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에 보면,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기존 과학의 부족한 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학자들은 그 패러다임을 익히게 되고 그것을 다른 연구와 발전된 실험 등에 활용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패러다임에 어긋나는 새로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그 패러다임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학 구조의 근본에 수학이 있습니다.
수학에서 새로운 분야의 시작은 언제나 정의에서 시작합니다. 정의란 약속입니다. 그 약속은 물리학 법칙과도 유사하지만, 많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일단, 공시적으로나 통시적으로 잘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수학에서의 언어는 일상생활에서의 언어와는 다르게 전 세계에서 모두 똑같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의 경우 북한의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것에서 우리는 그 의미가 우리의 민주주의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과 과학에서 ‘함수’라고 말하면 ‘정의역의 한 원소가 치역의 한 원소에만 대응하는 관계’인 것은 북한과 대한민국이 똑 같습니다. 그리고 똑 같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수학의 역할 중 하나인 과학의 언어로써의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면, 패러다임의 변화로 물리의 법칙은 바뀔 지도 모르지만, 수학의 정의는 그 변화를 이끌 수도 있는 기본 약속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학에서 수학을 받아들여서 과학적 연구를 하게 되면, 우리는 ‘사회과학’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모든 학문의 토대를 수학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수학 문제는 수학적 정의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정리, 법칙, 공식 같은 것들은 어차피 정의에서 유도되고 증명되는 것들에 불과합니다. 특히, 대학수학능력 시험이나 수리논술 문제, 각종 경시대회 문제들은 이미 그 결과 혹은 정답이 나와 있는 문제들입니다. 따라서 출제자가 만들 때 의도했던 풀이의 방법과 단계는 다를지라도 같은 수학적 정의를 기반으로 한다면, 문제는 해결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면 지루한 계산기의 일을 대신하는 작업만 하게 됩니다. 문제의 유형에 따라 풀이방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단순한 암기일 뿐입니다. 수학을 다른 학문에 활용하려면 정의를 충실히 해야 합니다. 함수의 정의도 말하지 못하면서 함수에 관한 문제를 푸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미르아카데미학원 조형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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