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첫 시험, 중간고사가 남긴 것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더라”

지역내일 2013-05-13

아이와 엄마 모두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고등학교 첫 시험을 치렀다. ‘입시의 첫 단추’라는 생각에 열의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준비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참고서와 문제집 선별부터 교과서와 부교재를 넘나드는 개념파악, 기출문제 유형과 수능형 문제분석까지, 넓어진 학습 범위를 파악하고 실천에 옮기는 일은 아직 중학생 티를 벗지 못한 1학년 아이에게 버거워 보였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 충격과 안도를 넘어, 고1 첫 시험, 중간고사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지금, 생각해 볼 때이다.


자만이 불러온 상처
‘이까짓 것’은 아니더라도 ‘할 만한데’라고 얘기할 줄 알았다. 중학교 때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지난해 겨울 혹독한(?) 훈련을 했으니 ‘시험범위가 정해진 중간고사는 잘 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강남의 자사고에 입학한 아들은 본인도 어이가 없는지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기말고사 준비에 들어갔다.
‘처음이니까’라고 적응의 문제로 돌리기에는 아이의 성취지표가 현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학교시험은 담당교과의 교사가 직접 출제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이다. 수업 시간이 바로 시험문제의 근원이 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과내용 또한 무시하고 넘어갈 만큼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수업 내용을 100% 이해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제서야 예습, 복습 노트를 만드는 아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공부 앞에서 겸손해지는 아들을 보니 이번 중간고사 실패가 꼭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맹목적인 공부, 벼락치기는 통하지 않는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은 차치하고서라도 암기과목은 벼락치기가 가능했다. ‘사회’나 ‘한국사’의 경우 아이가 공부를 하면 물어봐주고, 확인하는 것으로 100점도 거뜬히 해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험은 달랐다. 교과서와는 별도로 부교재가 있고, 그에 따른 문제도 종합적 사고를 묻는 통섭형 문제들이어서 논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사의 경우, 시대별, 나라별 정치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흘려버릴 만한 세부사항도 중요 항목처럼 공부해야 한다.
암기과목이 이 정도인데 수업시수가 많은 주요과목은 말할 필요도 없다. 벼락치기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평소에 공부습관을 기르고 계획을 세워 실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맹목적인 공부는 기를 소진할 뿐이다. 공부해야할 양과 속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하루하루 실천해 나가는 의지가 필요하다. 문제풀이도 확인학습의 목적만으로 이용하지 말고 유형을 익히고 오답을 정리해서 개념부터 공부를 제대로 할 때 빠진 부분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렇게 얘기해도 눈앞에 닥치지 않고서는 모른다. 깨달음이란 언제나 사후에 찾아오는 것이니 말이다.

반복학습이 낳은 자신감
아무리 시험이 어렵고, 적응이 안 되더라도 최상위권 학생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학생들은 성공의 이유를 바로 ‘반복학습’에서 찾았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보면 패턴이 보인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특히 학교 시험은 출제범위가 한정돼 있고, 내용도 학교에서 이미 배웠던 것들이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많이 봐서 익숙해지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 H고의 이 모군은 “수학의 경우 교과서 5회 이상, 해당문제집 또한 같은 문제풀이를 5회 이상 공부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며 반복학습의 성과를 얘기했다.
고1 첫 시험, 최상위권인 경우 자신의 위치를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고, 선생님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자신감을 갖고 학습에 임하는 것은 절반의 성공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과정의 순환은 반복학습에서 비롯된다.


지난 시험기간인 일주일동안 아이 눈치 보며 기분 맞춰주고, ‘공부구멍’이 있으면 채워주며 새벽까지 아이의 리듬에 맞춰주었다. 1일차 시험이 끝나면 시험의 난이도가 어떠한지 알아보기도 하고 “네가 어려웠으면 다른 친구도 어려웠을 거야”라고 하면서 속상한 마음을 숨기고 억지웃음을 웃어주기도 했다. 엄마가 아무리 애를 써도, 교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학습자가 결실을 맺지 못하면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이번 경험으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절실한 교훈을 얻었다. 아이가 서 말의 구슬을 가지고 있다면 겸손하게, 그리고 꾸준히 반복해서 제대로 연결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한다. 이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어렵지만 쿨 하게 받아들이고, 평상심을 찾아야 한다. 시험지를 꺼내 놓고 전략을 세워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할 시점이다. 상처받은 시험지, 자랑스러운 시험지, 모두 성장을 위한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시험은 계속된다. 기말고사, 수행평가, 학력평가, 중간고사 등 첫 시험이 주는 교훈을 발판으로 도약하기를 기원한다.
신수정 리포터 jwm8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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