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으로! 오른쪽 세 걸음!”
“보이, 보이.”
“앞에 경호 있어, 앞에 경호.”
“보이, 보이.”
“왼쪽에 승호, 왼쪽!”
“슛~~~, 골인!”
선수들과 가이드, 그리고 골키퍼의 긴박한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선수들은 가이드와 골키퍼의 소리를 들으며 공을 차고, 또 수비에 돌입한다. 공이 움직일 때마다 ‘띠링띠링~~’ 공 소리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들은 얼마 전 창단식을 가진 시각장애인 축구단 프라미스랜드 선수들로 지난 13일 송파구 시각장애인전용축구장에서의 연습 모습이다.
동호회로 시작, 지난달 정식 축구단으로 창단
지난 3월 12일 창단된 프라미스랜드 축구단은 앞을 볼 수 없거나 시력이 미약한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축구단이다.
2000년 초 서울맹학교 선후배 10여명이 모여 만든 동호회 ‘소차사’(소리를 차는 사람들)가 프라미스랜드 축구단의 전신. 단순한 축구동호회로서는 큰 어려움 없이 운영됐지만, 복지관 지원으로 각종 대회에 참가하게 된 이들은 동호회라는 이유로 여러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복지관에 소속된 축구단이 아닌 동호회 형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선수단 육성이나 각종 지원에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축구단으로 창단하며 여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프라미스랜드 축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형주 감독의 설명이다.
이들 축구단은 총 9명으로 비장애인 골키퍼 한 명이 포함된 수다. 이들은 20~40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3명이 국가대표 현·전직 선수들이다.
이들은 국내 최초로 마련된 송파구 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1~2주에 한 번 훈련을 갖고 있다.
긴장감 백배, 박진감 넘치는 그들의 축구
시각장애인 축구는 일반 축구와는 그 방식이 많이 다르다. 먼저 소리추가 들어간 소리 나는 공을 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 골키퍼 포함 5인제로 경기가 진행되며, 이때 골키퍼는 유일한 비장애인이다. 또한 경기장의 크기도 가로 40m, 세로 20m로 일반 축구장보다 작다. 사이드펜스가 설치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감독은 “펜스는 선수 보호는 물론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 경기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머리보호대를 착용해야 하며, 정식 경기에서는 공정성을 위해 안대를 모두 착용한다.
눈으로 공을 모는 것이 아니라 귀로 공 소리를 들어야 하는 선수들. 이들을 위해 공의 위치와 선수들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경기에 참여한다. 또한 골키퍼와 감독 역시 목소리로 수비와 공격을 조율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축구장에서의 커다란 응원 함성을 들을 수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 다만 골이 들어간 후에는 마음껏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또 공격자와 수비자와의 접촉이나 충돌을 막기 위해 수비자는 ‘보이, 보이’라는 소리로 늘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
이들의 연습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달리 훈련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 그 자체였다.
많은 관심과 지원 절실, 세계대회 입상이 목표
땀범벅이 된 선수들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그득하다.
13년 전 친구의 권유로 축구를 시작했다는 박명수(38)씨는 “처음엔 굴러가는 공을 잡는 것도 또 공을 차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소중한 취미가 됐다”며 “특히 골을 넣었을 땐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축구를 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줄어들어 아쉽다”며 “각종 대회 참여는 물론 축구단 지원이나 시각장애인들의 경제적 활동 보장 등이 많이 나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자신의 학업에도 열정적인 박씨는 장애인복지 박사과정을 위해 곧 영국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직원이면서 축구단 단원인 양정훈(37)씨는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축구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며 “열심히 훈련해 무슨 대회든 참여, 1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 축구단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세계 대회 출전을 계획하고 있는 이 감독은 “축구를 통해 시각장애인 선수들의 사회성 향상은 물론 각종 대회에 입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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