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김태형
펴낸 곳 : 교보문고
값 : 13,500원
“줄리엣이 부모와 사이좋은 딸이었다면, 로미오가 원수의 아들임을 알게 되는 시점으로부터 그에 대한 호감은 자연히 수그러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로미오에 대한 줄리엣의 연애감정이 그렇게 불같은 속도로 타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모에게 화가 나있거나 애정결핍이 심한 자식들은 속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다가, 그것을 폭발시키는 중요한 매개물로 연애대상을 선택하는 것이다…마치 딸의 의견을 존중하듯이 말했지만 실제로 캐퓰렛은 딸의 의견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독재자였다”
명작 속에 숨어있는 놀랍고 신기한 심리학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프로이트의 표현을 빌려 ‘작가는 적어도 심리적인 문제에서는 심리학자 보다 훨씬 앞서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200% 공감 가는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 등 어떤 문화적 산물도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 없이는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명작이 왜 명작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서다.
로미오는 왜 줄리엣과의 사랑에 그토록 쉽고 빠르게 빠져버렸는지, 줄리엣은 어쩌다 그 어린 나이에 부모를 거역하게 된 것인지 심리학적 근거를 듣고 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셰익스피어가 심리학을 공부한 후 로미오와 줄리엣을 쓴 것이 아니었을 텐데도 각 등장인물들의 행동성향은 현대의 심리학 분석표에 딱딱 들어맞는다.
정서적 결핍의 산물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의 사랑을 맘껏 받을 수만 있었다면 그들도 충분히 예쁜 사랑을 할 수 있었을 거다. 셰익스피어를 인터뷰하고 쓴 글이 아님에도 소설 속에 나오는 근거만으로 심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저자의 필력 또한 놀랍다. 도로시는 꼭 오즈의 나라로 가야 했는지, 햄릿은 왜 아버지의 복수를 쉽사리 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