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전쟁’ 본게임 남았다

지역내일 2013-05-02 (수정 2013-05-02 오후 2:01:06)
'일감 몰아주기' 대충돌 예고 … 여당내 개혁성향 의원 '세력화' 모색

"지금까지는 '몸풀기'에 불과했다. 이제부턴 '본게임'이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정치권 논쟁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비교적' 합의가 쉬웠던 일부 경제민주화 입법과 달리 재벌규제의 핵심 의제로 꼽히는 '일감몰아주기' 등이 논의를 기다리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강온파 충돌은 물론 민주당과 재계, 노동계 등 정치·사회·경제 세력간 힘겨루기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2일 내일신문과 만나 "다른 법안은 수위 조절만 하면 처리돼도 큰 무리가 없지만 '일감 몰아주기'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처리 불가"라고 못박았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며 "경제를 살리겠다는 법안은 외면하고 경제민주화 운운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처리가능 법안과 불가 법안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가 '처리 가능'으로 분류한 법안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유해물질 배출기업에 매출 10%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법 개정안(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가맹사업법 개정안(프랜차이즈점에 대한 영업강요 규제) 등이다. 현재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법사위에 계류 중이며 공정거래법,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일 정무위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조건부 찬성' 입장에 따라 이들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민식 의원도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한 만큼 처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기까지를 '몸풀기' 보고 있다. 재벌의 경영권 편법승계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입법이 본격화되면 갈등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지금까지의 반발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까지 들어줬는데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감성에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민식 의원도 "이제 본게임이 남았다"며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간이 좀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와 보수성향 의원들의 반발에 개혁성향 의원들도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18대 국회 '민본21' 출신 의원들이 최근 모임을 갖고 재건 논의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최근 들어 경실모와 별개의 흐름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기류가 생기고 있다"며 "필요하면 공동성명 발표 등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은 정부와 새누리당 일각의 경제민주화 입법 후퇴조짐을 경계하면서 일관된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1일 "최근 재계가 조직적으로 반발하면서 정부와 여당 안에서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어 국민의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여야 '6인협의체' 합의 법안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등 20여개의 법안이 6월 임시국회까지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신열 백만호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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