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아들을 둔 김정희(42 분당구 정자동) 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건조한 봄철에 더욱 심해지는 아들의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이다. 코가 막혀 숨을 쉬기 답답한 날에는 책상에 앉아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들의 사정을 알고 있는 엄마도 차마 더 공부하라고 얘기하긴 어려운 상황. 이러다 아이가 학습의욕까지 잃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콧물 흘려야 비염? 코막히는 비염도 많아
알레르기성 비염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결막염, 학습장애, 성장장애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만만히 봐선 안 된다. 특히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코가 막히면 산소 공급이 충분치 못해 기억력과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학습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당 정자동 경희자양한의원의 권동호 원장은 “초등학교 이전에는 주로 콧물이 나오는 비염이기 때문에 부모가 눈치 채기 쉽지만 10대 이후부터는 코가 막히는 비염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게 때문에 코막힘으로 인한 집중력 감퇴가 심각하다.
한의학에서는 폐 기능 저하가 알레르기성 비염의 주된 원인이 된다고 본다. 폐기운이 약하면 면역력 약화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인체에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코 안의 점막에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 살이 찐 경우도 마찬가지다. 살이 찌면 몸에 담음이 생기고 속열이 생겨서 코에 영향을 주기 쉽다. 그 외에 신장기운이 약하거나 비위기능이 약할 때도 비염이 올 수 있다.
증상치료와 함께 체력 보강·면역력 증강 처방
가끔 콧물이 보이지 않는 비염도 있어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아이가 그르렁거리며 숨을 쉬거나 코로 킁킁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권 원장은 “이것은 밖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뒤쪽으로 넘어가는 콧물이 많아졌거나 점막과 림프절의 부종 때문에 보이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한방치료는 비염증상을 치료하면서 동시에 체력을 보강하는 한약 처방이 가능하다. 비내시경을 통해 콧속의 상태를 검사한 후 한방 생약 성분으로 만든 연고를 이용해 콧속을 깨끗하게 해 준다. 코를 건강하게 해 주는 경혈 부위를 골라 침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콧속 염증 부위를 가라앉히고 콧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아로마 네뷸라이저(연무 흡입) 치료도 쓰인다.
권 원장은 “증상만을 보고 감기와 혼동하거나 저절로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초기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알레르기성 비염을 예방하려면 외출 후 손발과 얼굴을 잘 씻고 실내 환기와 습도 조절은 물론 영양 공급과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염에 좋은 한방차로는 오미자차가 있다. 폐기운을 길러주는데 도움이 되는 오미자를 우려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넣어 마시게 하면 좋다. 비위기능이 약하고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은 유자차나 감귤차를 만들어 주면 도움이 된다. 살이 찌고 폐기능이 약하다면 배와 도라지로 만든 배도라지차를 상복하는 게 효과적이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Tip 보약은 언제 먹으면 좋을까요?
자녀와 함께 한의원을 찾은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보약을 먹는데 따로 정해진 때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가 이상적이다. 환절기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우리 몸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시기이기 때문.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할 때가 보약을 먹기 좋은 계절이라고 보면 된다.
보약은 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진맥 후 처방된다. 몸에 약한 부분이 있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보충하는 원리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만성 소화불량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비위가 약한 경우다. 이때는 비위기능과 체력을 높이는 약을 쓰면 집중력도 좋아진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아이는 기혈을 돕는 처방을, 열이 많은 아이는 열을 덜어주고 진액을 보충해주는 한약을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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