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의존으로부터의 회복의 가장 중요한 요체는 사실 단주가 아니라 변화이다. 이는 지난날의 자기 파괴적 삶의 방식으로부터 건강한 생명적 생활방식으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단주를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해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오랜 단주에 자만하고 변화의 필요를 깨닫지 못하는 수가 많다. 그래서 술을 끊은 지 수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예전과 비교하여 하나도 달라진 점이 없는 수가 흔하다. 그러는 한 언젠가는 어려움에 봉착하고, 이는 재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의 물질남용 정신건강 서비스 당국(SAMHSA)은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을 건강과 안녕을 증진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려고 애쓰는 변화의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단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러한 회복의 정의를 생각하면 알코올의존인 사람들에게 흔한 흡연 습관은 단연코 이 회복의 정의에 어긋난다. 술을 끊고 있다 해도 아직 흡연을 계속하고 있다면 아직은 회복이 지극히 초기 단계이다. 단지 흡연으로 인한 니코틴중독과 이에 따른 신체적 합병증 때문이 아니라, 담배를 용인하는 생활 태도가 진정으로 중독으로부터의 회복하려 하는가, 그 마음가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일반 건강인들 보다 흡연율이 높다. 단주를 한다면서도 여전히 흡연을 계속하는 수도 많고, 일부는 단주를 시작하고 흡연량이 더 증가하는 수도 있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단주하는 사람들 중에서 85%가 여전히 흡연하고 있다고 하고, 우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실제로 그러한 것 같다.
단주가 길어져야 느끼겠지만, 단주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단연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바른 길이다. 하지만 보호자를 비롯하여 단주를 돕는 사람들조차 술을 끊으려 할 때에 흡연이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수가 많다. 단주를 위해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금단의 불편과 고통을 달래기 위해 단연을 연기하는 수가 많으나, 입원을 단연을 위한 최적의 시간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술과 담배를 함께 끊으려 하면 성공률이 더 낮다는 연구가 있지만, 동시에 끊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 무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어떻든 과음에다 흡연까지 한 경우, 암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흡연의 신체적 후유증이 훨씬 더 크므로 빨리 단연해야 한다.
단주를 시작하면 그동안의 과음으로 인한 뇌손상도 회복을 시작하는데, 이때 영양, 운동, 연령, 유전적 배경에 따라 얼마나 빨리 나아지는가를 결정된다. 그런데 흡연을 지속하면 이 회복을 훨씬 더 지연시킨다고 밝혀졌다.
회복을 위해서 단연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일반적으로 술자리에서는 더 많이 흡연한다. 니코틴이나 알코올 모두 뇌의 보상중추를 통해 효과를 나타내므로, 흡연 또한 음주갈망을 더 증가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음주 갈망이 크면 클수록 단주를 계속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연세대 원주의과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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