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국내 1호 천체사진작가 권오철

별이 좋아 별만 찍는 별난 남자

지역내일 2013-04-23

대한민국 유일의 천체사진작가 권오철(40세). 전 세계적으로도 천체사진만 전문으로 찍는 작가가 수십 명 밖에 되지 않을 만큼 ‘희귀’한 길을 그는 의연하게 걷고 있다. 별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 남자의 별난 인생을 들어보았다.


그는 요즘 오로라에 푹 빠져있다. 오로라의 성지(聖地) 캐나다 옐로우나이프를 최근 다녀온 그에게는 당시의 황홀한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듯 보였다. “다큐멘터리팀과 10일 예정으로 떠났는데 날씨가 흐려 열흘 밤을 꼬박 기다려도 오로라를 볼 수 없었어요. 고민 끝에 귀국을 늦췄죠. 거짓말처럼 열 하루째 되는 밤에 내 생애 최고의 오로라를 만났어요.” 


 
영하 40도, 밤새 사진 찍어도 행복
영하 40도, 눈썹에 고드름이 달릴 만큼의 강추위를 온몸으로 껴안고 찍은 오로라 사진과 영상을 그는 블로그(www.astrophoto.kr)에 고스란히 공개해 놓았다.  
한국인 최초로 미항공우주국(NASA)의 ‘오늘의 천체 사진’에 이름을 올렸고 내셔널지오그래픽도 그와 계약을 맺어 사진을 싣는다. 그가 쓴 <별이 흐르는 하늘>은 교과부 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었고 중고교 교과서에서도 그의 별 사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더반에서 IOC 위원들 앞에서 김연아가 한 최종 PT자료에도 그가 찍은 서울의 하늘 영상이 쓰였다. 최근엔 배우 이병헌이 등장하는 휴대폰 광고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편’에서 영롱한 빛깔의 오로라 영상도 그의 솜씨다. KBS 등 방송사 자연 다큐멘터리팀도 수시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별 총총 밤하늘이 준 고3 시절의 감동
‘천체사진작가’란 새 길을 치열하게 닦고 있는 그는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공학도라는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고3 야간자율학습 때 본 운동장에 총총히 떠 있는 밤 하늘을 마흔 살이 된 지금까지도 내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꼽습니다.” 거기에 천문학자 이태형 선생이 쓴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은 까까머리 고교생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천문학은 배고프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천문학과 대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선택했다. 대신 대학 천문 동아리에 들어가 별에 대한 갈증을 원 없이 풀었다.
“사진 수업 찾아 듣고 사진학과 학생들이 바이블로 꼽는 전공서를 탐독하며 독학으로 사진을 익혔어요. 예술사진은 타고난 감각이 중요하지만 천체사진은 카메라의 메커니즘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학적인 배경 지식이 도움이 됐어요. 미학적 감각의 부족분을 기술로 커버한 셈이죠.”


독학으로 사진 공부한 공학도
지리산, 소백산, 태백산 등 전국 방방곡곡을 샅샅이 훑으며 하늘이란 캠퍼스에 자연이 선보이는 ‘찰나의 아트’를 렌즈에 담았다. 류마티스, 오십견까지 얻으며 열정을 쏟아 붓자 사진 실력은 쑥쑥 늘었고 대학 4학년 때 개인전까지 열며 사진작가로 데뷔했다.
하지만 별 사진 찍기를 업으로 삼기에 우리나라는 천문사진 시장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했으니까 평생 배를 만들며 살 거라 생각했어요.”
첫 직장 대우조선에서 잠수함 설계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익혔다. 그 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전직, IT 업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다. 잘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카메라만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날씨 맑은 주말마다 혼자 카메라 둘러메고 전국을 누볐다. 별과의 교감이 주는 에너지 덕분에 깜깜한 밤, 깊은 산꼭대기에 홀로 앉아 밤샘 촬영을 해도 힘든 줄 몰랐다. 
“천체사진을 찍으려면 ‘천시, 지리, 인화’ 즉 하늘과 땅, 사람의 3대 조건이 딱 맞아야 해요. 기다림은 숙명이죠. 하룻밤 동안 찍은 수천 장 가운데 성에 차는 한 컷을 건지기가 참 어려워요.” 별, 은하수, 오로라, 혜성을 만날 수 있는 하늘은 그가 죽을 때까지 붙들고 살 화두라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직장인, 별 사진가로 이중생활을 하던 그 당시의 꿈은 킬리만자로에 올라 맘껏 사진을 찍는 것.
“직장으로부터 ‘탈옥’하기 위해, 천체사진시장 수요가 만들어지길 때까지 끊임없이 찍고 전시회 열며 기회를 기다렸죠.” 사진과 영상이 넘나드는 디지털 환경 변화를 보며 전직의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2010년, 아내를 설득해 사표를 던지고 퇴직금으로 꿈에 그리던 킬리만자로에 올랐다. 꿈꾼 지 꼭 10년 만이었다.


내 꿈은 인생 최고의 별 사진 1장
“샐러리맨 시절보다 지금 백배쯤 행복해요. 월수입은 반 토막 났지만요. 지난해에는 캐나다, 일본, 호주, 말레이시아를 돌며 오로라, 금환식, 개기일식 장면을 원 없이 찍었어요.” 그가 사는 잠실 아파트는 집이면서 작업실이자 창작공간이다. 사진보정, 동영상 편집이며 전시회 준비가 모두 이 공간에서 이뤄지며 틈틈이 오로라 관련 책을 쓰고 강의 준비도 한다. 초등학생 아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것도 그가 꼽는 장점 중 하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사진이 실리고 국내 유일의 천체사진작가라고 남들은 치켜세워주지만 그는 무덤덤한 눈치다. “나 스스로 백퍼센트 만족할 만한 단 한 장의 사진을 죽기 전까지 꼭 찍고 싶어요. 지금은 그 과정인 셈이죠. 다음 목표는 남미 안데스 산맥을 따라 걸으며 별 사진을 찍는 겁니다. 간절히 꿈꾸면 언젠가 이뤄지겠죠.” 해맑게 웃는 그는 별처럼 반짝거렸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