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영혼 극락왕생을 위한 길

영혼 결혼식

지역내일 2002-03-12
젊은 나이로 일찍 요절하여 짝을 맺지 못한 채 홀로 끝없이 떠도는 영혼들. 영혼 결혼식은 미혼으로 요절하여 외롭게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짝을 지어 극락왕생의 길로 천도하고자 하는 의식이다. 몇몇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혼 결혼식은 낭만적이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간혹 이들은 누군가에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하여 꿈에 나타나거나, 심한 경우 가족에게 방해를 함으로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불교에서는 망자와 나의 관계는 결코 사망으로 인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일찍 요절한 영혼을 위해 이런 의식을 치러 준다면 그 공덕은 결국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주엽동에 위치한 청담사 주지 벽담 스님은 그동안 35쌍의 영혼 결혼식을 성사시켰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존재한다는 불교교리에 따라 영혼 결혼식 주례를 서게 된 것이다. 의식의 절차는 사주(생년월일시)로 궁합을 본 후 나이 학력 직업 가정환경 등에 맞는 집안끼리 맞선을 주선하여 혼인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사망한 총각과 처녀 양가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나비춤 바라춤 등과 함께 의식이 거행된다. 허수아비가 망자의 사진 앞에서 죽은 이들을 대신하여 결혼식을 올린다. 영혼 결혼식의 비용은 약 300만원 정도. 잊혀져 가던 우리의 옛 풍습이었지만 삼풍사고 괌KAL기 사고 성수대교 사고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이 의식을 행했다.
청담사는 1999년 영혼을 구제하기 위한 정법사찰을 이룬 곳으로 전국 각지에서 생로병사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주지 벽담 스님 역시 과거에 중생으로서 파경과 불치의 병을 얻어 불문에 귀의, 생식과 염불기도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영혼이 눈에 보이지 않거나 느낄 수 없다고 또는 망자라고 해서 등한시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주와 내가 하나 듯 나와 인연으로 맺어진 것 역시 나의 ''업''이기에 영혼을 감싸고 망자의 넋을 기릴 때 본인 또한 만사형통 할 수 있다"
인간의 사후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종교와 영혼을 점령한 이들은 사후에 인간의 영혼만은 살아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죽은 자의 영혼에 대한 궁금증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해 세상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
벽담 스님은 "우리가 지은 업과 그 인과에 대해 내가 아니면 나의 자손들에게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며 모든 중생들이 악연을 맺지 말고 착하고 선한 인연을 쌓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031-912-7114
김가형 리포터 wyn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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