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스승의 날’

잊지 않을게....... 그날의 기쁨과 감동!

지역내일 2013-05-14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5월15일은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스승의 날’이다. 365일 변함없어야 할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지만, 스승의 날은 특별히 이런저런 방법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선생님께 표현하는 날이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뿍 담긴 선물과 자신의 속마음을 깨알같이 써내려간 손 편지가 등장을 하고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를 ‘깜짝’ 방문하기도 하다. 물론 며칠 전부터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머리를 싸매는 학생들도 있다. 
 우리지역 학교 선생님들이 그들의 기억에 남는 가장 특별한 스승의 날에 대한 ‘기억’을 들려줬다. 학생들의 사랑과 마음이 담긴 그들의 ‘스승의 날’을 소개한다.
                                            박지윤 오미정 오현희 리포터 


 
카디건 내밀며 펑펑 운 아이
                         동북고 권영부 교사
 내가 담임을 맡았던 직업반에서 L은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아이였다. 사실 직업반은 성적도 처지고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 인문계고의 아웃사이더다. 하지만 L은 구김살 없이 늘 해맑았다.
 갑자기 L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그 아이.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암투병중이었고 우유배달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다고 한다. 그 아이의 가슴 아픈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진 나는 반 학생들과 장례를 함께 치렀다. 그 후 어머니 일을 떠맡은 L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우유배달을 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고단한 나날이 이어졌다. 천애고아가 된 그 아이가 늘 마음이 쓰인 나는 틈날 때마다 불러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얼마 후 첫 월급을 탔다며 스승의 날 즈음, L은 갈색 카디건을 수줍게 내밀었다. 마음 속으로 울컥했다. “너의 예쁜 마음만 받을게. 얼마나 힘들게 번 돈인데 선생님은 받을 수 없구나. 네가 입으렴.” 완곡하게 거절하는 내 앞에서 L은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고심해서 선물 고른 이야기며 그동안 의지가 많이 되었다는 속내까지 털어놓았다. 그 후로 나는 L이 선물한 카디건을 ‘교복’처럼 늘 입고 다녔다. 그 뒤 여기저기 수소문해 장학금을 받게 된 그 아이는 무사히 졸업해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그 카디건은 옷장 속에 소중히 걸려있다. 지금은 살이 쪄 입지 못하지만 L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 옷은 내겐 최고의 선물이다.



 “오늘은 스승의 날, 너희들 세상~”              
                            광문고 문상훈 교사


 가끔은 생뚱맞은 녀석들의 엉뚱함이 지친 교실에 활력을 주곤 한다. 만우절이면 어김없이 학생들의 장난기가 선생님들을 당황스럽게 하지만 그런 녀석들의 행위가 밉지만은 않다. 수업 진행에 한참 도취되어 열심히 강의하는데 녀석들은 미리 정해 놓은 시간에 일제히 박자있는 박수를 친다. 느닷없이 학급회장과 부회장 두 녀석이 일어서서 박수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춰댄다. 일순간 수업하다가 난처함에 빠진다. ‘아뿔싸!’ 녀석들의 만우절 이벤트였다.
 지난 해 스승의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학생들이지만 스승의 날 녀석들과 마주친다는 것이 사실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한 날이다. 교실에 들어가는 것을 늦추고 미적거리고 있었는데, 성급한 학급회장과 친구들이 급기야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갑자기 ○○가 실신해 쓰러져 의식이 없어요.”
 “아니, 뭐라고?”
 생각할 겨를 없이 부리나케 교실로 뛰었다.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책상과 의자는 전부 뒤로 밀쳐진 상태. 바닥에는 형형색색의 풍선이, 칠판에는 학생들이 써놓은 빼곡한 축하의 메시지, 녀석들은 일제히 양초에 불을 밝히고 합창한다.
 “스으승의 은혜는 하아늘 같아서~~”
 앗! 또 녀석들의 장난기에 당했다. 국기 게양대에는 태극기 대신 우리 반 단체 사진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녀석들의 정겨움에 흠뻑 빠져있었을 때, 교정의 짙은 장미향이 어느 새 교실로 스며들고 있었다.
 ‘사랑한다! 친구들아!’
“오늘은 스승의 나아알 너네들 세에상~~~”
 
금화와 은화(?), 그리고 희망대학교표와 버킷리스트
                              한영고 박여진 교사


경제담당을 맡고 있어서인지 스승의 날에도 ‘경제’와 뗄 수 없는 선물들을 받곤 한다. 지난해에도 예외 없이 ‘경제스러운 선물’이 등장했다.
경제 시간, ''오즈의 마법사''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 수업을 진행했다. 얼마 후 다가온 스승의 날, 학생들이 금박지와 은박지에 싼 박카스 네 박스를 가지고 왔다. 그리곤 “수업 시간에 배운 ''오즈의 마법사'' 경제적 의미를 적용, 미국의 양적완화정책과 응용해 금화, 은화라며 ‘양적 완화하여’ 선생님이 경기 침체하지 말고 힘내십시오.” 라는 말을 덧붙였다. 정말 힘이 펄펄 나는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그리고 카페에서 여섯 명이 밤새 그린 희망대학 교표와 자신의 각오가 담긴 버킷리스트 롤링페이퍼를 내놓았다. 학생들의 다짐과 각오에 큰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 덕분에 힘든 고3 담임을 힘들지 않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나는 학생들의 사랑이 담긴 박카스로 양적 완화하여 힘을 냈고, 학생들은 버킷리스트를 실현하여 현재 멋진 대학 1학년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의 자신을 향한 열정과 노력만큼 기억에 남는 선물이 또 있을까.



잊지 못할 감사패
                  상일여고 권정혜 교사


2009년도의 일이다. 그 전해에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이 감사패를 점심시간에 가지고 와서 
주고 간 적이 있다.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에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특히 감사패 문구 중에 ‘나침반처럼 저희들을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내가
진짜 아이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존재였는지 뒤돌아보게 되며 반성하게 되었다. 그동안 부족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선물로 교사생활에 큰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그 감사패를 볼 때마다 새롭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어준다. 얘들아 잊지 못할 선물을 주어서 고맙고 정말 너희들의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선생님도 노력할게! 



6월의 스승의 날
                          잠실여고 소병찰 교사
 교실에서 만난 K는 존재감 없는 투명인간 같았다. 중학시절,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형편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후 ‘방황의 끝’을 보여준 유명 인사였다는 그 아이에 대한 소문이 간간이 들려왔다.
 언제부터인가 내 국어 수업을 귀 기울여 듣는 듯 하더니 K는 방과후 논술토론까지 신청해 꼬박꼬박 나왔다. 그러더니 ‘인생’을 논하는 논술토론 수업 시간에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고민의 흔적이 배어 있는 글, 많은 책을 소화하며 발표하는 똑부러진 말솜씨며 그 아이의 변신은 놀라웠다. 손을 놓았던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은 엄두도 못 내고 교내 알짜 방과후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기초부터 다졌다. 자연스럽게 성적은 올랐고 원하던 호텔경영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K는 캠퍼스를 누비며 다양한 활동을 하며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래도 매년 6월만 되면 늘 나를 찾아온다. 6월 열리는 학교 토론대회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후배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든든한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제자인 K를 보며 30년차 교사인 나는 ‘인생’을 배울 때가 많다. 한편으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180도 달라진 그를 보며 ‘가르침’의 중요성도 절실히 깨닫는다. 그래서 다가올 ‘6월 스승의 날’이 나는 몹시 기다려진다.  



제자들이 준비한 즐거운 파티
                            성덕고 박지수 교사


스승의 날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몰래 교실을 빌려 풍선, 케이크 등 다양한 음식과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공교롭게도 나는 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한 사실도 모른 채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내 은사님들을 찾아가 뵙느라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다. 파티를 준비한 학생들은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면서 약 2시간 동안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스승의 날 파티보다는 스승 없는 학생들만의 파티가 된 것이다. 결국 내가 참석한 스승의 날 파티는 2시간 정도 후에 할 수 있었다. 나를 위해 준비하고 생각해준 아이들의 예쁘고 순수한 마음이 감동적이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그때 일이 계속 떠오르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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