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6월 중단’에 주민 애간장

지역내일 2013-05-14 (수정 2013-05-14 오후 1:52:57)
월 52만원 받는 한 주부 "답답해요"
"정부 육아정책, 신뢰할 수 있어야"

"양육수당이 지급돼 많은 도움이 됐는데 재정이 어려워 시행 몇달 만에 중단해야 할 위기라는 보도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고 답답해요."

맞벌이를 하던 김 모(36·구로구 구로4동)씨는 세살난 첫째 아이는 구립어린이집에 보내고 지난 2월에 태어난 둘째 아이는 출산휴가를 내서 집에서 키우고 있다. 김씨는 올해 0~5세 무상보육이 전면 실시되면서 알짜배기 수혜를 받고 있다. 구립어린이집에 다니는 첫째 아이에게는 월 32만원의 보육료가, 둘째 아이에게는 20만원(0~만1세 미만)의 양육수당이 나와 매달 52만원의 혜택을 보는 셈이다. 연 600만원이 넘는다. 김씨 부부가 맞벌이 하면서 벌어들인 연 가구소득 6000만원의 10%에 해당한다.

무상보육 실시로 김씨가 혜택 받은 것은 이 뿐만 아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구립어린이집에 첫째 아이 입소 신청을 해놓고 둘째 아이가 태어난 올 3월에 입소시켰다. 1년만이지만 늦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김씨는 "양육수당이 지급되면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엄마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첫째 아이가 빨리 구립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둘째 아이도 세살 때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2년 전인 지금 신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무상보육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당장 월 50만원이 넘는 양육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또 3개월인 출산휴가가 끝나면 다시 업무에 복귀할 지,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할 지 결정해야 한다. 그는 "양육수당이 지급될 때는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함께 집에서 좀더 지내려고 했는데 중단되면 돈을 벌어야 할 것 같다"며 "정부가 대책없이 무상보육 대상을 늘려 놓고 몇달도 안돼 중단하겠다고 하면 엄청난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상보육 중단위기가 알려지면서 김씨처럼 지원을 받는 주민들이 자치구에 잇따라 문의하고 있다.

강북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치구별로 무상보육 재정상황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아는데 우리 지역은 어떻게 되느냐는 문의가 많다"며 "정부가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지 않으면 무상보육을 당장 중단해야 할 형편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도 있다. 이 모(38·강동구 암사동)씨는 만4세와 18개월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이씨는 두 아이의 양육수당으로 매달 25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남편 혼자 버는 가구소득이 4000만원 정도다. 이씨는 "무상보육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데 얼마나 오래 갈 지 모르겠다"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육아정책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상보육이 필요없는 강남 부자는 물론 재벌 아이들에게도 지원하는 것이어서 정책이 처음 나올 때부터 말이 많았던 사업"이라며 "정부의 육아정책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6월 말부터 양육수당 지급이 중단될 상황이며, 보육료는 9월이면 대부분 지원이 끊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무상보육에 관한 국고 보조율을 상향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통과가 쉽지 않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여야 간에도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무상보육에 대한 국고 보조비율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은 기존 20%에서 40%로, 다른 시·도는 50%에서 70%로 국고 보조비율을 올리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같은 국고 보조비율의 상향으로 연간 1조4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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