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자수한 ‘가출소녀’ 의문의 죽음

지역내일 2013-04-17
구속된 마약범 면회요구 거부 10일 만에 … 부모 "마약조직이 약값으로 수입갈취" 주장

지난 8일 오전 7시, 서울의 모 유흥업소 종업원인 이연희(29·가명)씨가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에서 스카프로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119 출동당시 첫 목격자인 룸메이트가 가위로 스카프를 자른 후 인공호흡을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다고 한다. 이씨의 이마에는 작은 상처가 있었지만 화장품으로 가려져 있었다. 경찰은 검안 결과 자살로 판정했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부모는 울산에서 급히 상경했다. 상경중에 경찰로부터 자살판정을 전해들었다. 하루도 안 걸린 신속한 판정이다.

연희는 중학교 2학년 때 가출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는 몰라도 간간이 연락은 하던 터였다. 이런 식으로 딸을 먼저 떠나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부부는 이틀 후인 10일 딸을 가슴에 묻었다. 차마 딸을 두 번 죽일 수 없어 부검을 거절하고 화장했다.

그런데 장례식 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잇따랐다.

딸의 친구, 직장동료라는 사람들이 식장을 찾아왔는데 분위기가 험악했다. 조문객 중 40~50명은 몸에 문신을 한 험악한 남자들이었다.

조문객들은 이씨 부부가 딸이 무슨 일을 했는지 물으면 대답을 얼버무렸다. 왜 연희가 세상을 등졌는지 아는 것 없느냐고 딸의 친구들에게 물으면 조폭들이 그들을 데려가 버리길 반복했다. 조폭들은 "이제 나타나서 부모행세를 하느냐"며 "연희랑 10년째 지내는 우리가 가족"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씨는 나중에 경찰을 통해서야 딸이 유흥업소에서 일했음을 알게 됐다.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딸의 유품을 찾기 위해 역삼동 아파트로 가자 여기에도 조폭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서야 연희의 방에서 작은 철제상자를 챙겨 도망치듯 나왔다.

방안을 살피는 동안 거실에서 조폭 한 명이 실제처럼 보이는 권총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감시했다.

아파트에서 나오니 딸이 다니던 업소의 사장이라는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연희가 7500만원을 빌려갔다"며 갚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5000만원짜리 약속어음, 각서, 차입금증서 등을 내밀며 "4000만원만 갚으면 나머지는 탕감해주겠다"며 선심쓰듯 말했다.

그가 내민 서류에는 연희의 이름과 주소만 있을 뿐 빌려준 사람은 이름조차 없었다.

딸의 죽음만으로도 힘든데 빚독촉까지 이어지니 혼란스러웠다.

철제상자가 수상했다. 한자길이인데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강제로 열어보니 빈 약병 4개와 빨대 3개가 있었다. 마약통이었다.

연희 모친은 2년전 딸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던 기억이 스쳤다.

전화를 걸면 당시 남자친구는 "연희가 몸이 약해 링거맞고 잠들어 있다"거나 "회사일로 태국에 출장을 갔다"고 둘러대며 바꿔주길 꺼렸다. 어쩌다 통화가 되도 딸은 무엇엔가 취한 듯 비몽사몽하며 알아듣지 못할 말만 하다가 전화를 끊기 일쑤였다. '설마 약을…'

딸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면서 의혹은 확신이 됐다.

"A가 내게 약을 하게 했다" "A 때문에 (마약을) 알게 되고 A가 가르쳐주고 제게 팔고 돈도 벌고 끝내는 나를 내려놓기까지 했다"며 A씨를 원망하는 문자메시지가 발견됐다.

얼마 후 이씨 부부는 A씨가 마약혐의로 구속된 상태임을 알게 됐다. 연희는 마약투약 사실을 자수한 후 마약수사대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다. 구속된 마약범의 면회요구를 거절한 지 10일만에 연희는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 이씨는 지친 상태였다. 딸이 자살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보였지만 의심이 깊어갈 수록 마음이 아팠다.

그는 "연희의 유서와 일기장을 보면 죽고싶다, 괴롭다는 말이 많아 자살이 맞는 듯 하다"며 "세상 떠나고도 괴로워할 것 같아 더 의심하고 싶지도 않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출했던 연희가 마약유흥조직에 묶여 감시를 받으면서 약에 중독되고 빚더미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 배경에 마약조직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이씨 내외로부터 마약상자 등 주요 물품들을 제출받고 해당 업소 등에 대해 마약관련 혐의로 수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