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 필자로서는 마음이 무거진다. 많은 학생들이 신학기의 두려움과 조급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수학공부에 좌절하게 되는 이유는 첫째, 어렵게 시험문제가 출제되는 것과 둘째, 학습량이 많아져 스스로 정리하기 벅차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개념이해가 부족해서’, ‘학습량이 적어서’ 등으로만 생각하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실패와 좌절이 반복한다.
필자의 숨겨둔 개인사를 한 가지 공개해본다. 젊은 시절 필자는 고시공부를 했는데 고시생들의 중요한 학습법 중 하나가 ‘단권화(單券化)’방법이다.
‘민법’이라는 과목을 공부하면 여러 서적에서 각개인마다 부족했던 개념을 어느 한 공책에 모두 정리한다. 최종적으로는 그 한 권의 공책에 모든 내용을 정리하여 그 공책으로만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책의 내용도 반복학습하면서 요약 정리한다. 그래서 6개월간 보던 책을 2회반복시에는 한 달 만에 볼 수 있는 분량으로 요약하고, 3회반복시에는 1주일 만에 볼 수 있는 분량을 만든다. 최종으로는 시험전날 하루 만에 볼 수 있도록 만든다.
고시공부와 고등부수학공부가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큰 틀의 흐름을 빌려오면 매우 효율적인 학습법이다.
수능처럼 하루 종일 치르는 시험의 경우엔 시간에 쫓기게 되므로 시험에서 처음 보는 문제가 많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풀어봤었다는 느낌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능시험직전까지는 그 동안 풀어봤던 문제를 전부 훑어봐서 시험장에서 기억 날 정도는 돼야 한다. 내신시험도 자주 틀리는 문제는 시험 직전에 오답노트 등 단권화된 노트를 이용하여 상기시켜보자.
수학의 전 범위를 ‘노트 한권’으로 만들어보자
필자는 크게 두 권으로 단권화할 것을 제안한다. 수학참고서는 크게 개념기본서와 문제집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에 맞춰 ‘개념’을 단권화할 공책과 ‘오답 및 난제’를 단권화할 공책으로 나눈다.
우선 정석 등으로 대표되는 개념기본서를 한 권으로 정리한다. 보통 단권화라고 하면 공책에 필기 정리하는 것을 말하는데 학습량대비 학습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트필기를 별도로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기본서 중에서 학습자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책을 한 권 정하여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수업할 때 가감하는 내용이나 다른 참고서에서 발견하게 된 중요한 내용을 반드시 한 권의 책에 모으는 것이다. 필요한 개념을 찾을 때 이 책 저 책 뒤적거리기 보다는 한 권의 공책으로 필요개념을 찾을 수 있도록 해두자.
두 번째, 문제들을 정리하는 것은 다소 귀찮더라도 ‘오답노트’형식으로 정리할 것을 권한다.
초중등시절부터 오답노트의 중요성은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틀린 문제를 무조건 다시 풀어두는 식의 오답노트는 시간이 많이 소비되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틀리는 개수가 매우 적은 학생에게는 효과가 있다.
필자가 권하는 오답노트는 ‘자신만의 참고서’가 되도록 정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야한다. 틀렸다고 모두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자주 실수하는 문제거나 풀이가 유별나서 반복학습이 필요한 문제들만 정리한다. 틀리지 않았더라도 많은 시간이 소비되거나 유별난 해법 때문에 반복학습이 필요한 문제도 정리한다. 학습에 더욱 도움이 되려면 선생님의 풀이를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자신이 이해하여 풀이한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해법이 있는 경우엔 암기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추가하여 정리해두자. 해설서의 도움도 무척 중요하다. 중등수학의 경우엔 절대 해설지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등수학의 경우엔 해설서를 최대한 잘 활용해야한다. 해설지를 보지 않는다고 창의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오답노트는 자신만의 참고서가 되어 수시로 읽는 용도로 사용가능해야한다. 다른 과목은 학습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들고 다니며 암기하는데 수학도 오답노트를 그렇게 활용할 수 있다. 자주 실수하는 문제의 경우는 알고 있어도 틀리는 내용인데 다시 한 번 상기시켜두면 실수를 을 줄일 수 있다. 복잡한 문제는 똑같이 출제 되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문제가 나오면 해법에 접근하는 키워드를 상기시켜둘 수 있다.
이렇게 반복학습을 해보면 점차 오답노트의 내용이 줄어든다. 익숙한 것은 과감히 삭제해보면 공부하는 즐거움도 느끼게 될 것이다. 기본서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내용이 눈에 선하듯 익숙하게 되어 고3 중반 즈음이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 스스로 알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공부라 할 수 있다. 그때는 자신이 부족한 개념들만 노트에 정리할 만큼 적어질 것이다. 이렇게 반복하여 수능전날 하루 만에 수학의 전 범위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이장환 원장
독기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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