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폼페이를 아십니까?’ 이탈리아의 폼페이 유적지는 잘 알고 있지만 송파구에 2000년 전 유물이 고스란히 잠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잊고 지냈던 한성백제의 5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풍납토성,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게임을 통해 유적의 가치를 알아보는 역사체험교실이 인기몰이중이다.
“선생님, 토기가 나왔어요.”, “유물을 발굴 할 때는 조심조심 파야 해요. 유물을 찾으면 꼭 모눈종이에 정확한 위치를 표시하고요.” 경당지구 유적지 모래 속에서 유물을 찾는 아이들 얼굴에는 흥분이 묻어난다.
위례역사문화연구회가 송파구와 손잡고 4월부터 선보인 문화재 생생체험 교실에 참여한 가족들의 반응이 뜨겁다. 풍납토성, 석촌동고분군, 몽촌토성, 한성백제박물관 일대를 돌며 올 연말까지 열리는 체험교실은 문화해설사 중심의 유적지 투어에서 탈피해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션 수행, 유물발굴하며 백제역사 체험
첫 순서로 ‘생생체험_풍납토성편’이 4~5월 진행 중이다. “가족 단위로 참여한 50여명은 풍납토성 일대 한성백제 유적지가 표시된 지도 손수건을 들고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임무를 완수할 때마다 문화해설사들은 스티커를 선물하며 꼭 필요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팀별로 경쟁을 붙여 게임, 놀이, 만들기 등의 재미 요소를 가미하니까 호응도가 상당히 좋아요. 신청 접수 당일 바로 모집이 마감됐어요.” 조두현 위례역사문화연구회 해설사의 설명이다.
풍납리 토성사적비, 경당역사지구, 풍납토성 일대를 뛰어다니며 풀어야 할 미션은 꽤 까다롭다. “백비 관련 단문 쓰기, 고구려에 땅을 빼앗기고 죽은 21대 백제왕 맞추기 퀴즈처럼 문제 난이도가 쉽지 않으니까 더욱 집중하게 되네요. 책으로만 역사를 배웠던 초등3, 5학년 두 아이는 ‘런닝맨’처럼 장소를 옮겨 다니며 게임을 하니까 즐거워하네요.” 박영하(풍납동)씨가 소감을 밝힌다. ‘아이스크림 사먹기’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미션까지 곁들여 지자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특히 경당 역사문화공원에서 진행되는 유물 발굴체험은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아파트와 주택이 빽빽이 들어선 풍납동 땅 밑에 지금도 수많은 백제 유물들이 묻혀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설명과 함께 발굴 체험장을 만들어 아이들이 직접 토기, 기와 같은 백제 유물을 모래 속에서 찾아, 발굴보고서까지 써보도록 합니다. 유물 발굴의 전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셈이죠.” 조 해설사가 덧붙인다.
초등 5학년생 박혜린양은 “학교에서 우리 역사를 배우는 중인데 책에서만 봤던 유물 발굴을 직접 해보니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자녀와 함께 참여한 박상열(잠실동)씨는 “500년간 지속된 한성백제의 역사적 의미를 처음 알게 돼 뜻깊다”며 “엄마, 아빠까지 적극적으로 참여시킨 독특한 가족나들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가족 단위 신청 받아 무료로 진행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위례역사문화연구회는 ‘송파 역사’를 화두로 1997년부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지금까지 문화재 ‘보존’에만 치중했다면 점점 ‘활용’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중입니다. 이번 체험교실 프로그램을 짤 때도 ‘역사’를 ‘현재’ 속에 어떻게 녹여낼 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사실 백제 왕궁이 있었던 풍납토성은 세계적인 규모의 토성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물 때문에 풍납동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 고통이 큽니다. 세계적인 관광지 폼페이처럼 풍납토성 일대는 매력적인 관광자원입니다. 일단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널리 알리며 차근차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오덕만 회장이 덧붙인다.
6~7월에는 석촌동고분군에서 백제고분체험, 9~10월에는 소원 담은 유등 들고 몽촌토성 성곽돌기 체험이 예정되어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우리 동네 유적지’
풍납토성
백제의 첫 왕성으로 둘레 3.5km, 높이 11m 이상으로 평지에 쌓은 토성 가운데 세계적인 규모로 당시 백제의 국력을 엿볼 수 있다. 현재는 2.2km만 남아있다. 성 안에는 궁궐, 도로, 우물, 부엌 창고 등이 확인되었고 성벽 바깥쪽으로는 해자가 둘러싸고 있었다.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한성백제박물관에는 풍납토성 일부를 그대로 잘라 옮겨놓은 토성 절개면을 전시해 놓고 있다. 시루떡처럼 층층이 다져 쌓은 판축법, 나뭇잎 등을 깐 부엽법 등 당대 백제인의 축조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경당지구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왕궁터임을 입증하는 청동초두, 허리띠장식 등이 출토된 곳. 사당으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제사지낼 때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말 머리뼈, 우물, 창고, 대부(大夫)라는 한자가 새겨진 목 짧은 항아리 등 중요 유물이 발견되었다.
경당연립이 있던 자리를 공원으로 조성해 놓았으며 유물 발굴 조사가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견된 백제 유물
1997년 1월 선문대 이형구 교수팀이 현대리버빌아파트 신축공사장에 몰래 잠입, 수막새, 토기 등 수많은 백제 유물을 발견해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신고함으로써 백제의 왕성이었던 풍납토성의 가치가 인정받게 되었다. 풍납1,2동 주민 8000세대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풍납토성 일대는 현재 건축 제한 등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많아 문화재 발굴과 보전을 넣고 치열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2013 송파구 문화재 생생체험 ''백제의 피라미드를 찾아라''
-일정 : 6월8일(토), 6월15일(토), 6월29일(토), 7월6일(토), 7월13일(토) 총 5회
-장소 : 석촌동고분군(송파구 석촌동)
-내용 : 해설사와 함께 고분 투어,
돌무지 무덤을 쌓을 돌울 구하라
무덤 속이 궁금해 (껴묻거리 만들기, 유물발굴체험)
문화강국백제 (패션리더 백제인형 만들기, 백제의상체험)
-대상 : 가족 및 모둠 단위로 접수 (참가비 무료)
-모집기간 : 5월13일(월)부터 선착순 전화 접수
-문의 : 위례역사문화연구회 02-3401-0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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