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봉의 좌충우돌 커피 탐험기

로스팅을 알면 커피가 보인다

지역내일 2013-04-18

“케냐는 어떤 맛이 나요?”, “예가체프는 신맛이 좀 강한 편이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저는 조금 난감합니다. ‘보통 이런 맛이 난다’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로스팅하는가에 따라 맛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로스팅이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로스팅이란 생두(그린빈)에 적절한 열을 가해 생두를 구성하는 유기조직을 파괴 및 재구성 해 숨어 있던 고유의 향미를 표면화시키는 공정을 의미합니다. 보통은 “커피를 볶는다” 라고 표현합니다. 

인류가 커피를 로스팅해서 마신 것은 16세기 중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전에는 에티오피아 부족의 경우 커피나무 잎으로 차를 만들어 먹거나, 커피를 말려서 과육을 그대로 씹어 먹기도 했으며, 씨앗을 으깨 동물의 지방과 함께 삶아서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로스팅이 생겨나지 않아 에티오피아 부족처럼 커피를 마셔야만 했다면 지금 우리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있지 않을까요? 

지난 두 세기에 걸쳐 엄청난 발전을 해 왔던 커피는 바로 로스팅에 대한 이해와 기술의 지속적 발전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커피를 로스팅하게 되면 다양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이때 열을 가하는 시간, 불의 세기 등에 의해 커피는 전혀 다른 맛을 가지게 됩니다. 얼마나 볶아 주는가를 로스팅 강도라고 표현하고 이를 8단계로 나누어 표시해 주는데, 가장 약한 순서대로 라이트, 시나몬, 미디엄, 하이, 시티, 풀시티, 프랜치, 이탈리안이라고 표현합니다. 

다양한 커피 품종에 따라 각각의 단계들은 고유한 맛의 특징을 갖게 되는데, 보통 약하게 로스팅된 커피는 신맛이 좋고 과일향이 풍부하게 살아납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강하게 로스팅된 커피는 신맛이 거의 없고 쓴맛과 진한 맛이 강해지며 약간의 탄 향도 나오게 됩니다. 이런 모든 맛들은 사실 커피에는 모두 필요한 요소입니다. 이 때문에 적절할 맛의 조화를 낼 수 있는 로스팅 포인트를 찾는데 많은 로스터(로스팅을 하는 사람)들이 진땀을 빼고 있지요.

동일 품종의 커피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로스팅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나타난다는 것은 로스팅을 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기대가 되는 매력적인 과정이면서도 가장 두려운 일이 되는 셈이지요. 그래서 로스팅을 ‘커피의 연금술’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로스팅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가정에서도 로스팅을 해 보고 나만의 맛을 찾아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음 칼럼에는 가정에서 손쉽게 로스팅 하는 방법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최대봉(‘최대봉의 커피 볶는 집 시간의 향기’ 카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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