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3월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 갈 계획을 세우게 된다. 박물관, 미술관 등 조금이라도 자녀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을 찾아 문화 체험을 계획하는 부모들도 많다. 그렇지만 막상 시간을 내어 찾아가도 해설이 없거나 사전 지식이 없다면 겉핥기 일뿐. 안양지역에 이런 고민을 직접 해결하고자 모인 엄마들의 모임 ‘안양홍지회’의 정기모임 장소에 리포터가 직접 찾아갔다.
매월 답사자료집 자체제작, 연말 이면 두꺼운 책 한권으로
안양부흥복지관 2층, 매월 둘째·넷째주 금요일 10시면 어김없이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문화역사동아리 ‘안양홍지회’ 회원들. 안양홍지회는 2001년 9월 안양청소년수련관 프로그램 ‘수요역사특강’ 수업 참여를 계기로 만난 6명의 엄마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정기적인 역사학습과 매월 가족과 함께하는 현장 답사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안양지역 대표동아리이다.
리포터가 찾아간 시각은 오전 11시가 넘은 시각, 모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로, 20여명의 회원이 빙 둘러 앉아 스터디에 집중하고 있다. ‘석굴암’ 등 낯익은 단어들도 있지만, ‘항마촉지인’, ‘팔부신중’ 등 낯선 단어들이 나오고 여러 명의 회원들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며 이야기 한다.
아줌마들의 간단한 스터디 정도로만 생각했던 리포터, 그 내용이며 자료준비, 설명 등 스터디 진행을 보면서 전문가 못지않은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주 답사 자료 발제를 맡은 정은영 씨는 지난해에 가입한 신입회원으로 처음 발제를 맡았다고 하는데도 자료준비며 진행이 수준급이다.
양 회장은 “신입 회원들의 발제를 돕기 위해 기존 회원과 신입 회원 간에 멘토·멘티제를 도입했다”며 “기존회원들은 신입회원들의 자료준비와 발표를 도와주고, 신입회원들은 스스로 자료준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입회원들이 스터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데는 기존회원들의 노력과 오랫동안 동아리가 진행되며 정착된 노하우가 큰 몫을 차지하는 듯했다.
양 회장은 “답사가기 전에는 스터디를 통해 같이 공부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답사지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료집을 제작한다”며 “이렇게 모아 온 답사자료집은 연말에 책 한권 분량의 ‘안양홍지회지’로 다시 제작된다”고 말했다.
답사 갈 땐 ‘엄마’가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딸의 권유로 가입했다는 임미림 씨는 “친구 따라 갔던 초등학생 딸이 친구가 엄마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것이 부러웠는지 모임에 가입하라고 적극 권했다”며 “답사 때 만나는 아이들에게 모든 엄마가 선생님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딸의 권유로 가입했지만 지금은 본인이 더욱 역사공부와 답사를 즐기게 되었다고.
2001년 첫 결성 때부터 10년 이상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조영숙 회원은 “홍지회는 여행과 공부하는 즐거움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며 “회원들 뿐 만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혼자서 하기 힘든 일을 같이 할 수 있어서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어디에서 이런 에너지가 솟는 것일까? 양 회장은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불교, 유교, 궁궐, 건축 등 5회의 역사수업을 듣고 답사와 스터디 등에 참여하면서 회원가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실제 신입교육을 받고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까. 정회원으로 가입된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열정이 넘치고 적극이라고. 물론 신입회원 교육은 기존 회원들이 준비해 강의한다. 또한 홍지회는 매년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임원 활동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기르게 된다.
지역 내 봉사, 나눔 실천으로 함께하는 동아리
홍지회 회원들이 역사공부와 답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안양청소년수련관의 수요특강과 일요문화답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현재는 부흥복지관에서 무료급식봉사도 하고 있다. 정기답사 외에도 생태, 갯벌체험 등 아이들과 함께하는 체험 나들이와 전문가 초청 특강도 진행한다.
홍지회 회원들은 홍지회 활동을 통해 새로운 자신만의 일을 찾는 경우도 많다. 조영숙 회원의 경우 안양시 해설사 활동을 거쳐 현재는 서울시 해설사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몇몇 회원들은 아이들 역사수업을 지도하기도 한다. 올해는 안양시에서 초등학교 3학년 대상으로 하는 사회교과 연계수업인 ‘온고장지신’의 강사로 홍지회 회원들이 참여한다고.
양 회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회원들이 어느새 적극적으로 변하고 그로 인해 삶도 활력을 얻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도 3월부터 신입회원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니 여행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는다면 ‘안양홍지회’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안양 홍지회 http://cafe.daum.net/hongji2003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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