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수학을 강의한 경력이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제일 처음 많은 아이들 앞에서 섰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원 석사과정 중에 연구조교를 했을 때였다. 국문과 조교한테 동작구 복지회관에서 야학할 교사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망설이다가 내가 가겠노라고 했다. 난 가르친 경력도 없는 왕초보 선생이었지만 도전으로 받아 드렸다. 대중 앞에 서면 얼굴이 얼마나 빨개지는지.... 난 수줍움이 많았다. 하지만 용감한 20대였기에... 과감하게 도전을 하는 심정으로 그 곳에 갔다. 그 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학 갈 형편은 안되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켜주기 위한 동작구청의 배려였다. 나는 떨리는 맘을 꽁꽁 싸서 주머니에 집어넣고 그들 앞에 섰다.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강의했다. 스스로 선생으로써 만족감은 제로였다. 그냥 내가 칠판에다 문제만 많이 풀다가 돌아오곤 했던 터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흐트러짐 없었다. 대학 강의실보다 더 진지했다. 반짝이는 그들의 눈동자를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왜냐면......... 난 아이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강의를 못했으니까.... 나중에 반대표 학생이 “선생님은 너무 귀여워요...... 왜 우리들을 못 쳐다보세요?” 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강의를 갔던 어느 날, 탁자 위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예쁜 카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카드 안에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희들이 어떻게 성장 하는가 기대해 주세요. 저희는 꼭 해낼겁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에 눈물이 맺힌다. 그리고 믿는다. 정말 잘 되었으리라.
그리고 이듬해 난 이학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아이들을 통하여 학생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연습을 한 상태에서 전문대학의 공업수학 강좌를 맡았다. 학생들의 수준과 수학에 관한 태도는 이미 다른 선배에게 들었던 터였다.
“정선생님, 가끔은 이라는 학생도 있어요.”
‘허걱~~’
이미 학생들을 파악한 선배 선생님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학생들을 만났다. 내 이름을 칠판에 적고 그 밑에
정 진 영
1. 수학은 언제까지 잘했나?
2. 난 수학이 필요한가?
3. 수학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을 적어놓았다.
그리고 창가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이름과 위의 1, 2, 3번 중에 하나이상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라고 시켰다. 물론 건성으로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고 수줍어서 겨우 이름만 말하는 학생도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 들어오는 학생들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저는 중학교 때 인수분해 나오면서 수학을 포기했습니다. 늘 수학을 못한다는 열등감이 있었어요.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익혀야 할 때마다 움츠려듭니다. 기계를 만지는 일이라 매뉴얼에 수학적인 기호가 자주 나오거든요. 전 수학을 정말 잘하고 싶고 수학이 필요합니다.”
한 남학생이 진지하게 자신의 수학의 역사를 풀어 놓았다.
모든 학생이 숙연하게 듣고 있었고, 나 또한 그의 마음을 절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학에 관한 열등감이 직장에서까지 작용한다는 그 학생의 말 한마디로 난 정말 학생들로 하여금 수학을 잘하게 만드는 선생이어야 한다고 다짐을 했다.
난 그 학생의 말을 듣고, 새로운 식을 풀거나 증명할 때마다 ‘=’의 단계마다 들어간 공식을 그 옆에 써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분배법칙이라든가, 인수분해공식이라든가, 미분공식, 적분공식이라든가....그것을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중학교 몇 학년 책을 보면 된다든가....그리고 수학을 전공하는 것이 아니므로 수학을 어떻게 잘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강의를 했었다.
나는 그 때부터 학기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면 그들의 수학의 역사에 관해 물었고 그 때마다 가슴 찡한 사연을 하나씩 들었던 것 같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초, 중, 고의 대학을 가기위한 숫자로서의 역할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지금은 한, 두 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되었을 그들의 절절한 사연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창의사고력 수학에 대한 상담을 했을 때도 “아이가 나를 닮아서 수학을 못할까봐 제일 걱정되요.” “아이가 나처럼 수학을 포기하면 안되잖아요.”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이런 수업이 있었으면 제 인생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등의 이야기를 엄마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었다.
난 아이들에게 수학의 탄탄한 역사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막힘없이 멋지게 풀어갔으면 좋겠다.
로드맵 스토리텔링 수학연구소
R-스토리
정진영 원장
숭실대/호서대학/국립한경대학/대림대학 수학강의
조인매쓰 본원 원장 역임
대치시매쓰 대표강사
숭실대학교 창의력 교재개발
토마토 논술 수리논술 출제 위원
비전매쓰 창의력 수학교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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