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문고(교장 서상민)에 가면 ‘특별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축구와 피구, 배드민턴 등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또 즐겁게 말이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의 승마를 위해 운동장에 말이 등장했는가 하면, 학생들이 직접 카누 대회에 출전해 상을 받기도 했다.
이 모든 체육 활동의 중심에는 윤희춘(50 체육) 교사가 있다.
윤 교사는 “스포츠 활동은 체력 향상 뿐 아니라 사회성, 협동성, 책임감 등을 부여하며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또 학업능률까지 높아지게 된다”고 말한다.
스포츠클럽, 학생들 관심 높아
올해로 3년 째 학교체육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는 윤 교사는 2011년 교내 스포츠 클럽 활동을 시작했다. 남학생에게는 축구를, 여학생에게는 피구를 권했다. 그리고 이는 학년별 반대항전으로 이어졌다. 매주 토요일이면 관내 축구 리그전도 진행된다.
학생들의 참여율은 매우 높다. 특히 토요일 리그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엄청나다. 윤 교사는 광문고 스포츠 방송국을 별도로 만들었다. 스포츠 방송국 학생 기자들은 경기를 취재하고 미니 스튜디오를 만들어 경기의 실시간 방송도 진행한다.
“축구 경기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하는데 외국에서도 경기를 볼 만큼 인기가 높아요. 경기도 경기지만 방송을 담당하는 학생들의 입담이 정말 좋거든요. 영국 프리미엄 리그보다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답니다.”
지난해 관내 리그에서는 광문고가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시 대회에 출전한 이들은 서울시 전체에서도 우승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사회성 변화은 물론 학업 향상에까지 이어져
우리나라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말할 때 언제나 따라오는 ‘운동 부족’이라는 말. 과연 꾸준히 스포츠 활동을 하는 광문고 학생들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이들의 변화는 윤 교사 스스로도 “놀랍다”고 표현한다.
“학생들의 체력은 기본이구요, 학생들의 생활 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축구와 피구를 하며 자신의 역할이 생겨나고 거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학생들도 많습니다. 또 학교생활에 별 흥미가 없던 학생들도 학교에서 흥미와 목표를 찾게 됐죠.”
이는 스포츠라는 특별함에서 온 결과라고 윤 교사는 말한다. 스포츠에서의 엄격한 경기방식과 반드시 지켜야하는 규칙이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생활지도가 필요한 학교 부적응 학생들과 위기학생들에게 미친 영향은 더욱 크다. 체육 체험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자아 존중감이 높아졌다. 또 이는 학습 의욕에까지 이어져 성적향상도 이뤄냈다.
윤 교사가 조사한 스포츠클럽 활동 학생 90명의 성적 변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중위권 학생들의 ‘신체활동과 성적과의 관계’ 조사 결과 조사대상자 중 76%가 성적이 향상됐습니다. 그 중엔 평균이 8~10점 향상된 학생들도 있구요, 평균 4~5점은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체육 활동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스스로 운동과 공부를 구분해서 집중하는 법도 터득해 나갔다.
교사와 학부모 참여하는 활동 되었으면
윤 교사가 처음 스포츠클럽을 진행하려했을 때 주위의 우려도 많았다. 특히 학부모들은 ‘학업 면에서 다른 학교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까’하는 걱정 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스포츠클럽 활동의 이론적 필요성과 실제 사례들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고 가정통신문으로 가정마다 그 내용을 알렸습니다.”
윤 교사의 노력으로 시작된 스포츠클럽은 2년이 지난 요즘 학부모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얼마 전 실시한 학생여론조사에서 학부모들의 80~90%가 스포츠클럽에 ‘대찬성’한다고 체크했다.
윤 교사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체육부문 ‘교육과정 혁신형 창의 경영학교’ 선정하는데 공헌, 교과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윤 교사의 교육력을 전해들은 많은 학교에서 학교체육활성화에 관심을 드러냈다.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까지 연락이 많이 옵니다. 처음엔 일일이 설명도 하고 내용도 알려줬는데, 이젠 준비된 파일과 실제 사례동영상들을 한 번에 보내줍니다. 그것만 보면 학생들의 큰 변화를 한눈에 알 수가 있으니까요.”
5월 초, 중간고사가 끝나면 광문고 반별리그가 시작된다.
“담임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이 참여하면 무승부일 때 무조건 ‘승리’라는 어드밴티지를 주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물론 많은 학부모님이 함께 참여하는 학교체육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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