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떠나는 일본 자유여행

오사카는 정겹더라

지역내일 2013-04-15

일본어 한 마디 할 줄 모르고 영어실력도 부족하니 자유여행 자체가 무리한 도전일 수도 있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복잡한 일본 지하철 시스템’에 혀를 내두른 탓에 두려움만 가득 안고 떠났던 오사카. 준비 부족을 여실히 실감한 여정이었지만 외지인에게 한 없이 너그러운 소박한 도시를 만나 그 나름의 정겨운 추억을 만들고 돌아왔다.  


표 구입부터 지하철 타기까지 난관의 연속
일본 초저가 항공사 피치항공을 타고 간사이 공항에 도착, 오사카 시내 난바역까지 운행되는 ‘난카이선 급행’ 열차로 환승하기 위해 매표소로 향했다. 블로거들이 알려준 여행 팁대로 890엔 전용 판매기를 찾아봤으나 헛일. 일본어로만 된 티켓판매기 앞에서 표를 구입하려니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용기를 내 역무원에게 다가가 “난카이센 난바, 투(TWO)!”를 외치니 알아들었는지 티켓 2장을 건넨다.
일본어로 한참 설명하는 역무원에게 무조건 “OK"를 외치고 나니, 실없이 웃음이 났다.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2박 3일간의 여정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출입구가 나란히 붙어 있는 파란색 JR선과 빨간색 난카이선 앞에서 또 다시 머뭇거렸다. 빨강, 빨강을 타라. 머릿속에 남아있던 기억을 더듬으며 탑승라인으로 향하니 또 다시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오사카 시내로 향하는 난카이선 지하철은 특급과 급행열차로 나뉜다. 잘못타면 말도 안 통하는 입장에서 더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직감적으로 덜 비싸 보이는 열차에 탑승했다. 먼저 다녀온 이의 입장에서 다음 여행자에게 귀띔을 하자면, 원형 창문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열차는 특급,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슷하게 생긴 열차는 급행이다. 요금이 500엔이나 차이나니, 조금이라도 여행경비를 줄이고 싶다면 급행을 선택하자. 


서민적인 분위기의 도톤보리강과 신세카이
난바역에 도착해 제일 먼저 도톤보리강으로 향했다. 역시나 헤맨 시간만 40여 분. 지하철 출구가 30여 개나 되어 찾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도톤보리강은 마루이백화점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우측 통로를 따라 직진하면 된다. 도톤보리의 화려함을 뒤로한 채 유유자적 흐르는 아담한 강줄기. 잘 가꿔진 서울의 청계천과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소박한 멋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은 야경도 아름답지만 사실상 낮 풍경이 더 정겹다. 강가를 따라 15분간 관광할 수 있는 ‘돔보리 리버크루즈’는 난바역의 화려함 이면에, 허름하고 오래된 도시의 소박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첫 여정지로 손색이 없다. 대형 할인마트인 ‘돈키호테(노란색 타원형 관람차 모형의 건물로, 상업의 신 에비스와 펭귄 캐릭터가 있다)’ 건물 앞에서 출발하며,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다면 무료 탑승이 가능하다.
도톤보리에 이어 도부츠엔마에역에 위치한 ‘신세카이’로 향했다. 한때 오사카의 원조 번화가였다가 1920년대부터 쇠퇴하기 시작해 지금은 가장 서민적인 곳으로 손꼽힌다. 이곳의 명물은 오사카의 에펠탑이라 불리는 전망대 ‘츠텐카쿠(통천각)’와 발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복의 신 ‘빌리켄(Billiken)’이다. 츠텐카쿠는 4~5층 높이로 다소 낮아 아찔한 느낌은 없지만 신세카이 지역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빌리캔도 인상적이다. 손을 내밀어 슬쩍 발을 만져봤다. 과연 소원이 이뤄질까? 빌리캔의 힘을 한 번 믿어보자며 여러 번 발을 쓰다듬고는, 전차 여행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80여 년을 달려온 전차의 정겨움 
덴노지역에 가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차를 만날 수 있다. 일본의 비싼 교통비를 감안하면 단돈 200엔으로 이용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1928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한카이 노면전차는 우에마치선(약 4킬로미터 구간)과 한카이선(약 14킬로미터 구간)으로 나뉜다. 덴노지공원 옆 육교 아래 전차 출발지인 아베노역으로 향했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역시나 말이 통하지 않아 30분은 족히 헤맨 뒤에야 비로소 전차를 탈 수 있었다.
일본은 전차나 버스나 반드시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려야 하며 요금도 내릴 때 낸다. 잔돈이 없어 당황하던 차, 1,000엔이라고 적힌 요금통을 발견했다. 한국에서처럼 지폐를 넣은 뒤 거스름돈을 들고 내리려 하니 전차를 운행하는 승무원이 발길을 막는다.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폐를 내면 잔돈을 거슬러주는 것이 아니라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한 뒤 다시 전차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전차요금을 지불하고, 이름 모를 전차역에 내려 일본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다. 소박해서 더 아름다운 전차 여행의 매력. 화려한 관광지처럼 시끌벅적하거나 반겨주는 이 하나 없었지만 그래서 더 편안하게, 더 느리게 걸으며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도톤보리에서 먹다 죽어도 좋아
도톤보리는 거대한 모형의 화려한 간판들이 즐비한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어 오코노미야키, 다코야키, 회전스시, 라멘, 우동, 구시까스(꼬치튀김)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중 얼굴 찌푸린 아저씨 간판으로 유명한 꼬치튀김전문점 ‘간소 구시까스 다루마’를 제외하고, 2박3일 여정 동안 모든 음식을 먹어봤다. 야채가 한가득 들어가 있는 ‘오코노미야키’와 송송 썬 문어가 그대로 씹히는 ‘다코야키’는 최고의 길거리 간식. 거대한 용 간판이 인상적인 ‘킨류라멘’은 오랫동안 돼지 뼈를 우려낸 뽀얀 국물이 일품이며,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개운한 맛이다.
복잡한 도톤보리 한복판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도톤보리 이마이’는 최고급 가다랑어를 사용해 만든 기쓰네 우동(유부우동)이 인기다. 막 튀겨낸 유부의 달달함이 국물의 깊은 맛과 어우러져 감칠맛을 더한다. 저렴한 회전스시를 맛보고 싶다면 곳곳에 포진한 100엔 스시 집을 공략해보자. 저렴한 비용으로 종류별 스시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 


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
오사카시영 지하철과 버스 및 28개 관광지의 무료입장이 가능한 오사카 주유패스(1일권 2,000엔, 2일권 2,700엔)를 미리 구입해 몇몇 관광지를 돌아봤던 2박 3일 여정.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단연 전차역이다.
오사카항에 있는 산타마리아호와 세계 최대 규모의 덴포잔대관람차를 타봤고, 오사카의 상징인 오사카성과 물이 좋다는 천연 온천도 다녀왔다. 돌아보는 곳마다 각기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지만, 좀처럼 쉽게 볼 수 없는 오사카의 골목길 여행은 겁 많고 말 안 통하는 초보 여행자에게 오히려 최적의 여정지가 아닐까. 목적지 없이 전차를 타고 내리며 맞닥뜨린 소박한 골목길의 정겨움은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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