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절개로 유명하며 고려 말에 이미 성리학을 선구적으로 받아들인 둔촌(遁村) 이집(李集) 선생. 둔촌동은 이집 선생이 이곳에서 은거생활을 한 데서 유래한 동명(洞名)이다.
둔촌동 일자산에 가면 이집 선생이 위험으로부터 몸을 숨긴 둔굴과 그의 시가 새겨진 시비를 역사문화해설사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구경하고 감상할 수 있다. 이들 역사문화해설사는 ‘둔촌역사문화지킴이’ 회원으로 둔촌동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생겨난 모임이다.
‘건물의 역사를 자료로 만들어야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된 둔촌역사문화지킴이 활동, 그들의 노력은 다양한 문화 사업으로 그 범위가 점차 넓혀지고 있다.
역사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
이들의 가장 주된 임무는 역사문화해설사 활동이다. 둔촌동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을 지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그들의 주요 임무. 이들은 역사문화해설사 과정을 마친 전문 해설사로 둔촌동 체험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다.
둔촌동 역사문화해설사 해설 프로그램은 크게 두 코스로 진행된다.
A코스는 ‘둔촌동’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이집 선생’과 연관된 코스로 일자산 일대에서 진행된다. 이 코스는 이집 선생의 시비에 새겨진 ‘한 권의 경서를 읽는 것은 한 광주리의 금덩이를 물려주는 것보다 값지다’는 시를 감상하고 둔촌약수터로 내려오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마무리된다.
B코스는 둔촌아파트 뒤쪽의 습지 및 오래된 숲과 나무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조경이 어느 아파트 보다 잘 되어 있는 아파트의 식생을 관찰하고 체험한다. 또 강동구에서 벌이고 있는 텃밭운동으로 조성된 도시텃밭을 둘러보며 우리의 먹거리가 어떻게 자라고 우리 식탁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올라오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주말, 5인 이상 신청하면 누구나 역사문화해설사 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거리극, 스토리텔링사업으로 둔촌동 알려
둔촌역사문화지킴이들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역민들조차 둔촌동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지식 또한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역사문화해설사들이 주축이 된 거리극. 거리극은 ‘둔촌 이집 선생의 일대기’와 ‘둔촌습지 탄생 과정’으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강동구민회관에서 진행된 거리극 행사에는 600여 명의 지역민들이 참가해 이들의 공연을 지켜봤다.
둔촌역사문화지킴이 김경선 회장은 “해마다 둔촌 이집 선생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행사를 하고 있지만, 거리극은 많은 사람들에게 둔촌역사문화지킴이 활동을 알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며 “이제까지 활동 중 가장 보람된 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둔촌동 역사와 문화의 콘텐츠를 보다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사업도 펼쳤다.
가까이 있지만 그 유래를 잘 모르는 숨은 마을 이야기, 그 대표적인 예로 둔촌약수터를 들 수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경 톡 쏘는 사이다 맛의 약수가 둔촌약수에서 발견됐고, 그 약수터에 일본이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다 공장을 지었다는 것. 이는 그 당시 신문에 보도될 만큼 커다란 화젯거리였다.
이들은 둔촌동에 왜 보훈병원이 생기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배경자료를 발굴해냈다.
“그것도 결국 약수터와 관련이 있습니다. 6?25전쟁 후 굶주림으로 속병과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둔촌약수를 먹고 병이 나았다는 거죠. 그래서 둔촌약수터 주변에 요양촌이 형성됐고, 지금의 보훈처인 당시의 원호처에서 유공자들을 위한 장소로 둔촌동을 택하게 된 겁니다.” 김 회장의 설명이다.
또 ‘봉선화’ ‘후처기’ ‘전처기’의 작가 임옥인 작가가 살던 집도 찾아냈다. 김 회장은 “임 작가가 건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둔촌동으로 요양 와 살던 집을 제자가 임대해 주고 있다는 사실도 새로 알아냈다”고 했다.
둔촌동의 역사, 꾸준히 알릴 터
‘둔촌동 역사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이제까지 달려온 이들은 둔촌역사문화기념관과 협동조합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또 올해에는 숙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둔촌마을 100년 역사 사진 공모전’을 열 예정이다.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역사가 담긴 사진을 밖으로 나오게 해 둔촌동의 100년 역사를 조명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사진을 내놓는 집에는 가정 내 백열등을 LED전구로 바꿔주는 에너지절약사업도 병행한다.
프로그램 신청 02-3425-7894
오현희 리포터 oio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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