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둔촌 주공 아파트는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둔촌 아파트 내에서는 자생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모임이 생겼다. 그 모임은 둔촌역사문화지킴이로서 건물의 역사를 자료로 만들어야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 활동 범위는 점차 넓혀지고 있다.
역사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 운영
우선 둔촌동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둔촌 이집 선생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고려시대 말에 이미 성리학을 선구적으로 받아들인 이집 선생은 광주 이 씨로, 광주 이 씨는 조선 시대의 명문가로 알려져 있다. 역사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A코스에서 이집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이집선생이 위험으로부터 몸을 숨겼던 둔굴에서 시작해 일자산 정상의 해맞이광장에서 둔촌 선생의 시비를 감상한다. 둔촌 선생의 시비에는 ‘한 권의 경서를 읽는 것은 한 광주리의 금덩이를 물려주는 것보다 값지다’는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강조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A코스는 시비를 감상한 후 둔촌약수터로 내려오는 여정이다. B코스는 둔촌아파트 뒤쪽의 습지 및 오래된 숲과 나무를 둘러보는 것으로, 조경이 어느 아파트 보다 잘 되어 있는 아파트의 식생을 관찰하고 체험한다. 또 강동구에서 벌이고 있는 텃밭운동으로 조성된 도시텃밭을 둘러보면서 우리의 먹거리가 어떻게 자라고 우리 식탁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올라오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주로 주말이나 학생들이 쉬는 날 5인 이상 신청하면 역사문화해설사의 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둔촌역사문화지킴이를 알린 거리극
역사문화해설사 과정은 초급과 중급으로 나눠지는데 초급이 48명, 중급이 30명 정도이고 최종적으로 과정을 마친 인원이 20명이다. 이들 중 중급과정을 마친 이들과 거리극을 준비했었다. 거리극은 모두 두 가지로 준비했는데 첫 번째는 둔촌 이집 선생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고 두 번째는 둔촌습지가 탄생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난해 환경의 날을 맞아 강동구민회관에서 600여 명 앞에서 둔촌습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짤막하게나마 거리극을 통해 알릴 수 있었습니다. 해마다 둔촌 이집선생의 일대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거리극을 통해 둔촌역사문화지킴이 활동을 알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죠. 지금도 보람된 시간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김경선 회장의 말이다.
스토리텔링사업으로 발굴해낸 숨은 마을 이야기
지난해에는 둔촌동 역사와 문화의 콘텐츠를 보다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스토리텔링사업을 펼쳤다. 이 사업으로 서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모집하는 공모전에서 당선 되는 기쁨을 누렸다. 그 중 하나가 둔촌약수터로, 일제강점기인 1923년경 톡 쏘는 사이다 맛이 나는 약수가 발견 되었는데, 그 약수터에 일본 측에서 사이다 공장을 지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다 공장이 준공되었다는 사실이 그 당시 신문에도 보도된 바 있다. 또 하나는 둔촌동에 보훈병원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그 배경자료를 발굴 해 낸 것이다. 김 회장의 말이다.
“그것도 결국 약수터와 관련이 있는데요, 6?25전쟁 후 굶주림으로 사람들이 속병과 위장병이 생기면서 약수를 먹고 병이 많이 낫는 거예요. 그래서 둔촌약수터 주변에 요양촌이 형성되고 나서 지금의 보훈처인 당시의 원호처에서 유공자들을 위한 장소로 둔촌동을 택하게 된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는 임옥인 작가가 살던 집을 발견한 것이다. 임 작가는 여류작가 박경리 선생과 같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분이다. 그분이 건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둔촌동으로 요양 오면서 살던 집을 제자가 임대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아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말한다. “이렇게 세상일 이라는 것은 하찮은 작은 일에서부터 발견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위대한 발견이나 진리도 결국 우리의 평범함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정말 앞으로 우리 주변의 역사적 자원들을 항상 눈을 크게 뜨고 봐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둔촌역사문화지킴이로서 걸어온 길도 있지만 둔촌역사문화기념관도 세워야 하고
마을의 정체성에 맞은 협동조합도 설립해야 하고 아직 갈 길이 바쁘기만 하다.
그중에서도 올해의 숙원사업은 둔촌동의 100년 역사를 조명해보자는 취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둔촌마을 100년 역사 사진 공모전’이다. 집집마다 있는 역사가 담긴 사진을 밖으로 나오게 해서 사진을 내놓은 집에는 집에 있는 백열등을 LED전구로 바꿔주는 에너지절약사업이자 지구의 환경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둔촌역사문화지킴이의 마을역사문화지킴이 활동이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그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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