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를 가꾸는 사람들’

메마른 도시에 생명을

지역내일 2013-04-30

둔촌동 자연습지는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옆에 위치한 자연습지라 그 가치가 높다. 지난 2000년에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지키려는 사람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입장 차이 속에서 점점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습지를 가꾸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습지, 도시의 가습기
둔촌동 자연습지를 가꾸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역사는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외국생활을 정리하고 살 곳을 찾아 둘러보던 최경희 할머니가 바로 단지 앞 습지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에 반해 이곳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이후 습지 바로 옆에 도로를 내려고 하자 주민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막아냈다. 그때만 해도 100명이 넘던 회원이 지금은 64명의 카페 회원과 실제 활동하는 회원이 10명이 채 안 되는 규모로 줄었지만 습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열의는 뜨겁기만 하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들은 습지를 떠나지 못 하는 것일까?
“습지가 있으면 홍수가 안 나고 가뭄도 막을 수 있어요. 항상 공기도 좋지요. 시내에 나갔다가 들어와만 봐도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 이유가 습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 달라질 텐데, 나무가 있고 땅이 있고 물이 있는 이 조그만 습지의 엄청난 힘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이현주 회원의 말이다.
습지가 있음으로 메마른 도시에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둔촌동은 예로부터 물이 많은 곳으로 둔촌동 습지에는 우리나라에서 지질학적으로 보기 힘든 돌이 밑에 깔려 있고 그 위에 물이 고여 있는 상태를 찾아볼 수 있다. 바위 자체가 물을 담고 있어서 물이 솟아나올 수 있고 마르지 않아 1년 365일 물이 마르지 않는 진짜 습지가 된다.  
윤숙희 회장은 말한다. “둔촌동 자연습지는 완전한 습지에요. 도시 안의 습지가 사라짐으로 해서 도시건조화가 심각합니다. 실제로 시골에서는 가습기가 필요 없죠. 도시가 건조화 된 것은 습지가 사라지고 시멘트가 땅을 덮어버려 건조화가 되었죠. 도시는 햇빛을 받기만 하니 건조해질 수밖에 없어요. 둔촌동습지는 도시의 습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 몇 군데 안 되는 소중한 곳입니다.”
둔촌동 습지는 지하수가 용출되어 유지되는 자연습지로서 서울과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는 매우 희소한 생물서식공간이다.  

               


오리나무 살리기
“어제도 작업하고 오는데 오색딱따구리가 따르르륵 따르르륵 울어요.”
윤숙희 회장은 회원들과 매주 수요일마다 습지를 둘러본다. 그동안 쌓인 쓰레기도 치우고
최근 들어 활개를 치듯 급속히 번져나가는 칡넝쿨과 담쟁이넝쿨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이 넝쿨 식물들을 제거해야 둔촌동 자연습지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나무를 보호할 수 있다. 어렵사리 자손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넝쿨 식물들이 여린 나무를 휘감아 버리면 금세 죽기 때문이다. 2011년 가을에는 오리나무를 인근 송파구 방이동 습지로 보내는 ‘오리나무시집보내기’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둔촌동 자연습지는 규모는 24,696㎡로 그리 크지 않지만 오리나무를 비롯해 부들, 고마리, 골풀 등 습지식물이 200여 종이 넘게 자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23호인 황조롱이를 비롯해 서울시 보호종인 오색딱따구리, 제비 등 새들도 많이 관찰되고 있다.   
‘습지를 가꾸는 사람들’의 숙원사업은 둔촌동 습지일대에 완충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윤 회장은 말한다. “인근 주차장에서 땅으로 스며드는 기름이 습지에 있는 나무와 생물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에요. 도로와 습지 사이에 완충지역을 마련해 습지의 훼손을 방지하자는 것이죠. 둔촌동 생태경관 보전지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호막의 역할을 하는 완충지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습지는 미래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값진 유산
“습지는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공간인데 어른들이 지켜주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숨 쉬는 것조차 힘든 세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미래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에게 남겨줄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더 풍성하게 가꾸고자 노력하면 좋겠어요.”
윤 회장은 다시 한 번 습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비싼 물질이라도 자연만한 것이 있겠는가? 회색빛 콘크리트 숲속에서 아이들이 초록빛 꿈을 잃지 않도록 오늘도 ‘습지를 가꾸는 사람들’의 발길은 둔촌동 자연습지로 향한다.  


오현희 리포터 oio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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