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놓을 수 없어 원하는 것을 집어 들지 못해 짜증부리는 어린 딸아이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무언가를 내려놓지 못하고 비우지 못하면 집을 수 없고 담을 수 없다. 정말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가끔은 내게 있는 무언가를 비워서 채울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우리 몸도 비움의 미학이 적용되긴 마찬가지여서 비워내고 빼내야 비로소 새 생명의 에너지를 다시금 채워 넣을 수 있다. 소변으로 땀으로 대변으로 비워내지 못하면 몸속에는 독소가 쌓이고 병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배출을 잘한다 해도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먹는 것은 몸을 제대로 비워내지 못하게 만들고, 몸의 장부에 여러모로 무리가 되는 일이다.
사람의 장부는 꽉 차 있어야 하는 장부와 비어 있어야 하는 장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간은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세포들로 꽉 차 있어야 하고, 위는 음식물이 통과할 수 있도록 비워져 있어야 한다. 위나 대장 소장은 통과 장기로, 비우고 다시 채우고 다시 비우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특히 위는 식후 2시간 정도 외에는 비어 있어야 하는데, 그 비움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연계는 음과 양, 낮과 밤으로 움직인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따라서 낮에는 깨어 일어나 일하고 움직이고 먹고 해야 하지만 밤에는 잠을 자고 쉬어야 한다. 우리의 장기도 마찬가지여서 특히 위는 우리가 자는 동안 함께 쉬어줘야 하는 장기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먹는 음식 중 늦은 밤에 먹는 음식의 폐해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 및 아동은 늦은 밤에 먹는 음식이 인슐린을 분비하게 하여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한다. 또 밤에는 쉬어야 할 장부를 쉬지 못하게 함으로써 장부의 기능을 떨어뜨리게 되며,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동의보감에는 위는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여 기가 위아래로 오르내릴 수 있어야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고 이에 아무 때나 먹지 말라고 하였다.
요즘 일일일식, 간헐적 단식, 일일이식 등 끼니를 거르라고까지 하는 주장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요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비워지지 않았다면 굳이 먹지 말아야 하며, 식사 때가 되었는데도 비워지지 않는다면 너무 기름진 음식을 먹지는 않았는지 너무 많이 먹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한의원 정경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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