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거 배운거 잖아, 그런데 몰라?” 학생을 가르쳐 보며 이런 말 한번쯤은 안해본 강사 없을 것이다. 학원수업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가르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몇 번을 설명하고 중요하다고 밑줄 진하게 쳐줬는데도 학생이 같은 문제를 헤매고 있으면 여간 답답한게 아니다. 하물며 가정에서 부모님이 직접 가르칠 때 가끔 큰소리가 나오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왜 다음 진도 나가면 그 전 것을 잊어버릴까?
교습방법의 문제일까, 아니면 정말 대책 없이 기억력이 나쁜 학생 탓일까?
물론 학생의 문제일수도, 그전에 강사의 교습방법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내가 “알려준 것을” 학생이 “잊어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강사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사실은 처음부터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특히 수학은 단계적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으면 제 아무리 진도를 나가더라도 모래성과 같다는 것은 모든 강사들의 선험적 법칙이 아니던가.
“했다”와 “안다”는 명백히 다르다
얼마전 어떤 초등학생 학부모와 상담했던 내용이다. 다른 엄마들 따라서 지금 현재 다른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중학교 전과정을 쉬운 교재를 가지고 속성으로 한번 “훑고” 바로 경시과정을 들어가는데 과연 그게 맞는 길인지 조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재능있는 초등학생이라 경시과정도 좋고 고등선행도 좋다. 그런데, 혹시 그전에 중등과정은, 초등6학년의 어려운 문장제 문제는 다 풀 수 있는지 체크해 보셨는가?
상담하신 어머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심증을 갖고 계셨지만 그래도 교육전문가(?)의
확인을 받고 싶으셨던 거였다.
직접 상담을 오신 어머님은 그래도 늦기 전에 “했다”≠“안다” 의 진리를 공감하고 가셨다.
필자는 다년간 학원을 운영하며 실제로 공통수학이니, 수1이니, 수2니 나름 화려한(?) 경력의 아이들이 다시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와 중등부 도형부터 제대로 배우겠다고 문을 두드리는 상담전화를 적지 않게 받고 있다. 상담 때 마다 어머님들이 하시는 말씀 “얘가 ~까지 배우긴 배웠는데요. 대강 아는 것 같아요”
어디, 대강이나마 아는지 테스트 해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 반타작도 못한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들의 변명 레퍼토리도 정해져 있다. “배운지 오래돼서 다 까먹었어요.” 배운지 6개월이나(!) 지난거니 까먹는게 당연하단다.
세상에, 6개월 지나서 다시 백지 상태가 될 거면 도대체 왜 공부한거지?
6개월 지나서 까먹는게 당연하다면 6년 전에 배운 구구단은 어떻게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나? 그것은 바로 배운(學)것을 완전히 익힌(習) 것은 6년, 60년의 생명력을 가지지만 배우고 덜 익어 끝낸 것은 6개월을 채 못가기 때문이다.
처음엔 쭉쭉 진도를 먼저 빼다보면 그래도 남들보다 앞서겠거니 했는데,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아니, 오히려 알차게 자기과정을 다져온 학생보다 더 늦은 진도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했던 과정을 되짚는 것이라 이전보다 빠를 것 같지만 막상 수업을 진행해보면 처음 하는 아이와 별반 차이도 없다. 그런데 왜 이런 무모한 “진도 무한도전”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가?
이것은 “했다”=“안다” 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된 학부모의 조급증, 그리고 여기에 편승한
일부 학원의 성과주의가 아닐까?
명심하자. 논리적으로 이해된 지식은 기계적으로 반복한 암기를 앞선다.
배우고(學) 몸에 완전히 익혀야(習) 학습이 되는 것이다.
제대로수학학원
원장 이승현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