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다듬이 소리" 할매들의 음악극

전북 완주 창포마을 ''다듬이 공연단'' 초연 ... 안전행정부 향토자원사업화 시범사업 선정

지역내일 2013-04-15
"열 일곱에 시집와서 이태 만에 첫딸을 낳았는디, 딸내미 다섯살 되던 때에 하나씨(할아버지)가 군대에 끌려 간 거여. 하나씨 얼굴 다시 본 것이 5년이 지나선 게…."
새벽녘 김달례(84) 할머니는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군대 간 남편과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맷돌·도리깨·키질로 아침을 맞고 푸성귀로 차린 아침상을 물리자마자 밭으로 달려간다. 김매기를 끝낸 할매의 손엔 허연 광목천이 들려 있고, 빨래터엔 동네 아낙이 모여 수다판을 벌린다. 둘 셋이 짝이 돼 빨래를 털고 당겨 전깃줄 위에 내건다. 천지가 잠든 저녁,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낙들은 홍두깨를 든다. 낮고 느린 다듬이 소리는 아낙의 고된 한숨이고, 빠르고 높은 소리는 회한을 털어내는 웃음이다. 



전북 완주군의 ''할머니 다듬이 공연단''의 첫번째 음악극이 무대에 오른다. 완주군은 용진면 문화예술회관에서 11~12일 다듬이 음악극 ''완주 아리랑'' 공연을 개최 한다. 2006년 고산면 소향리 창포마을 할머니 8명이 ''다듬이 공연단''을 구성한 지 7년 만이다. 평균연령 74세의 할머니 공연단은 그간 지역 축제와 TV 출연 등 무대에 서긴 했지만 공식 공연극으로는 처음이다. 군은 그간 전통의 다듬이 소리를 난타와 같은 ''비언어 공연''으로 만들기위해 콘텐츠 개발에 공을 들여 왔다. 2011년 안전행정부의 향토핵심자원 사업화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후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씨가 극 제작에 참여하면서 속도를 냈다. 
임씨는 창포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거쳐 27명의 출연진을 확정한 후 8개월 간 손발을 맞춰왔다. 무대에 올릴 ''완주 아리랑''은 시골 아낙의 하루 일과를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에 비유해 50분의 극으로 만든 음악극이다. 정화수에 비는 동작, 고단한 시골살림, 왁자한 빨래터 풍경을 거쳐 다듬이 소리로 승화된 여인의 삶을 표현했다. 총연출을 맡은 임씨가 피아노 연주로 참여하고, 공연단 의상은 한복디자이너인 이효재씨가 맡았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생활의 소리에 예술성을 더해 만든 세계 유일의 다듬이 오케스트라 작품"이라며 "특히 평생을 농촌에서 보낸 70대 할머니들이 주인공으로 자기 이야기를 노래로 승화 시켰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완주문화예술회관에서 11일 오후 4시30분, 12일 오후 7시에 열리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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