전의원을 자주 거론돼 왔다.
하지만 부산의원들이 이날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부산의원들은 이 전 의원의 당 복귀를 내심 반기지 않는 상황이다. 부산지역 세력판도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4·13 총선 공천과정에서도 부산의원들은 당지도부가 결정한 위원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단 반발해 결국 번복한 전례까지 있다.
부산출신 한 중진의원은 “경남의원들의 움직임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부산도 시장문제를 비롯해 내부에서부터 조정을 하려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 또한 대선을 앞두고 통큰 포용정책으로 부산경남을 두루 껴안는 모양을 보이고 싶어하는 이 총재와는 배치된다. ‘지역문제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부산경남 지역의원들의 잇따른 시위(?)에 이 총재가 어떻게 대처할 지 주목된다. 힘 겨루기는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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