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은 멀리 지방에 내려가야만 둘러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서울 가까이에서도 시골 장터 느낌 물씬 나는 오일장이 열린다는 것을 아시는지. 경기도 성남,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 모란역 인근에서는 5일마다 모란장이 열린다. 아이들과 함께 전통시장의 정겨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마음에 지하철에 몸을 싣고 모란장으로 향한다.
1962년 무렵부터 생겨난 오일장
모란장은 현재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대원천 하류에 있는 길이 350여 미터·폭 30미터·면적 약 3,300여 평 규모의 복개지 위에서 매 4일과 9일에 개설되고 있는 5일장이다. 민속시장 모란장이 언제부터 개설되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962년경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모란장은 화훼부, 잡곡부, 약초부, 고추부, 생선부, 야채부, 의류부, 신발부, 잡화부 등 13개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온갖 종류의 상품을 다루고 있어서, 없는 것 없이 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모란장에 출시하고 있는 상인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상인회에 등록된 955명을 포함해 자리를 가진 상인의 수만 1,000여명에 이른다. 이밖에 자리를 갖지 못한 노점상들과 자신의 생산물을 팔러온 농민들을 포함해 대략 1,500여명 정도의 상인이 출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지하철 모란역에 내려서부터 이미 시장의 활기차고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역을 빠져나와 모란장까지 이르는 약 250미터 가량의 길에는 갖가지 종목을 파는 노점상과 장을 보러 나온 인파들로 가득해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 정도였다. 특히 모란역은 지하철 환승역이자 인근 지역을 왕복하는 버스노선이 다양하게 얽혀 있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더욱 번화한 거리이다.
마트와는 또 다른 매력의 전통시장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 도통 처음인 아이들은 연신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들을 이끌고 드디어 모란장 입구에 힘겹게 도착.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봄기운을 확연히 머금은 갖가지 화초들과 알록달록 예쁜 화분들. 바로 화훼부라 일컫는 곳이었다. 집 앞에도 화원이 있어서 매일 하교 길에 꽃들을 구경하건만, 여러 사람들과 둘러서서 구경하는 맛은 또 다른지 아이들은 한참을 서서 다양한 꽃의 모양새를 살핀다.
생김새가 다 비슷해 보여도 각기 다른 이름표를 달고 있는 약재상과 잡곡상. 그 앞에서 생전 처음 이토록 많은 약재와 잡곡을 접해본 아이들 표정이 재미있다. 살아 움직이는 낙지와 미꾸라지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집 앞 슈퍼마켓이나 마트 외엔 시장이라곤 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 눈에는 모든 게 신기하다.
아이들이 특히 반색하며 오래 머문 곳은 여러 가지 애완동물들이 다 모인 상점. 안 그래도 강아지 키우고 싶다, 물고기 키우게 해 달라며 요구가 많던 아이들이었기에 이곳에서 한참을 구경했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거북이. 사람 흉내 내는 앵무새, 알록달록 색깔도 고운 물고기들…. 아이들이 좋아할 건 다 모였다.
모란장에 가기 전에 미리 홈페이지에서 시장구조를 챙겨보고 갔음에도 워낙 넓고 다양한 가게들이 연달아 있어서 좁은 통로를 따라 이곳저곳 구경하다보니 머릿속에 그려둔 지도는 이미 싹 잊어버렸다. 발길 닿는 대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차례차례 구경 다니다 보니 벌써 시장을 두 바퀴째 돌고 있었다.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싸고 맛있는 먹을거리들
한참 시장을 구경하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시장 안에는 줄이 긴 먹을거리 집이 두 곳 있었는데, 하나는 핫도그와 꽈배기 가게이고 또 하나는 치킨 가게이다. 치킨 가게에는 방금 가마솥에서 튀긴 닭과 시원한 맥주로 한 숨 쉬어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아이들 입맛에 더 잘 맞는 핫도그와 꽈배기 가게에 줄을 섰다. 밀가루 반죽으로 꽈배기와 핫도그를 즉석에서 만들어 튀기는 모습을 넋을 잃고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우리 차례. 하얀 설탕 소복한 달콤한 꽈배기와 바삭한 튀김옷을 입힌 핫도그 한 입 베어 물고 또다시 시장 탐방에 나섰다. 달고 기름진 음식이라 평소 같으면 아이들에게 먹이기 꺼리겠지만, 모처럼 시장 구경 나왔으니 이 정도 군것질은 기분 좋게 오케이.
이밖에도 모란장 안에는 즉석에서 반죽해 튀겨내는 어묵과 “뻥이요~”를 외치며 튀겨내는 뻥튀기, 단맛 그 자체인 옛날 사탕 등 길거리표 먹을거리가 다양하다. 한 끼 식사로는 소문난 손칼국수와 즉석에서 맷돌로 갈아 부쳐주는 녹두전도 인기다. 눈과 입을 자극하는 맛난 먹을거리가 가득한 모란장, 이곳을 또 찾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모란장 정보
-주소: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4190
-전화번호: 031-721-9905
-홈페이지: www.moranjang.org
-장이 서는 날: 4일과 9일이 들어가는 날(4, 9, 14, 19, 24, 29일)
-장이 열리는 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교통편: 지하철 8호선 & 분당선 모란역
(모란장 지도 출처: 모란장 홈페이지)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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