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은양은 매일 아침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7시 학교 도착. 고요한 교실에 홀로 앉아 참고서와 씨름한다. 고교 입학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창덕여고의 첫 등교생이 되었다.
7시 등교, 하루 1시간 아침 자습의 힘
“하루 1시간 아침 자습이 영어, 수학 성적 올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수줍게 웃으며 그간의 공부법을 조근조근 설명하는 그에게는 외유내강형 특유의 강단이 느껴진다.
곽양은 중고교시절 내내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좌충우돌하며 자신만의 공부법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나름 준비를 많이 했는데 고교 첫 시험을 망쳤어요. 그 뒤 수학은 하루에 1백 문제씩 풀고 국어는 교과서 지문을 달달 외울 정도로 책을 팠어요. 그래도 성적은 쉽사리 오르지 않더군요. 지독하게 슬럼프를 겪었죠.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니 공부 양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 실력이 탄탄하지 못한 탓이더군요.”
그 후 개념과 원리를 확실하게 다지는 공부법으로 바꾸었고 점차 국영수 전교 1등을 할 만큼 성적은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사교육의 도움 받는 쉬운 길 대신 힘든 길을 택한 속내가 궁금했다. “내 힘으로 꼭 이뤄 보고 싶어서요. 아주 가끔씩 흔들릴 때도 있지만요(웃음). 고액의 사교육을 받는 유복한 친구들도 많지만 정말 돈이 없어 고학하는 아이들도 꽤 있어요. 이런 친구를 보며 ‘공부는 나 스스로 하는 거라’고 마음을 다잡죠.” 교사 부부인 그의 부모님 역시 딸의 선택을 응원해준다.
‘하면 되는구나’ 공부 맛 들인 후 혼자 공부
수업시간 중에는 과목별로 모든 선생님의 설명과 예시까지 연습장에 깨알같이 받아 적은 다음 혼자 복습하며 자신만의 공부 노트를 완성하고 틈날 때마다 외운다. 상당수 학생들이 고전하는 경제 과목도 이 같은 공부법으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
비법을 묻는 친구들을 위해 경제명예교사로 활동하며 공들여 만든 노트를 공개하고 공부 요령까지 차근차근 일러주기도 한다.
우직하게 공부에 올인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곽양은 중3 시절 국어선생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 ‘낙화’를 배울 때는 성시경의 ‘거리에서’로 배경음악을 깔고 따로 준비한 영상까지 보여주며 시를 가슴으로 이해하라는 선생님이셨어요. 지루할 수 있는 국어를 탁월하게 가르치셨죠. 그 분이 서울대 국문과 출신이세요. 실력도 최고였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세상의 불편한 진실에 늘 관심 가지라고 말씀하셨죠. 멋지고 똑똑한 선생님 덕분에 내 진로를 일찌감치 서울대 국문과로 정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성적은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하자 국어 점수가 급상승했다. 중3 마지막 시험에서는 40점대를 맴돌던 수학도, 중위권 성적의 영어도 모두 최상위권으로 올랐다. “공부, 하니까 되는구나. 그 느낌을 처음 맛보았죠.” 그 후로 공부는 그의 단짝 친구가 되었다.
무엇보다 국어 선생님은 곽양의 ‘꿈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리얼하게 다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사천 원 인생’ 같은 선생님이 권해준 책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넓고 깊어졌다. 그리고 ‘사회의 거울’이 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까지 품게 되었다. “철거민, 비정규직 이야기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 찾아 읽으며 파고들었지요. 사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글을 쓰고 싶어요.”
그 뒤 특유의 성실함과 치밀함으로 남산문학교실, 서울대 청소년 강좌, 현역 작가 특강을 찾아다니며 ‘좋은 글’에 대한 갈증을 풀어나가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 때 서울대에서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어요. 특강이 열리는 8일 내내 강의 시작 2시간 전부터 맨 앞줄에 앉아 기다릴 만큼 푹 빠졌지요.” 국문과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들으며 자신이 목표로 정한 국어국문학에 대한 궁금증까지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좋은 글 욕심내며 작가 꿈 키워
작가는 인문학의 토대가 튼실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추천 도서는 꼼꼼히 찾아 읽으며 우직하게 글솜씨를 다듬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논술경시대회에서 우수상, 환경독후감대회 등 교내외 대회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송파청소년수련관에서 지난 1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글을 쓰기도 했다. 매월 시사 이슈를 정해 청소년들의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다음 청소년 기자들끼리 토론하며 기사를 완성해 나가는 공동 작업이 흥미로웠다.
“장래 꿈을 물어 본 설문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고교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국영수 1등급이 꿈이라는 학생부터 언론인, 자선사업가로 인생2모작을 하겠다는 당찬 아이까지 각양각색의 답변이 나왔어요. 이 기사를 쓸 무렵 슬럼프를 심하게 겪었는데 나 스스로를 담금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어요.”
노력도 연습이 필요하고 해본 사람이 잘한다고 한다. 아담한 체구의 그에게서는 자기 삶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며 치열하게 노력하는 근성이 뿜어져 나왔다.
곽양은 ‘작가’라는 꿈을 향해 학교와 집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고3의 강’을 흐트러짐 없이 건너고 있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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