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대책 이후 임대아파트 인기 높아져

지역내일 2013-05-14 (수정 2013-05-14 오후 1:52:06)
청약은미달, 계약률은 고공행진 … '빚내서 집 안산다'는 심리 퍼져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4·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신규 분양시장보다 임대아파트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4·1 대책을 통해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서민들은 실속있는 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프트 공가모집, 경쟁률 수백대 1 = 지난달 중순 실시한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 잔여공가 청약' 결과 1순위 82가구 모집에 무려 5195명이 지원했다. 평균경쟁률은 63.4대 1을 기록했다. 잔여공가란 기존에 사던 입주자가 이주 등을 이유로 퇴거한 뒤 비어있는 집을 말한다.

27개 단지 모두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지지구 6블록(송파파인타운)의 경우 전용면적 59㎡ 1가구 모집에 368명이나 신청했다. 소형은 물론 중대형 아파트 인기도 높다. 송파파크데일의 전용 114㎡은 1가구 모집에 33명이 지원했다.

SH공사는 또 지난달 공공 및 주거환경, 재개발 등 임대주택 잔여공가 61개 단지 1585가구를 모집했다. 평균 경쟁률은 4.63대 1로 24개 단지는 경쟁률이 두자릿수를 넘어섰다. 이중 '당산 SH 빌'은 4가구 모집에 412명이 신청해 103대 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공 및 주거환경임대주택은 서울시가 무주택 시민을 위해 지은 주택이다. 도시계획사업과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으로 발생된 철거민 등에게 우선공급하고 남은 가구를 임대로 공급한다. 재개발 임대주택은 재개발 철거세입자에게 우선공급하고 남은 공가를 저소득계층에게 공급된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경우 최고 20년간 인근 지역보다 80% 가량 저렴한 전세보증금만 내면 거주할 수 있다. 5% 이상 임대료가 오르지 않도록 세입자 보호 장치도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는 더 저렴하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당산 SH 빌' 59㎡는 임대보증금 3329만원에 월임대료 35만6700원을 내면 된다.

인천도시공사가 지난달 공급한 인천 구월보금자리지구 A1블록 10년 분납임대(511가구), B2블록 10년 공공임대(602가구) 아파트는 청약 1순위에서 최고 7.65대 1로 모두 마감됐다. LH가 올해 초 처음으로 공급한 장기전세주택 역시 우선공급에만 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LH 관계자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주택매입에 들어가는 자금 문제가 가장 크다"며 "목돈 부담없이 거주 문제를 해결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임대, 계약률 80%는 기본 =공공임대와 달리 민간임대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비싸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민간임대아파트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남해주택건설이 대구에 문을 연 민간임대아파트 '남해 오네뜨' 견본주택에는 지난 주말에만 1만5000명이 몰렸다. 이 아파트는 대구 테크노폴리스 A6블록에 전용면적 59㎡ 792가구 규모다.

모아주택산업은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향남2지구에서 전용면적 74~84㎡ 496가구로 구성된 민간임대아파트 '화성모아엘가'를 분양했다. 일반공급 433가구 모집에 3순위까지 586명이 신청해 평균경쟁률은 1.35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달만에 100% 계약을 마무리했다. 당첨자 80%가 계약했고, 선착순계약을 통해 나머지도 모두 입주계약을 했다.

중흥종합건설은 지난달 9일 세종시에 민간임대아파트 '세종 중흥 S-클래스 프라디움'과 '세종 중흥 프라디움' 1459가구를 분양했다. 3순위 청약까지 신청자는 285명으로 대규모 미달이 발생했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에 대한 선착순 계약이 시작되자 이변이 발생했다. 13일 현재 전체 계약률은 83%. 59㎡형과 84㎡ 계약률은 각각 90%와 75%에 달했다.

중흥종합건설 관계자는 "청약통장이 없는 세종시 거주민이 상당수 계약했다"며 "현재 가지고 있는 집을 세놓고 임대주택에 거주하려는 목적의 계약자도 상당수 됐다"고 말했다.

민간임대 전문업체로 유명한 부영도 계약률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부영은 지난 3~4월 '동해해안 사랑으로' '광양광영 1·2차 사랑으로' '광주첨단 2지구 사랑으로' 등 3개 단지 3000가구를 분양했다. 동해해안 사랑으로는 85%, 광양광영1·2차와 광주첨단2지구는 각각 80%의 계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 분양 아파트가 임대 아파트로 전환된 경우도 있다. 경기도 남양주 '호평1차 대명루첸(1130가구)'은 지난해 11월 일반분양으로 분양했다가 분양전환 10년 임대아파트로 바꿔서 재분양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은 3순위까지 청약통장을 가진 무주택자만 청약을 할 수 있다. 이미 주택을 갖고 있거나 청약통장이 없다면 선착순추첨을 통해 계약할 수 있다. 보증금을 높이면 월임대료를 낮출 수 있고, 약정된 기간 중 절반만 거주하면 해당 시기의 감정가로 분양전환을 할 수 있다. 아예 확정분양가로 분양된 곳도 있다.

나중에 분양전환을 받기 위해서는 1~3순위 당첨자는 무주택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선착순 추첨을 거친 유주택자는 거주만 하면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결국 해당 지역에 실제 거주를 하려는 사람들이 임대주택 시장에 몰리는 것이다.민간 임대아파트는 전세시세보다 낮은 보증금과 월임대료, 관리비만 내면 된다. 임대로 거주하는 동안 취득세와 재산세 등에 대한 부담이 없고, 소유권 전환여부도 약정 기간 이후에 결정하면 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규분양보다 자산관리가 용이한 임대주택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라며 "주택을 재테크 개념으로 보지 않고 주거 개념으로 인식하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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