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대 독일차 국내 첫 출시

지역내일 2013-04-24 (수정 2013-04-24 오후 1:46:05)
국내 완성차업계 위협될 듯 … "1천만원 비싼 마티즈" 혹평도

2000만원대 독일산 자동차가 국내에 처음 출시됐다. 20~30대를 겨냥한 디젤엔진 소형차라는 점에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수입 소형차 무덤'이라는 종전의 공식이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도 맞서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3일 서울 강남에서 폴로 1.6 TDI R-라인을 공개했다. 폴로는 1975년 처음 출시돼 38년간 16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지난해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2450만원이다. 한국닛산이 소형 박스카 '큐브'를 2260만원에 내놓기는 했지만 한국에 공식수입된 독일산 차량으로는 폴로가가장 싸다.

국내에 출시되는 폴로는 1.6 TDI (디젤)엔진, 7단 DSG변속기를 탑재했다. 최대 회전력(토크)은 23.5kg.m, 최고출력은 90마력.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180㎞, 복합연비는 18.3㎞/ℓ이다. 내장 내비게이션 등은 별도 옵션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폴로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등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업체의 소형차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다"면서 "동급 차량을 1000만원 이상 비싸게 주고 살 한국 소비자는 많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고전한 수입소형차는 부지기수다. 대표적으로 도요타의 코롤라, 닛산 큐브, 포드 포커스, 혼다 시빅 등이다. 이들은 국내 동급 차량과 가격차이가 커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가장 저렴한 닛산 큐브는 출시 초기에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어 출시된 기아차 '레이'에 밀렸다.

하지만 폭스바겐코리아는 자신감이 넘친다. 자동차업체는 신차 출시전 사전예약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사전 마케팅도 거부했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폴로 1대당 마진은 70만원에 불과하다"며 "올해 판매목표는 2000대"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의 자신감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의 수입소형차 비중 확대와도 무관치 않다. 미니(MINI)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오랜기간 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 차량이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말 가장 작은 차종인 1시리즈를 내놨다. 초기 수입물량 200대를 모두 팔아치웠고 올해에도 월평균 100대씩(3월말 기준) 판매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가장 작은 A클래스를 하반기에 출시한다. 닛산은 큐브를 대체할 쥬크를 내놓는다. 이미 크라이슬러코리아는 피아트의 500c를 전면에 내세웠고, 시트로엥은 DS3를 통해 국내 소형차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들이 한국의 소형차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현대·기아차가 독점하는 한국시장에서 자사 소형차의 점유율이 늘어날수록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또 중국 등 아시아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징검다리인 한국 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는 자신들의 주력시장을 뺏기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것"이라며 "수입차업계 공세가 계속될 경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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