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보테로와 안구운동(1)

지역내일 2013-05-07

고무풍선에다 최대 폐활량을 소모해 불어 논 듯 부풀어 있는 사람들, 부풀어 터질 듯한 오동통한 손을 덥석 쥐면 감미로운 촉감으로 전신이 따뜻해질 것 같은 느낌, 페르난도 보테로이다. 보통 살집은 축축 늘어져 주름을 형성하기 때문에 결코 아름답지 않는데 그림 속의 살집들은 어찌 그리 주름없이 매끈한지....저럴 수만 있다면 살집도 아름다움의 반열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토실토실한 아기한테서나 볼 수 있는 경이롭고 건강한 살집들. 그런 보테로의 새로운 시각에 젖어 실컷 풍성함을 맛보던 중 풍성함과는 다른 맛이 입에 딱 걸려 눈길을 고정시켰다. 


그림 제목이 ‘자매들’... 뒷줄에는 언니들이 여럿 명 포진해 서 있고, 앞자리에 키가 작고 노랑머리에 붉은 리본을 과장되게 매고 있는 막내로 보이는 모델의 눈동자가 발길을 멈추게 만든 주범이었다. 뒷줄의 언니들은 화가를 쳐다보는 듯 한 곳을 향해 일정하게 눈길이 정렬되어 있는데 반해 막내만 코 앞을 쳐다 볼 때처럼 양쪽 눈동자가 가운데로 쫙 몰려있는 것을 보자 다양한 상상력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매 중 제일 어려서 화가의 요구에 협조를 안 하고 딴 짓을 한 결과일까? 화가인 보테로를 열심히 쳐다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눈동자가 밖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여지지 않아서일까? 보테로가 본대로 그린 거라면 어떤 이유로 저 모델은 안구운동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걸까?


보통 안구운동에 문제가 있어도 육안으로 표시가 잘 안 나고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안구운동에 제한이 있으면 사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떤 물체를 볼 때 한 쪽 눈은 그 물체를 응시하지만 다른 눈은 그 물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는 경우를 사시라고 한다. 두 눈이 같은 각도로 모이거나 벌어져야 초점이 맞춰져 물체의 상이 정확하게 하나로 보이는데 양안의 초점이 맞지 않는 사시의 경우 물체의 상이 겹쳐져 보여 복시가 생기기 쉽다. 사시처럼 한 순간에 두 개의 사물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게 되면 두뇌 시스템에 혼란이 생기게 되므로 초점이 안 맞는 사시가 있는 쪽에서 들어오는 물체에 대한 정보를 두뇌가 무시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그 쪽 눈을 덜 사용하게 되고 사용을 덜하면 덜 발달되는 진화의 원리에 따라 사시가 있는 쪽의 시력이 다른 눈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이 생겨나게 된다.


사시를 가진 아이처럼 양안 운동이 안 될 경우 보고 인식하는 기능이 떨어진다. 간헐 사시가 있어 수술 후 바깥으로 드러난 문제가 없어진 경우나 약시 때문에 정상 시력인 눈에 가림치료를 해서 약시가 해결된 경우에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눈에 띄는 안구 운동의 문제나 약시 문제는 해결되었을지 몰라도 글자를 인식하는 정확도와 속도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시나 약시는 시지각 기능의 저하로 학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짐작이라도 할 수 있지만 외관상이나 시력의 발달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도 보고 인식하는 게 정확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학습능력을 끌어내리는 원인 찾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망막에 상이 정확하게 맺히면 정상시력이 나온다. 정상시력임에도 침대 위에 있는 손수건을 찾아오라고 하면 “어디 있어, 안보여, 엄마가 찾아 봐”라고 한다던지, 피구할 때 본인은 분명히 공이 오는 위치에 손을 내밀었는데 손 끝 앞에서 공이 뚝 떨어져 버려 공을 받아본 기억이 까마득하거나 굴러온 공을 발로 받아 내지 못해 축구공 주기를 꺼리는 대상 1호로 지목을 당하고 있거나 알림장 쓰기가 늦거나 노트 필기를 안 하거나 영어 단어를 유난스럽게 외우기 힘들어 한다면 본 것을 인식하는 속도가 늦고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흐리게 보이는 시지각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청지각이 안 들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못 들어 지시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면 시지각은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기는 보는데 본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기가 힘들고 남들보다 본 것을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려 학습 속도가 늦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지각 기능이 떨어지면 칠판에 있는 글자가 상대적으로 눈에 적게 들어와 친구들이  한 줄 전체를 한 번에 보고 적을 때 한 자 적고 칠판 보고, 한자 적고 칠판 보는 식으로 거북이 필기법을 하게 된다.

잠실 HB두뇌학습클리닉
이명란 소장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