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구 이목동에는 거대한 변기모양이 집이 있다. 미스터 토일렛,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30년간 살던 자신의 집을 변기모양으로 새롭게 짓고 ‘해우재’라는 이름을 붙인 곳이다. 주변에 다양한 변기와 화장실, 똥과 관련된 코믹스런 조형물들을 전시한 국내 최초의 ‘화장실 문화공원’까지 개장했다.
집이 거대한 변기 모양이에요~
앞에서 언뜻 보면 많은 창을 가진 멋진 전시관 외형이지만 위에서 보면 커다란 변기가 하나 있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황금똥 모양의 조형물이 반긴다.
1층의 중앙에 버티고 선 화장실의 배치가 독특하게 와 닿는다. 뒷간은 멀수록 좋다고 한 통념에 확실한 반기를 들었다. 지금은 전시용이지만 심시장은 실제 화장실로 이용했다하니 화장실에 대한 그의 진한 사랑이 전해져 온다. 1950년대의 공용화장실에서부터 현재까지의 화장실문화를 시대별로 알게 해 주는 전시는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로 되돌려 보낸다. 아이들에겐 무섭기도 하고 불편했던 그 시절의 고통(?)을 알려주고, 부모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전시실 한 쪽에 있는 나라별로 기발하고 센스 만점의 화장실 표지판들이 시선을 끈다. 해외여행지에서 혹 같은 표지판을 찾는다면 그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2층에는 화장실 문화운동을 정열적으로 펼쳐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이라는 별명을 얻은 고 심재덕의 생애와 활동을 알 수 있는 유물과 사진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특별 전시홀에는 ‘브라질에서 날아온 파울로의 화장실 이야기전 Part2''가 한창이다. 2010년부터 화장실에 관련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파울로 술타늄의 ‘화장실’을 표현한 매혹적이고 독특한 일련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재밌고 독특한 화장실문화공원
사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전시는 실외 공원에 가득 찼다. 멀리하고 피하고자 했던 ‘똥’이친근한 모습으로 변신해 있다. 먼저 ‘똥통문’에서 출발해 보자. 그 빛깔 때문에 재물을 상징하기도 하는 똥. 이 문을 지나면 재물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단다.
변기모형으로 시대별 화장실 문화 변천사를 따져 보면 재미와 더불어 역사공부도 될 듯.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모양의 남성용 변기 호자와 걸터앉기에 편리한 여성용 변기는 백제유물이다. 신라 귀족부인의 수세식 화장실인 노둣돌도 흥미롭다. 임금님의 휴대용변기, 매화틀과 매화그릇은 쉽게 만나지 못하는 유물이다. 유럽화장실의 궁금증도 고대로마·중세유럽·현대 변기를 보면 어느 정도 해소 된다.
배설공간에 돼지를 기르는 제주도의 통시변소는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꾸며져 있다. 생활의 필수품이었던 요강. 배설물을 나르기 위한 똥장군과 지게, 휴지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 이용했다는 새끼줄 밑씻개 등도 흥미롭기만 하다. 용변을 보는 어른과 아이들의 갖가지 조형물들은 보는 것만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변기에 앉아 흉내도 내 보고, 그 기분까지 느끼다보면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해우재를 떠나기 전 익살스럽게 똥을 표현해 놓은 벽화도 잊지 말자. 이곳이 아니라면 감히 그리지 못할 적나라한 그림들에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해우재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40분~4시까지 똥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어린이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유치원생과 초등생이 참가할 수 있으며, 인터넷이나 현장에서 접수 가능하다. 5월5일 어린이날에는 해우재를 찾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행사도 기획중이다. 관람료는 무료.
위치 장안구 이목동 186-3
문의 031-271-9777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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