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전이 있다. 왕후이자 왕에게 버림받았던 가여운 여인의 이야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인현왕후의 이야기다.
인현왕후를 읽으며 도대체 장희빈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알지 못했다. 장희빈은 그저 희대의 요부요, 왕을 치마폭에 감싸 안은 여인으로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장희빈이란 여인을 장옥정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왕을 사랑했던 한 여인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누구도 장옥정의 인생에 대해 알지도 궁금해 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장옥정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알고 있지만 참 새롭고, 또 새롭다.
우리가 생각했던 덕 있는 인현왕후가 아닌 정치색이 짙은 중전 또는 요부로만 알고 있던 장희빈이 왕의 신하이자 여인이었다는 걸 말이다.
중간에 이런 내용이 있다. "숱한 선비들의 피를 보며 다진 왕권이었다. 옥정의 존재는 분명 또 다른 사화나 환국을 야기할 것이다. 서인의 구심점이던 중전 민씨가 죽었으니 장옥정도 죽어야 공평해진다."
붕당정치에 휩쓸려 다녔다는 숙종이 붕당정치를 조정해 왕권을 강화한 것을 보며 읽는 내내 ''참 이런 몹쓸 사내 같으니라고''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도 증오도 결국 왕권을 위해 존재했음이 분명한 숙종.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기에 진정 어떠한 임금이었는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 속의 임금은 왕권을 위해 무엇이든 한 참으로 모질고 모진 임금이었다. 내가 알고 있었고 보았던 어질고 나약했으며 인현왕후를 위해 울어주던 그 임금이 아니었던 것이다.
새로운 시각에서 쓰이고 읽힌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사람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편견을 가짐으로써 놓쳐버린 시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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